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푸틴의 달러 흔들기, 베이징도 할 수 있을까?

프랭크 셰(謝田)
2022년 04월 12일 오전 10:43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6주가 지난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대(對)러시아 제재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에는 러시아의 국채 거래를 차단하고, 러시아 정부 엘리트에 대한 금융 제재를 가하고,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과 국방자금 조달 은행인 프롬스비아즈은행(PSB)에 대한 금융 제재를 가하는 등 제한적인 조치를 했다.

전쟁이 발발한 이후 제재는 한층 더 강화됐다. 미국은 러시아 10대 금융기관과 러시아 은행의 자산을 80% 가까이 보유한 기관을 대상으로 계좌를 전면 차단·동결하고 채무와 지분을 제한하는 조치를 했다. 또 국방·항공우주·해양 분야와 관련된 첨단 기술 및 상품의 대(對)러시아 수출 규제도 실시했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핵폭탄급’ 금융제재도 내놓았다. 이로 인해 러시아 경제가 크게 약화했다.

하지만 가장 주목할 부분은 제재로 촉발된 금융전쟁이다. 서방의 제재로 루블화 가치가 한때 크게 떨어졌지만 지금은 거의 전쟁 전의 상태로 회복됐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 달러를 겨냥해 내놓은 3가지 대응책이 효과를 낸 것이다.

첫째는 러시아의 달러·유로화 채무를 루블화로 갚는 것이고, 둘째는 러시아산 석유·천연가스를 구매하는 ‘비우호국’에는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하게 하는 것이고, 셋째는 탈(脫)달러화를 가속하고 루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 등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유럽 국가들로서는 구매대금을 루블화로 결재하라는 푸틴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 미국과 서방의 제재는 독일·헝가리·바티칸 등의 타협으로 이미 구멍이 났다. 푸틴 대통령이 루블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루블화를 금과 연동시키는 것은 미국의 러시아 제재 효과를 상쇄하기 위함이지만, 러시아 대형 은행들로 하여금 금을 모아들이게 하고 국민들에게 금을 분산시키는 것은 금본위제를 위한 실험 단계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달러 지위를 흔들고 새로운 세계 패권 통화에 도전하는 출발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만약 같은 제재가 중국에 가해진다면 중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을까?

미국 정부는 5일(현지시간) 대만에 대한 9500만 달러(약 1159억원) 규모의 무기 판매안을 승인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6일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로 들며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제재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옐런 장관은 “우리의 능력과 결의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러시아 제재 못지않게 베이징을 제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베이징 당국이 버텨낼 수 있느냐, 러시아만큼의 반격 능력이 있느냐, 푸틴이 감행한 3가지 반격 조치를 베이징도 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러시아의 반격 조치가 정말로 큰 힘을 발휘한다면 중국 당국은 왜 좀 더 일찍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중국 공산당 당국이 어떤 어려움에 직면했는지, 대만에 무력 침공을 감행할 것인지, 미국·유럽과 맞설 것인지, 그리고 러시아의 침공을 계속 지지할 것인지 등에 대한 의문을 동시에 풀어줄 것이다.

중국 당국은 필사적으로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달러화의 입지를 약화하려 한다. 심지어 위안화로 달러를 대체하고 중국 공산당 주도의 ‘인류운명공동체’를 구축하려 한다. 하지만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기가 그렇게 말처럼 쉽겠는가?

중국 당국은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러시아는 풍부한 천연가스·석유 자원을 가지고 있고 또 싸게 공급할 수 있다. 게다가 유럽 국가들은 그린에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독일 등 일부 국가는 원전까지 폐쇄했다. 따라서 유럽의 수십 개국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40~100%에 이른다. 이렇듯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있지만, 중국은 이러한 조건을 구비하지 못했다. 또 시진핑은 황금 비축량을 가지고 도박을 하는 푸틴만큼 강단이 있지도 않다. 또한 중국은 러시아에 비해 유럽·미국 시장 의존도가 훨씬 높다.

