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중국과 일본이 경제전쟁을 벌인다면?

왕허(王赫)
2021년 04월 22일 오후 9:18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7

일본의 대(對)중국 정책을 좌우하는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가 중국과의 경제적 의존 관계이다. 하지만 중일 경제가 상호 의존 관계라면 이 역시 쌍방향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국이 일본에 더 의존하는가, 아니면 일본이 중국에 더 의존하는가 하는 문제다. 하지만 일본 당국은 이 문제를 아직 전략적인 차원에서 분명히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30년을 잃어버린’ 일본은 중국과 협력해야만 ‘기술적으로 성공하고 시장에서 실패하는’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논조가 중국의 언론과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다. 또한 이를 사실로 믿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중공이 의도적으로 조작한 방대하고 정교한 거짓말에 불과하다(학술연구와 독립인사들의 견해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공 당국의 대일(對日) 정책은 언론의 선전과는 차이가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2016년 한미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결정했을 때, 중공은 미국에는 감히 반발하지 못하면서도 한국에는 한한령, 롯데그룹 보이콧, 여행 금지 등 일련의 경제 제재를 가했다. 중공은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로부터 ‘사드 3불공약’까지 얻어냈다.

이와 뚜렷하게 대조되는 사례가 있다. 2017년 12월, 일본 정부는 20억 달러짜리 ‘이지스 어쇼어’ 요격미사일 시스템 두 세트를 구매하기로 했다(2020년 6월 25일 포기하기로 공식 선언). 일본은 한국과 달리 자발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중공은 일본의 이 같은 행보가 동아시아 지역의 전략적 균형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한국을 상대했던 것과는 달리 경제적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왜일까? 최근 몇 년 동안 중공 늑대전사 외교관들은 항상 공격적이지 않았는가?

또 다른 사례가 있다. 호주가 중공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고, 국제사회에서 가장 먼저 우한 폐렴의 기원을 독자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제기하자 중공은 호주에 경제 제재로 보복했다.

중공은 어째서 일본을 특별 대우를 할까? 사실 중공은 일본만 특별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습성이 있어서 이해관계를 꼼꼼히 따져본 후에 내린 결정이었다. 중일 관계는 1995년부터 마찰이 끊이지 않았고 항상 불안정했다. 중공은 기본적으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대일 정책을 유지해왔고, 중·일 경제적 협력이 정치적 요소의 방해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주요 원인은 중공이 경제적으로 일본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는 하나의 측면에서 일본의 경제적 실력을 입증한 것이다. 이는 중국 경제가 중공이 선전하는 것처럼 그렇게 강하지 않고, 일본의 경제도 쇠락한 게 아님을 보여준다.

물론 일본 경제도 심각한 문제가 존재하지만, 중국 경제의 문제는 더욱 치명적이다. 만약 현재의 추세를 이어간다면, 일본의 경제는 예측 가능한 미래에 경제 구조 전환에 성공한 기초에서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언제든지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적인 중·일 경제 태세를 대비하면 중공이 반드시 승리한다고 볼 수 없다.

1990년대 일본 경제의 버블이 터지면서 어려운 변신의 길을 걸었다. 참고로 일본 경제학자들은 보편적으로 이것이 외적인 요소인 ‘플라자 합의’ 때문이 아니라 주로 일본 경제 자체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많은 연구는 일본 경제의 특징을 지적하고 있다.

△일본은 2000년 이후 경제적 부가가치는 제자리에서 맴돌았지만 일본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산업의 상류 핵심 기술을 장악해왔다. △일본은 십여 개 선진 산업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3위 안에 들었고, 과학기술계에서 연속 18년 동안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1980년대에 비해 일본 기업의 매출 규모는 큰 변화가 없지만 일본의 기술력은 더욱 강화됐다.

다시 말해 지난 20년은 일본이 경제적 연착륙에 성공한 20년이고, 일본이 경제 구조를 전환하고 산업을 업그레이드하고 내공을 쌓은 20년이다.

위와 같은 연구 결론은 중·일 무역 차원에서 검증할 수 있다. 아래 도표는 2000~2018년 관련 중국 공식 데이터이다.

자료출처: 중국 대일 무역 순수출 데이터

여기에 2019, 2020년 두 해의 중국 해관총서 데이터를 보완한다. 2019년 중일 무역 총액은 3,1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고, 이 중 대일 수출은 1432억3000만 달러, 대일 수입은 1,717억6000만 달러로 285억3000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2020년 중일 무역 총액은 3175억3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했고, 이 중 중국의 대일 수출은 1,426억6400만 달러, 대일 수입은 1748억7400만 달러로 무역적자는 322억1000만 달러였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두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중국은 연속 10여 년간 일본의 최대 무역 파트너였지만, 중일 무역이 2011년에 최고치인 3429억 달러에 달한 이후 지금까지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2012년 댜오위다오 사건으로 갈등이 고조돼 교역량이 줄었다. 둘째는 중국의 2015년에 대일 무역 적자가 73억달러까지 하락한 이후 다시 해마다 확대돼 2018년에는 335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중국의 수출 능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중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상품의 품목을 분석해보자. 2018년을 예로 1~5위를 차지하는 수입 품목은 전기기계 설비 및 부품이 852억 달러로 47.2%, 정밀화학제품(비료·화장품 등)이 203억 달러로 11.2%, 차량과 선박 등 운송장비가 187억 달러로 10.4%, 광학·의료기기 165억 달러로 9.1%, 값싼 기계류(금속 공작기계 등)가 149억 달러로 8.3%를 차지했다. 이 다섯 가지를 합치면 이미 90% 가까운 비율을 차지한다. 전체적으로 각종 선진기술 제품의 부품, 혹은 각종 정밀 생산 설비다.

일본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품 품목은 주로 전기기계 제품, 방직품, 원자재, 가구, 완구 등이다. 2018년 수입액은 각각 789억 달러, 218억8000만 달러, 107억5000만 달러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총액의 각각 45.5%, 12.6%, 6.2%를 차지한다.

여기에 설명이 좀 필요하다. 일본은 전기기계 제품 수입 대국이자 수출 대국이다. 그러나 전기기계 제품의 수출입 품목과 기술력은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은 기술력이 높은 정밀 전기기계 제품을 수출하고, 중국에서 기술력이 낮은 저가 제품을 수입해 사용하거나 재가공해 수출한다.

우리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일본이 중국보다 경제적,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아주 분명하지 않은가?

그동안 중일 간에 마찰이 끊이지 않았지만, 중공은 줄곧 경제·기술 협력 강화를 강조하고, ‘정경 분리’ 정책을 채택해왔다. 그 속뜻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중공의 셈법으로는 중일 관계와 중일 경제 협력 수준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적어도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현 단계에서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핵심 기술의 절대다수를 일본에서 얻을 수 있다. 둘째, 일본과 경제·무역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미국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공은 백방으로 미일 동맹을 이간질하고 약화시키려 하고 있고, 일본의 독립과 자주를 떠들면서 미일 관계를 ‘남북조(南北朝)’에서 ‘삼국지(三國志)’로 만들려 하고있다.

물론 일본은 중공의 속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본은 경제적, 기술적 우위를 이용해 중공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