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야!!” 야심한 새벽 고시원 주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34명의 목숨 구했다

이현주
2020년 10월 20일 오후 1:17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24

“불이 났어요. 얼른 나갑시다.”

지난 19일 새벽 고시원이 있는 한 상가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자칫 대규모 인명피해로 번질 수 있었지만 건물주 부부의 신속한 대처로 인명피해를 막았다.

군산 상가건물서 화재/연합뉴스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37분께 군산시 미룡동 한 상가건물 3층 PC방에서 불이 났다.

이 건물 4∼5층에 있는 고시원을 운영하는 윤모(62)씨 는 무언가 타는 듯한 냄새가 나자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

고시원 내부에서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윤씨는 냄새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군산 상가건물서 화재/연합뉴스

윤씨는 얼마 전부터 휴업 중인 PC방 쪽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확인하고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윤씨 아내는 황급히 고시원 방문을 두드리며 “불이 났으니 얼른 나가야 한다”고 투숙객 대피를 유도했다.

평소였으면 모두가 잠든 시각이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KBS2 ‘노량진역에는 기차가 서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은 대학교 중간고사 기간이어서 투숙객 대부분은 새벽까지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부부의 다급한 외침에 투숙객 등 34명은 모두 건물 밖으로 무사히 대피했다.

연기를 마시는 등 다친 사람은 없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투숙객이 모두 빠져나온 것을 확인하고 2시간여 만에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연합뉴스

이 불로 PC방 내부와 집기류 등이 소실돼 2천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화재 원인은 휴업 중이던 3층 PC방에서 다시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환풍기를 오래 틀어놓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윤씨는 “불이 다른 층까지 번지지 않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아무도 다치지 않은 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