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중화권 확산 중인 ‘객관평가 시진핑’은 어떤 문건?

박상후 /국제관계,역사문화평론가
2022년 02월 13일 오후 7:52 업데이트: 2022년 02월 13일 오후 7:52

최근 시진핑에 대한 평가를 담은 문서 ‘객관평가 시진핑’이 중화권에서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약 4만 자 분량의 이 문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 미국 싱크탱크인 ‘아틀란틱 카운슬’이 발표한 ‘더 긴 전문'(the Longer Telegram)이라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보고서를 연상케 합니다.

‘더 긴 전문’은 냉전시대 소련에 대한 미국의 봉쇄전략을 구상한 조재 캐넌의 ‘긴 전문'(the Long Telegram)과 제목이 비슷한데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공산당(중공)봉쇄정책의 골자입니다.

이 문서는 중공은 그대로 존속시키되 시진핑에 대한 레짐 체인지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객관평가 시진핑’은 2022년 가을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이 3연임에 성공할지가 초미의 관심인 가운데 해외 중화권에서 발표된 문장입니다.

이 문장은 1월 19일 ‘방주와 중국'(方舟與中國)이란 익명의 작가가 ‘류위앤왕'(留園網)이란 사이트에 발표한 건데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지금 아주 관심이 뜨겁습니다.

‘객관평가 시진핑’의 전반부는 시진핑의 10년 가까운 집권 기간의 각종 정황을 회고하고 분석했습니다. 시진핑의 성격과 심리분석을 통해 정책이 실패한 개인적인 요소를 짚었습니다.

특히 시진핑 집권 2기 한 해 전인 2016년부터는 시진핑에 대한 개인숭배(造神)가 시작됐습니다. 러시아 가곡 ‘시집을 가려면 푸틴 같은 사람에게 가야지’라는 곡을 본떠 ‘시집을 가려면 시따따(習大大·시진핑 삼촌) 같은 사람에게’라는 찬양곡을 만들어 민간에 전파했습니다.

이 시기 시진핑이 신화사를 시찰하자 신화사는 ‘총서기 당시의 뒷모습에 나의 시선’이라는 헌정시를 썼습니다. 신격화의 정도가 마오쩌둥 반열이었습니다.

‘당신을 따라가면 바로 그 붉은 태양’, ‘동방은 또 붉게 타오른다’, ‘시 총서기의 은혜와 정은 영원히 잊지 못하네’ 같은 붉은 가곡이 만들어졌습니다. 마오쩌둥 이후 지도자를 위한 붉은 가곡은 금기였는데 시진핑이 이를 깬 겁니다.

외국인 유학생을 동원한 시진핑 이미지 홍보는 2015년부터 있었습니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인터뷰를 편집해 “미래에 시진핑 같은 남편을 만나면 행복할 것 같다”, “시진핑 같은 지도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노골적 찬양 발언을 내보내며 체제 선전에 이용했습니다. 중공 지도자 이미지 세탁과 함께 해외를 목표로 한 통일전선 전술을 집요하게 펼쳤습니다.

‘객관평가 시진핑’ 후반부는 시진핑의 3대 위기를 분석했습니다.

첫 번째 위기는 ‘파멸된 금실옷’으로 비유되는데 패왕의 권력을 이용해 억지로 쌓은 허구의 정치 업적을 짚었습니다. 두 번째 위기는 ‘무너진 개미둑’으로 시진핑의 권위적 정치 기초가 스스로를 붕 뜨게 만들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세 번째 위기는 ‘절대불충성’입니다. 시진핑이 중공의 전체 관료체제와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겉으로는 복종하는 것 같아도 충성도는 낮다는 겁니다.

이 글의 저자는 보시라이와 시진핑을 비교하면서 보시라이를 높이 평가합니다. 그리고 인권문제에 있어 극도로 사악한 장쩌민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 글이 중공 정치를 이해하는 데 상당히 참고할 만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20대 당대회에서 변수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 글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반(反)시진핑 노선으로 공산당을 보전하자는 논지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화교 경제학자 리헝칭(李恆青)은 지금 반시진핑 세력이 결집하고 있으며 20대 당대회가 열리는 시점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리헝칭은 이 글이 시진핑에 반대하는 논조가 분명하고 중국 내에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어 시진핑의 3연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019년 10월 1일 중국 공산당 집권 기념 행사를 맞아 베이징 톈안문 성루에 오른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 Andrea Verdelli/Getty Images

그는 “과거에는 시진핑이 모든 권력을 차지해 연임을 저지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연임이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며 “내정에서 외교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많기 때문에 20차 당대회에서 연임을 확정 지으려면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해외 반중매체인 ‘베이징의 봄’ 편집위원으로 뉴질랜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천웨이젠(陳維健)은 ‘객관평가 시진핑’의 저자가 쓴 필명인 ‘방주와 중국’이 아주 은유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천웨이젠은 필명 자체가 시진핑 체제를 평가한 뒤 중공 내 그리고 해외의 호응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객관평가 시진핑’이란 글의 내용 자체는 객관적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문제는 반시진핑일 뿐 반공이 아니라는 데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저자의 의도가 공산당의 입장에서 시진핑만 갈아치우면 된다는 겁니다.

