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미·유럽 VS 中 공산당·러, 치열한 갈라치기 공방전

양웨이(楊威)
2023년 04월 13일 오후 12:30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8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러시아 방문 이후,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러시아와 연대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났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또 다른 미국 압박 카드로 미국과 유럽을 이간하려 하기 때문에 러시아가 절실히 바라는 군사적 지원을 감히 하지 못하고 중립적인 자세를 보이며 중재자 노릇을 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방중을 미국과 유럽을 이간하는 기회로 삼았다. 하지만 유럽은 이를 역으로 이용해 중공이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중공과 러시아를 분열시켰다.

한편 중국 공산당의 카드로 이용당하는 것이 달갑지 않은 크렘린궁은 아직 정치적으로 사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중공의 중재에 선을 그었다. 지금으로서는 누가 누구를 이간했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공, 미·유럽 이간하려 독일·프랑스 집중 공략

미국과 유럽의 동맹 관계는 중국 공산당이 파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서방 주요 7개국(G7) 및 EU 지도자들은 매년 정상회의를 열고 주요 국제 문제를 논의한다. 러시아는 7+1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바 있지만 크림반도 침공 이후 더는 참여할 수 없다. G7은 중국도 참여시키려 했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G7 정상회의는 미국과 EU의 협력 플랫폼으로, 대체 불가하다. 최근 몇 년 동안 G7 정상회의는 인도, 한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초청했지만 중국은 아직 들어가지 못했다. G7이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하는 G20 정상회의를 추진하면서 중국이 참여했지만, G7 국가들이 의제를 주도했고 중공 지도자는 발언권이 별로 없었다. 일종의 들러리였던 셈이다.

중공은 미국과 유럽의 이런 동맹관계를 갈라놓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유럽 선진국들은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고 민주주의 체제를 공유하고 있다. 그들은 경제 세계화에서 각자의 역할이 있고, 서로 협력도 하고 공정한 경쟁도 하고 있다. 그들은 현재의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기존의 국제질서를 바꾸려는 중공의 도전에 직면한 유럽은 가장 강력한 동맹인 미국을 버리고 중공과 보조를 맞추지는 않을 것이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미국·유럽 동맹의 또 다른 연결고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나토가 부활하고 유럽은 다시 미국에 의존해 안보를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유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유럽 이간책을 쓰면서, 그들의 동맹관계가 깨뜨려지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유럽이 100% 미국 편에 서서 중공에 맞서지 않게 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영국은 이미 미국, 호주와 함께 중공을 견제하기 위한 오커스(AUKUS) 군사동맹을 결성했고 일본과도 ‘상호접근협정(RAA)’을 체결했기에 중공은 영·미를 갈라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중공은 유럽 국가 중 가장 약한 고리인 프랑스와 독일에 초점을 맞춰 유럽과 미국 사이를 이간하려 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과 동맹국이지만 각자의 이익도 있다. 프랑스와 독일 모두 미국의 보호가 필요하고 미국 시장도 필요하지만, 유럽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세계에서 더 큰 역할을 하려 한다. 따라서 ‘전략적 자율성’을 내세우며 100% 미국과 일치할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틈을 중국 공산당이 놓칠 리 없다. 과거에는 경제적 이익으로 유럽을 끌어들였지만 3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상황이 크게 반전됐다.

중·유럽 관계,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

시진핑은 여전히 중국의 큰 시장으로 유럽을 끌어들이려 하지만 중국 시장은 과거의 매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고,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세계 공급망이 큰 혼란을 겪으면서 미국과 유럽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고 특히 미국은 중국과의 공급망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EU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공급망 다각화를 추구하고 있어 미국과 전략적 방향성이 일치한다. 따라서 유럽은 미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6일 베이징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중국 의존에 따르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중국 당국은 갈수록 기술 이전 압력을 더 많이 가하고 과도한 데이터를 요구하는 반면,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한 단속은 부족하다면서 민감한 기술 유출의 위험성을 특별히 강조했다.

지난 6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한다면 유럽과 중국의 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 Kevin Frayer/Getty Images

2020년 초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19 실상을 은폐하고 바이러스를 전 세계로 퍼뜨렸고, 또 홍콩의 ‘일국양제’를 파괴했다. 중국 공산당의 이 같은 행보는 유럽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EU가 중공과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하는 미국의 방식을 따른 배경이다.

