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미국, 독-러 가스관 참여기업 제재 왜 풀었나…중국 노린 전략적 판단

양웨이(楊威)
2021년 05월 28일 오후 5:01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4

미 국무부가 지난 19일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 수송관 건설 프로젝트, ‘노르드 스트림(Nord Stream) 2’의 독일 기업 제재를 그만둘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노르드 스트림2 건설이 유럽의 에너지 안보와 우크라이나 및 동유럽의 안보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사업을 강력히 반대하면서도 제재 완화는 미국과 유럽의 동맹관계를 재건하겠다는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 굵직한 이슈들이 연이어 터지는 가운데 이번 발표는 상대적으로 사소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국제 관계와 관련되어 있다. 미국과 독일의 동맹 강화는 물론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과 직결된다. 이는 공산주의 중국 포위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미국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노르드 스트림 2’ 가스관, 왜 민감한가

독일은 최소 40%의 천연가스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2011년 ‘노르드 스트림 1’이 가동된 이후 ‘노르드 스트림 2’가 건설되고 있다. 총 길이 1125km의 파이프 라인은 완공되면 연간 550억㎥의 천연가스를 운송할 수 있다. 발트해를 가로질러 러시아와 독일 동북부를 연결해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 파이프라인이 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국영 천연가스회사 가스프롬(Gazprom)이 ‘노르드 스트림 2’를 독점 운영하며 공사를 감독한다. 또한 가스프롬이 투자액 95억유로(약 13조) 중 절반을 부담했으며 나머지 절반은 서양 5개사가 투자했다.

미국은 ‘노르드 스트림 2’ 프로젝트가 우크라이나를 우회해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통한 천연가스 수입을 줄임으로써 우크라이나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해당 프로젝트를 반대했다.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진군하면서 이러한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떨어지면 전쟁의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외에 다른 동유럽 국가, 폴란드 등은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또 유럽은 러시아를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해 왔는데 에너지 공급을 러시아에 의존하다 목이 졸릴 경우 위험부담이 크다. 2019년 말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노르드 스트림 2’에 대한 제재를 담은 ‘2020년 국방수권법(NDAA)’에 서명했다. 독일은 경제주권에 관한 것이라며 반대를 주장했다.

2020년 7월 미국 하원이 ‘2021년 국방수권법’도 통과시키면서 ‘노르드 스트림 2’에 대한 제재를 이어나갔고 해당 법안은 상원도 통과했다. 미국과 독일은 ‘노르드 스트림 2’와 군비지출 비율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독일이 러시아를 방어하기 위해 미군 보호를 요청하면서도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수입하는 대신 러시아에 이익을 주니 미국이 양보할 수 없다고 판단해 독일 일부에서 철수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국익’ 위해 바이든 정부 태도 전환

바이든 정부도 출범 후 ‘노르드 스트림 2’ 사업에 대해 반대를 표하며 러시아에 대한 태도가 강경해지는 모양새다. 바이든 역시 동맹관계 재정립을 표명하고 독일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새 행정부가 다시 독일에 군대를 추가로 파견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르드 스트림 2’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과 독일 사이에 있는 하나의 걸림돌이다.

독일은 G7 멤버로, 유럽에서 가장 경제가 발달한 나라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전략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과 더 많은 국제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의 더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

바이든 정부가 취임 초 중국에 대해 전략적 인내 정책을 실시한 결과 중국 공산당 정권은 미국에 대한 도전을 거듭했다. 딜레마에 빠진 미국 정부는 결국 ‘노르드 스트림 2’에 대한 제재를 포기하고 동맹관계 회복을 우선시하며 중공에 맞섰다.

이러한 결정은 당연히 수많은 미국 여·야당 인사들로부터 ‘푸틴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판을 받았다. 러시아는 당연히 환영의 뜻을 밝히며 미·러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부 장관도 “워싱턴과 파트너십을 계속 논의할 용의가 있다”며 미국이 호의를 베풀었다고 치켜세웠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 철회가 러시아의 중대한 승리라고 주장했다.

각종 의혹 제기에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이 내놓은 이유는 간단했는데, 바로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였다. 당초 미국의 제재에도 2020년 12월 말 ‘노르드 스트림 2’ 독일 구간은 완공되어 전체 프로젝트의 95%가 완료됐다.

분명한 것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으리라는 점이다 .미국은 독일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을 각각 비교한 후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美, 공산주의 중국에 맞설 긴밀한 연대 필요

미국이 ‘노르드 스트림 2’ 제재를 포기하자 독일과 유럽도 반색했다. 유럽연합(EU)은 거의 동시에 ‘EU-중국 포괄적 투자협정(CAI)’을 동결했는데, 중국에 대한 태도 표명이자 바이든 정부에 대한 답례인 셈이다.

2020년 말, EU와 중국은 EU-중국 투자협정 협상을 마쳐 취임을 앞둔 바이든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바이든은 EU가 이처럼 중대한 사안에서 미국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U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중공이 무작정 EU에 보복 제재를 가하면서 EU-중국 투자협정에 반전이 일어났다.

독일은 EU-중국 투자협정에서 가장 큰 추동자로, 시진핑과 리커창 총리는 최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통화와 회담에서 EU-중국 투자협정 추진을 계속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사실상 중국이 독일을 유럽에서의 거점으로 삼은 셈이다.