물론 중국도 이런 필살기가 될 만한 핵심 자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희토류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수년간 희토류를 무기 삼아 세계 각국을 협박한 탓에 모두가 대책을 세웠다. 세계 각국이 희토류 광산을 개발하고 대체 자원을 찾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함으로써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다. 따라서 이 카드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무기화할 만한 자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정 국가를 제재하는 주요 수단은 무역을 통제하고 금융을 봉쇄하는 것이다.

무역 부문을 보면 경제 규모와 국제시장에 대한 의존도 면에서 중국의 상황은 러시아보다 좋다. 중국의 2020년 수출입 데이터에 따르면 GDP 대비 수출이 18.5%, 수입이 16%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34.5%다. 러시아는 2017년 기준 GDP 대비 무역이 47%(수출 26%, 수입 21%)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GDP 대비 무역이 23%(수출 10%, 수입 13%) 차지한다. 중국의 3분의 2, 러시아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무역 품목으로 보면 중국은 러시아보다 제재에 더 취약하다.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은 원유·정제유·화학비료·곡물·알루미늄 등이고, 수출품은 기계설비·차량·화학제품·식품 등이다. 이에 반해 중국은 주로 컴퓨터·방송기기·휴대폰·집적회로·기계부품 등 공업용 완제품을 수출하고, 원유·반도체·철광석·금·자동차 등 에너지와 원자재 및 핵심 부품을 수입한다.

중·러 양국에 동일한 제재가 가해질 경우 러시아 경제는 일자리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제조업에는 오히려 성장을 자극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난을 겪게 되고, 여기에 공업용 완제품 판로까지 막히게 돼 생산 중단과 인력 감축, 실업 등의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

중·러 양국의 서방 기술 의존도는 하늘과 땅 차이다. 러시아는 전자·컴퓨터·통신기술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어 미국과 서방의 기술 제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 중국은 전자·컴퓨터·통신기술에서 러시아를 앞서지만 이는 유럽·미국·일본·대만 등의 기술과 제품을 이용하고 심지어 표절, 베끼기, 기술 강제 이전 등의 불법행위를 일삼은 토대 위에 세워져 있다. 일단 미국과 유럽이 첨단 기술과 제품 수출을 통제하면 중국의 기술 기업들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이다.

금융 제재에 대해서는 중국이 러시아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취약하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금융제재에도 버텨내고 있고 루블화 가치 역시 전쟁 이전의 수준으로 반등했지만, 중국 경제는 미국의 대러시아 금융제재를 위반할 때 받게 되는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만으로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중국 당국이 세계 각국에 수출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라고 요구할 배짱이 있을까? 어림도 없을 것이다. 세계 각국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컴퓨터, 방송기기, 휴대폰, 집적회로, 기계 부품 등을 다른 나라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럽이 의존하는 천연가스가 있지만 중국은 그런 필살기가 없다.

중국 당국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위안화를 금과 연동시켜 금본위제를 시도할 수 있을까? 베이징 당국은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베이징 당국은 위한화를 무려 250조~300조 위안이나 찍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위안화의 금태환을 허용한다면, 현재 금시장의 금 시세인 t당 4650만 달러로 계산했을 때, 베이징 당국은 황금 84만~100만t을 준비해야 금태환 수요를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금 보유량은 1900t에 불과하고, 미국도 8200t에 불과하며 전 세계 금 보유량도 5만여t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러시아는 달러를 약간 흔들고 어느 정도 위협할 수 있지만 베이징은 그것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서방의 목줄을 쥔 에너지 자원도 없고, 서방에 대한 의존도도 높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중국 공산당 체제 내의 사람들이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기를 바란다. 만약 그들이 그것을 안다면 감히 세계와 맞서지 않을 것이고,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격동돼 덩달아 대만을 침공하는 우를 범하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이 세계는 공산주의의 잔당이 없어지면 더욱 평온해질 것이다.

문제는 중난하이 최고 지도부다. 과연 중난하이가 이런 인식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인식을 하면서도 인식과 다른 행동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는 인지부조화의 늪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