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수습한 美 공화당, 대중 강경책·바이든 견제 예고

한동훈
2023년 01월 9일 오후 2:31 업데이트: 2023년 01월 9일 오후 2:31

미국 공화당이 하원의장 선거에서 100년 만에 난맥상을 보인 후 전열을 재정비하며 향후 정국 운영에 관한 구상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매카시 의장은 하원의장으로 지명된 직후인 7일 밤 “시간이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가 다수당으로 복귀하면 가장 먼저 국세청(IRS) 단속요원 8만7천 명 증원에 대한 예산 지원을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단속요원 8만7천 명 증원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의 최대 역점 과제인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모체가 된 ‘더 나은 재건 법안’에 포함된 사안이다.

이는 국세청 예산을 10년간 800억 달러(약 99조6천억원) 늘려 단속요원을 대거 증원하는 게 골자다. 이들을 통해 탈세 추적을 중상층과 중소업체들에까지 대대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공화당의 다수 의원은 이를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공화당 낸시 메이스 의원은 2021년 11월 폭스뉴스에 “바인든 행정부가 스파이를 대거 고용해 은행 계좌를 염탐하려 한다”며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하는 일이다. 미국답지 않다”고 말했다.

매카시 의장 역시 이날 “공화당 의원들은 정부가 국민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도와야 한다고 믿는다”며 국세청 단속요원 증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공화당이 다수당을 탈환하면서, 이 법안이 발의되면 하원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법안 제정까지는 앞길이 험난하다. 법안은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저지될 수 있다.

중국 특위 구성…대중 강경책 예고

매카시 의장이 언급한 공화당의 또 다른 역점 과제는 중국 공산당(CCP)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과 채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오래된 문제인 채무와 중국 공산당의 부상(rise)을 해결할 것”이라며 “의회는 이 두 사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중국에 넘어간 수십만 일자리를 다시 가져올 방법을 조사할 것이며 그렇게 우리는 중국과의 경제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발언에서 ‘중국(China)’과 ‘중국 공산당’을 구분해서 사용했다. 이는 최근 공화당 내 대중 강경파 인사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다.

중국 특위 구성은 메카시 의장이 지난해 중간선거 유세 기간에도 여러 차례 언급한 사안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특위가 출범하면 먼저 중국의 지식재산 절도, 중국산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의 미국 내 대량 유통,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기원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위 위원장에는 미국 정계에서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인 마이크 캐러거 하원의원(공화당)이 유력하다.

미 해병대 예비역 정보장교 출신으로 기밀정보 취급에 능숙한 캐러거 의원은 지난해 12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을 미국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경제와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중국에 강경히 대응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마이크 캐러거 미 하원의원. | Anna Moneymaker/Getty Images

캐러거 의원 역시 중국 공산당과 중국이란 용어를 구분해서 사용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과 신장 위구르족 탄압 등을 언급하며 “중국 공산당은 중국 국민의 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캐러거 의원이 강한 관심사를 보인 것은 소셜미디어 앱을 이용한 중국 공산당의 미국 사회 침투, 특히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심리적·정신적 해악 행위다.

그는 지난 1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산 동영상 공유앱 ‘틱톡’을 “디지털 펜타닐”이라고 부르며 “중독성이 높고 파괴적이다. 이 앱을 장기간 이용하면 사용자, 특히 젊은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할 만한 데이터가 있다”고 말했다.

캐러거 의원은 “중국 공산당은 틱톡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를 조작하고 있다”며 “그 위험성은 미소 냉전이 한창일 때 KGB나 소련 관영매체가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미국 주요 매체를 인수한 수준에 버금간다”고 경고했다.

* 이 기사는 잭 필립스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