최근 독일 의회는 중국의 인권침해 때문에 독일 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런 이례적인 태도는 독일이 전향한다는 신호를 대신해서 보여준다. 독일 경제는 오랫동안 중국 공산당의 전략에 의존하며 변화를 두려워했다. 그렇다면 유럽과 미국을 분열시키고, EU를 분열시키려던 중국의 가장 큰 판돈은 곧 공중으로 날아갈 판이다.

바이든 정부가 ‘노르드 스트림 2’를 풀어준 것은 독일, 유럽과의 연대를 공고히하기 위한 것이자 이익을 러시아에 양보해 미·러 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지만, 가장 주요한 부분은 바로 중국 공산당 정권이라는 가장 크고 직접적인 위협에 맞서기 위한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9일 아이슬란드에서 만났다. | Saul Loeb/POOL/AFP via Getty Images/연합

미·러 관계 개선도 중국 때문

러시아는 크림 자치공화국을 삼켜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받아왔고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으니 ‘노르드 스트림 2’ 프로젝트는 구세주와도 같을 것이다.

미국이 제재를 포기하면 러시아는 당연히 기쁠 것이고, 러시아는 당연히 러시아가 중국에 너무 접근하는 것을 원치 않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도 알고 있다. 미·중 대결이 국제 이슈의 주축이 된 가운데 러시아는 중·러 관계를 미국과의 관계 개선 카드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이 랴오닝(遼寧)호를 파견해 대만해협에서 도발할 때 푸틴 역시 우크라이나 국경에 병력을 배치해 중국에 동조하는 듯했으나 곧 철수하면서 중국이 태평양에서 홀로 미국에 맞서게 내버려두었다.

3월에는 중국이 알래스카의 미·중 외교회담을 망친 뒤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일부러 중국을 방문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만났는데 사실상 미국과의 회담 카드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미·러 외교부 장관은 최근 아이슬란드에서 만났고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왕 부장의 ‘늑대’ 외교를 따라 하는 대신 기회를 잡아 갈등 속에서도 협력할 것을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이 정권을 수립하자, 스탈린은 한국전쟁을 부추겼다. 중·소 분쟁 후 중국 공산당은 공산진영을 배신하고 재차 미국에 의탁했다. 미·중 전면 대결이 불가피해 보이는 지금, 러시아는 자연스레 자신들을 전선에 내세우기보다 미·중 양쪽으로부터 더 많은 이득을 챙길 것이다.

미국이 ‘노르드 스트림 2’ 프로젝트 제재를 풀어주는 것은 러시아에 확실한 이득인 만큼 러시아는 즉각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미·러 외교부 장관 회담과 다음 단계인 미·러 정상회담에도 이전 냉전의 라이벌로서 양측의 관계가 결코 좋아질 리 없다는 것은 서로 잘 알고 있다. 미·중 대결에서 러시아가 중국을 도와주지 않고 수수방관한다면 미국은 미·러 관계를 적당히 풀어 ‘노르드 스트림 2’ 프로젝트 같은 경제적 혜택을 줄 것이다.

러시아는 자신의 실력을 알고 있고 러시아를 대하는 미국과 유럽의 태도도 알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거나 동유럽을 위협하거나 반대파를 암살·감금 하더라도 미국과 유럽은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며 G7+1 회담에 복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4월 G7+4 외교장관회의 태세가 이미 뚜렷해진 상황에서 러시아가 진짜로 공산주의 중국과 함께 서는 것을 택할 리 없다. 이 대결에서 최대의 경제적 이득과 서방과의 정치적 긴장 완화를 얻어내는 것이 러시아에겐 상책이다.

러시아, 공산주의 중국에 거리두기

미국·일본·인도·호주로 이루어진 4개국 협의체, 쿼드(Quad)는 현재 인도·태평양 사안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있으며, 얼마 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이 흔들리는 한국을 다잡아 중국이 고립되는 형국은 이미 형성됐다.

미국은 군사·경제·외교·방역 등 모든 면에서 중공에 전면 대항하는 연합체를 만들고 있고, 유럽 국가들도 잇달아 쿼드와 손잡아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 공산당이 승리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전 공산당 국가로서 러시아는 공산당 정권의 사악함을 알고 있을 것이며 중국 공산당이 성장하면 러시아는 이웃 국가로서 위태로워질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현재 중앙아시아를 장악해 러시아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의 덕을 톡톡히 봤지만, 구소련의 기술 역시 중국 공산당에 의해 거의 파악됐다.

비즈니스만 놓고 보면 러시아는 수시로 편법을 쓰는 중국보다는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이 더 믿음직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더구나 각국의 공급사슬이 현재 중국을 떠나고 있어 중국 경제가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에서 ‘일대일로’는 지속되기 어려워 러시아가 중국 공산당에 기대를 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역사적으로 국가 간 분쟁은 국경을 맞댄 국가들 사이에서 발생해왔다.

러시아가 미국·유럽 혹은 공산주의 중국 가운데 파트너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중국을 고르지 않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물론 러시아는 성급하게 굴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의 대(對)중국 연대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중국과 실질적인 연대도 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양자를 저울질 하면서 공산주의 중국을 하나의 카드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노르드 스트림 2’ 건설이 바로 러시아가 획득한 카드 중 하나다.

/양웨이(楊威)·재미 중국문제 전문가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