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에 갇힌 ‘가족’ 같은 동물들 구하려 목숨 걸고 몸던진 美 노숙인

이현주
2020년 12월 31일 오전 10:38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1:18

미국의 한 노숙인이 불이 난 보호소에 뛰어들어 개와 고양이들을 구해 화제다.

2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미국 조지아주의 한 동물 보호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키스 워커와 그의 반려견 브라보/CNN

보호소 부엌을 순식간에 집어삼킨 불길 속에서 동물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노숙인 키스 워커(53)가 나타났다.

워커는 보호소 측의 배려로 반려견 ‘브라보’를 밤마다 보호소에 맡겨왔다.

평소처럼 브라보 산책을 위해 보호소에 간 그는 치솟는 불길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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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하면 본인 목숨도 위험할 수 있었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불길 속으로 뛰어든 워커는 개 6마리와 고양이 10마리 등 보호소에 있는 동물 모두를 구조했다.

연기가 자욱한 보호소에 들어가는 게 정말 무서웠지만 동물들을 모두 구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내비쳤다.

CNN

워커에게 동물, 특히 개는 목숨과도 같은 존재였다.

13살부터 노숙을 시작한 그에게 반려견 브라보는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워커는 “브라보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살 수 없었을 것”이라며 “(브라보가) 다른 동물들을 구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보호소 운영자가 자신의 반려견을 매일 밤 무료로 보호소에 머물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한 보답의 뜻도 있었다.

CNN

동물 보호소 설립자인 그레이시 햄린은 워커를 ‘수호천사’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소방관조차 개와 고양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 동물통제센터를 불러 기다리기만 했다. 하지만 워커는 달랐다. 그는 모두 안전해질 때까지 동물들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보호소는 화재로 인해 건물이 완전히 소실되지는 않았으나 동물들이 거주할 만한 상태는 아니다.

다행히도 며칠 뒤 애틀랜타에 있는 새로운 시설로 이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