이 글에서는 현재 정부와 당이 시진핑에게 납치당한 상태이며, 정부와 당은 시진핑 체제 아래에서 붕괴된다고 봤습니다.

또한 보시라이와 시진핑을 비교하면서 부패타도와 공동부유는 시진핑이 보시라이를 베낀 것으로, 보시라이는 지도자의 매력이 있고 서방 정치인 같은 풍모를 지녔다고 추켜세웠습니다.

천웨이젠은 ‘객관평가 시진핑’의 저자가 시진핑을 보시라이로 교체했으면 하는 희망을 품고 있으며 비록 글에서 보시라이의 공산당 찬양과 부패 청산 구호인 ‘창홍따헤이'(唱紅打黑)가 문화대혁명을 연상시킨다고 비판은 했지만 “반시진핑일 뿐 반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보시라이가 과연 서방 정치인 같은 풍모를 갖춘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다른 평가도 내려집니다.

전직 홍콩 문회보 기자 쟝웨이핑(姜維平)은 보시라이에 대해 “신용이라고는 없고 권술에 능통해 수시로 본모습을 바꾸는 인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보시라이 스스로가 검은 세력이며, 부패와의 전쟁 역시 그저 권력놀음이었다는 겁니다.

1999년 장쩌민 당시 중공 총서기가 파룬궁 박해를 시작했을 때, 다롄 시장이었던 보시라이는 파룬궁에 대한 인권탑압에 적극 가담하며 출세가도를 달렸습니다.

천웨이젠은 마오쩌둥 사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하자, 사람들은 덩샤오핑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톈안먼(天安門) 진압으로 모든 것이 빗나갔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사람들이 다시 장쩌민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장쩌민은 ‘먼성파따차이'(悶聲發大財·조용히 돈만 벌면 된다)는 슬로건으로 중공을 망가뜨렸다는 겁니다.

그후 중국인들은 다시 공청단 출신인 후진타오에게 기대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고 천웨이전은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시진핑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그가 개혁개방의 사상을 가졌던 부친 시중쉰과 같은 개혁개방 노선을 따를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엉뚱하게도 마오쩌둥으로 회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천웨이전은 “중국이 변화하려면 민족과 국가의 희망을 공산당원에게 걸면 안 된다면서 공산당은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공산당이 있는 한 사람들의 고통을 끝나지 않는다”면서 공산당은 반혁명 진압, 문화대혁명, 천안문 유혈진압 같은 원죄가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아직도 살인을 하는, 죄악이 넘치는 공산당에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환상일 뿐”이라며 “중공 역시 소련의 고르바초프처럼 총서기 명의로 공산당을 해체하고 새로 출발하면 되지만 공산당을 그대로 둔 채 하는 개혁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천웨이젠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기는 하지만 서방 측의 보이콧으로 개막식에 참가한 국가 지도자가 많지 않으며 그나마도 돈을 바라고 온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유일한 주요국 지도자였는데, 푸틴은 개막식 때 외빈석에서 졸고, 또한 시진핑이 마련한 외빈 환영 연회에도 참가하지 않는 등 챙길 것만 챙기고 귀국했다고 했습니다.

오픈소사이어티재단(OSF) 설립자 조지 소로스. | Sean Gallup/Getty Images

좌파 거물 소로스가 본 ‘중공의 열린 사회’

이 같은 중화권의 ‘객관평가 시진핑’, 바이든 행정부의 ‘더 긴 전문’과 맥락을 같이하는 게 미국 월가의 금융거두 조지 소로스의 입장입니다.

소로스는 지난 31일 “시진핑은 20차 당대회에서 연임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부동산 위기, 방역, 당내의 적들, 출생률 하락 등 여러 요소가 시진핑에 불리한 요소”라면서 중공의 온건파가 시진핑을 몰아내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베이징의 봄’ 편집위원 천웨이젠은 “1980년대 자오즈양의 개혁개방 노선의 배후에는 소로스 재단이 있었고 중공의 많은 개혁개방 프로젝트는 소로스가 지원했다”고 말했습니다.

즉 중공의 개혁개방 이후 후진타오 시절까지는 소로스의 관점에서는 열린사회였는데 시진핑이 들어서면서 닫힌 사회가 됐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소로스가 시진핑을 두고 “열린 사회의 가장 위험한 적”이라고 한 이유입니다.

‘객관평가 시진핑’은 시진핑이 설령 20차 당대회에서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2027년이 되면 전면적인 패퇴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중공 당사(黨史) 전문가로 만년의 저우언라이(周恩來)에 대해 쓴 가오원첸(高文謙)은 ‘객관평가 시진핑’을 두고 “지난해 중공 6중전회에서 당내 공방전이 있었는데, 이번에 반(反)시진핑 파벌이 내놓은 중요한 폭탄 선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베이징의 봄’ 명예 편집장 후핑(胡平)은 ‘객관평가 시진핑’을 중공 내부의 누군가가 작성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중공 체제와 당 내부에 시진핑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상후의 시사논평 프로그램 ‘문명개화’ 지면 중계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