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발전은 친 환경적이고 경제적인가?” 전문가들의 반론

정향매
2023년 05월 22일 오후 5:07 업데이트: 2023년 05월 22일 오후 7:46

세계 곳곳에서 풍력 발전 프로젝트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풍력 발전이 친환경적이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미국 뉴욕주 시민들은 미국 5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Lake Erie)에 풍력터빈을 설치하는 데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풍력터빈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올해 3월, 미국 뉴저지주 주민들은 주 정부 청사 앞에 모여 “돌고래와 고래가 떼를 지어 해변으로 밀려왔다”며 “해안 풍력 발전 프로젝트 개발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달, 북유럽 노르웨이에서는 원주민 사미(Sammi)족의 순록 방목지 내에 풍력 발전소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반대 시위가 있었다. 사미족은 유럽연합(EU)이 인정하는 유일한 원주민이다. 시위대는 “풍력 발전 단지로 인해 순록을 방목해서 키우는 부족 전통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위에는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참석했다. 

“풍력 발전은 환경친화적”이라는 주장은 야생 동물과 생태계에 미치는 피해를 고려하지 않았을뿐더러 ‘실제 에너지 생산 비용’도 숨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풍력 발전이 조류와 고래에 위협 초래

풍력터빈 날개(블레이드)는 새와 박쥐 등 날아다니는 생명체에 치명적이다. 새가 터빈 날개에 부딪혀 다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박쥐도 터빈 날개 회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압 변화에 압력 손상을 받을 수 있다. 압력 손상은 블레이드가 고속회전하면서 생성되는 압력에 의한 타격을 말한다. 주변 기압과의 압력 차이는 박쥐의 폐를 폭발시킬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풍력 발전 시장을 강화하기 위해 풍력 발전 기업들에게 독수리 살상에 대한 면책권을 주었다. 그 결과 미국에서 야상 독수리 살해 혐의로 기소된 형사 사건은 대폭 감소했지만, 풍력터빈에 충돌해 죽은 독수리 개체수는 많이 늘어났다고 AP 통신은 5월 18일 보도했다. AP가 입수한 미국 정부 문건에 따르면 승인됐거나 보류 중인 풍력 프로젝트 관련 허가 수십 건으로 인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독수리 약 6000 마리가 죽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발표된 한 논문에 의하면 미국에서 풍력 시설 충돌로 인해 연평균 23만4000 마리의 조류가 사망한다. 미국 전역의 풍력 발전량을 총 5만Mw으로 계산하면, 평균 4.68Mw를 발전할 때마다 새 한 마리가 죽는 것을 의미한다. 

풍력터빈을 설치하고 터빈을 작동할 때 발생하는 소음은 고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북동부수산과학센터(NEFSC) 관계자는 지난해 “뉴잉글랜드 연안의 풍력 발전 프로젝트가 이 지역 참고래 개체수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1년 약 478마리로 집계된 참고래 개체수는 11년이 지난 2022년, 350마리로 줄었다. 올해 1월 제퍼슨 반 드류(Jefferson Van Drew) 뉴저지주 하원의원(공화당)은 ‘전례 없이’ 많은 고래가 뉴저지 해변에 밀려오자 이 지역의 풍력 발전 프로젝트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풍력발전으로 인한 기후와 환경 변화 

풍력 발전소는 주변 지역의 식생과 자연 경관의 특징을 변화시킨다. 풍속을 올리기 위해 광활하고 열린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풍력 발전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개방된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런 환경 변화는 기온 상승과 습도 감소 문제를 초래한다. 

밤 시간대 온도가 높아지면 식물은 평소보다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 이산화탄소는 식물 성장에 필수적이지만, 과다하게 방출되면 식물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풍력터빈을 설치한 농업 지역 농작물 수확량 감소를 의미한다. 

2018년 한 연구에 의하면 풍력은 대기 경계층을 바꿔 기후 변화도 일으킬 수 있다. 해당 논문은 “미국 전역의 전력 수요를 풍력 에너지로만 공급하면 미국 전국의 표면 온도는 0.24°C 높아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온난화 효과는 밤에 가장 강하다. 미국에서 운영 중인 풍력 발전 단지 28곳에서 야간 온난화 효과가 관찰됐다. 

비싸고 불안정한 풍력 발전 에너지 

풍력 발전은 막대한 환경 비용을 초래하는 것뿐만 아니라 발전 단가도 저렴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에너지의 균등화 발전단가(LCOE) 측정 결과를 인용해 “풍력 발전은 석탄·가스 발전보다 저렴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LCOE는 발전원이 실제로 전기를 생산할 때 소요되는 발전 비용만을 의미하다. 전력망이 연중무휴 24시간 연속으로 전기를 생산할 때 이와 관련된 모든 비용이 LCOE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풍력 발전소는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거나 풍속이 느리면 발전량이 감소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석탄 및 가스 발전을 통해 풍력 발전소에서 생산하지 못한 전력 생산량을 메워야 한다. 석탄·가스 발전소는 멈춘 상태에서 대기할 때 24시간 연중무휴로 가동할 때보다 유지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풍력 발전의 실제 비용을 계산할 때는 이런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 옥스퍼드대 석학이 말하는 기후변화와 핵발전 이야기’로 널리 알려진 웨이드 앨리슨(Wade Allison)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2023년 발표한 논문 ‘부적절한 풍력발전(The Inadequacy of Wind Power)’에서 “풍력 발전의 효율을 100%로 가정해 계산한 결과, 바람이 10m/s로 불면 1 제곱미터당 발전량이 600w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논문).  

영국에서 건설하고 있는 이른바 ‘탄소 배출 제로 원자력 발전소’ 힐링크 포인트 C의 예상 발전량은 3200Mw. 같은 전력을 풍력으로 생산하려면 550만 제곱미터의 풍력 발전 단지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풍력터빈의 실제 효율은 35~45%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 터빈에 갇힌 에너지의 35~45%만 전기로 변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풍속이 절반으로 떨어지면 사용 가능한 전력은 8배 감소한다. 풍속이 두 배로 증가하면 전력은 8배로 증가하지만, 이때는 터빈을 보호하기 위해 터빈을 멈춰야 한다”고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