블랙호크까지…아프간 미군 장비 상당수 탈레반 손에 넘어갔다

2021년 08월 19일 오전 10:56 업데이트: 2021년 08월 19일 오전 11:02

20년간 97조 들여 제공한 군사자산 대부분 행방불명

미국이 지난 20여년간 아프가니스탄에 제공한 군사자산 중 상당 부분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넘어갔다고 미 백악관이 17일(현지시각)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모든 군사 물품의 행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중 상당수가 탈레반 손에 넘어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그들이 공항으로 (물자들을) 가져와 우리에게 선뜻 넘겨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아프간 철군에서 마주친 어려움의 한 사례로 소개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군수 물자를 빼앗긴 뼈 아픈 상황을 전하면서 “우리는 (아프간 상황과 관련해) 모든 일을 공개하고 있다”며 불리한 사실도 감추지 않고 밝히고 있음을 강조했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20여년간 약 830억 달러(97조원) 이상의 설비와 훈련을 아프간 정부군에 제공했다. 그러나 아프간군은 동기 부족, 엉성한 조직 체계, 낮은 사기 등으로 인해 현대식 군사 장비를 갖추고도 탈레반에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탈레반에 흡수된 과거 군벌들과 지방의 아프간 정부군 고위 간부들이 서로 만나 적당히 합의하고 사적인 이익을 취해 온 관행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白宮:給阿富汗的美軍裝備 部分落塔利班手中
제이크 설리반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 Anna Moneymaker/Getty Images

AP 통신에 따르면, 아프간에서 촬영된 사진과 영상에는 미 국방부가 아프간 정부군에 제공한 총기와 차량을 탈레반이 수중에 넣은 모습이 담겼다. 여기에는 남부 칸다하르 공항에 있는 UH-60 블랙호크 공격헬기도 포함됐다.

설리번 보좌관은 “블랙호크는 탈레반이 아니라 아프간 정부군에 스스로를 보호하라고 제공한 것”이라며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이 지난 6월 백악관에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격용 헬리콥터 제공을 요청했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백악관을 방문한 세 번째 외국 정상이었던 가니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을 요청하며 아프간 방어를 자신했지만, 지난 15일 탈레반이 접근하자 수도를 버리고 국외로 탈출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탈레반 손에 넘어간 또 다른 미국 군사자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아프간 지도자들이 탈출한 후 아프간 정규군은 응집력을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소속 대원들이 M16 라이플 등을 들고 있는 사진과 동영상을 다수 게재했다.

탈레반도 소수 특수부대원은 고급 장비로 무장했지만, 상당수는 러시아제 AK-47 소총이 주무장이었다. 하지만, 설리번 보좌관 언급대로 미국이 아프간에 제공한 군사자산 중 상당수를 손에 넣게 된 탈레반의 군사력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일로 여겨진다.

한편, 이날 브리핑에서 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반복해서 강조했듯이”라며 “한국 철군 계획은 없다. 거듭 말하지만 한국이나 유럽의 동맹국에 주둔 중인 미군을 감축할 의사는 없다. 아프간과 상황이 다르다”고 일축했다.

/장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