2021년 3월 EU가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이유로 중국 공산당 관리 4명과 단체 1곳을 제재하자, 중국 당국이 같은 날 유럽의회 의원과 EU 이사회 정치안전위원회 등에 보복 제재로 맞대응했다. 이 여파로 유럽의회는 그해 5월 ‘EU·중국 포괄적 투자협정(CAI)’을 보류했고, EU와 중국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더 이상 유럽을 ‘인권 교사(教師爺)’라고 감히 비방하지 못한다. 중국 당국이 EU 회원국인 리투아니아가 대만 대표처 설치를 허용한 데 대해 무역 규제로 보복한 것도 유럽이 중공에 더욱 강경하게 대응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왕이(王毅·70) 당시 외교부장은 유럽을 돌며 유럽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애썼지만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중국 당국은 또 다른 사절단을 파견했지만 아무런 말이 없는 것을 보아 뜻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중공이 러시아를 편드는 자세를 보이자 유럽은 중공을 더욱 경계하게 됐다. 2022년 4월 1일, 시진핑과 EU 지도자는 화상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격렬하게 대치했다. 그 후 중국 당국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발언 수위를 낮췄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중국 당국은 진정으로 유럽에 시장을 개방할 계획이 없고, 유럽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현재 유럽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약 4000억 유로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2022년 11월 4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유럽 지도자로서는 처음이다. 하지만 그의 방문은 단 하루에 그쳤고, 그는 곧이어 동남아 국가들을 방문해 협력 확대를 추진했다. 신화통신은 양국 정상의 회담 성과에 대해 “최대 공약수를 추구한다”, “자신을 제한하지도, 목표를 너무 높게 잡지도 않는다” “공통점은 추구하고 차이점은 남겨둔다(求同存異·구동존이)”고 했다. 이는 시진핑 총서기가 이 회담에서 한 말을 인용한 것으로, 독일 포섭이 여의치 않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2022년 11월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트위터에서 “EU와 중국의 관계는 광범위하고 복잡하다.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다룰지가 EU의 번영과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유럽은 이미 중국 당국에 강한 경계심을 갖고 있어 중국 당국도 경제로 유럽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예전 같지 않음을 알고 러시아를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EU 집행위원장 “중국은 러시아에 군사지원 말라” 경고

3월 22일, 시진핑은 러시아 방문 일정을 끝내고 크렘린궁을 나오면서 푸틴에게 “지금은 백 년간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는 대변환 국면(百年未有之變局)이다. 우리 함께 추진하자”고 말했다.

3월 21일,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회담을 마치고 시진핑 총서기를 배웅하고 있다. | Pavel Byrkin/SPUTNIK/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3월 24일,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중·러 관계의 의미와 영향이 양자 범주를 훨씬 넘어 세계 구도와 인류의 미래 운명에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신화통신의 이 분석은 미국에 전하는 것이지만 유럽에 들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중공이 미국에 대항해 러시아와 연대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러시아를 카드로 중국·유럽 관계를 회복하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 안보와 직결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EU는 이미 중국에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레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래서 중국 당국은 공개적으로 그렇게 할 엄두는 못 내지만, ‘러시아 지원’ 이슈를 유럽을 압박하는 카드로 이용하려 한다. 유럽이 미국을 따라 격렬하게 중공에 맞설 경우 중공은 대놓고 러시아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것이 시진핑의 러시아 방문이 보낸 메시지인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방중을 앞두고 이 속내가 공개되다시피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대만 문제를 제기하자 시진핑은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시진핑의 말은 더욱 모호해졌고, 심지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견해에 순순히 따르는 태도를 보였다. 유럽 지도자가 표면적으로나마 중공 지도자의 체면을 살려주는 한 양측은 서로의 관계를 쉽게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중공은 계속해서 유럽 국가들에 ‘구매 계약서’를 선물할 것이고,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도 하지 않을 것이고, 중립적인 중재자 자세를 취할 것이다.

크렘린궁은 일찌감치 중공의 노림수를 간파했다. 그래서 시진핑과 푸틴의 만남은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각자의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끝났다. 크렘린궁은 중공의 아우가 되고 싶지도 않고, 중공의 카드로 이용당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크렘린궁은 시진핑의 중재 쇼에 협조해야 했지만 중공의 중재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유럽 정상들의 베이징 방문에 맞춰 아예 중공의 중재 가능성을 배제했다. 이는 러시아가 중공의 카드가 아님을, 그리고 러시아와 거래를 하려면 크렘린궁과 직접 대화해야 함을 유럽에 알려주는 것이다.

앞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시진핑을 키예프로 초청해 중공 당국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 또한 중공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시진핑·마크롱과의 3자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할 것을 거듭 촉구하며 러시아에 직간접적으로 어떤 군사장비도 제공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그는 “침략자들을 무장시키는 것은 국제법에 위배된다”며 “중국과 유럽 관계를 크게 해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반드시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평화 계획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중공이 러시아를 카드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 것이고, 그래서 이를 역으로 이용해 중·러의 군사적 연대를 무산시키려는 것이다.

4월 6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베이징에서 열린 중·불 기업가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LUDOVIC MARIN/POOL/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유럽, 중공에 강·온 양면전략 구사

유럽 지도자들은 중공이 군사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을 원치 않기에 이 ‘레드라인’을 확고하게 지킬 것을 요구한다. 또 대만해협의 안보, 남중국해 분쟁, 무역 불균형, 중국 내 인권 유린 등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중공과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따라서 EU도 중공과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하는 정책을 쓸 필요가 있다. 중공 당국은 유럽이 일본처럼 미국과 함께 중공에 강경하게 맞설까 두려워 한다.

백악관은 미·중이 격렬히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중국과의 소통 채널을 유지하려 한다. 이 차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총서기의 러시아 방문에 앞서 통화하기를 바랐지만, 중국 당국의 고사로 불발됐다. 중·일도 대립의 길을 가기 시작했고 중공도 인질 외교에 나섰지만, 일본 외무상은 여전히 베이징을 방문해 충돌을 피했다.

유럽은 중공에 강온 양면 전략을 써왔다. 마크롱과 폰데어라이엔이 함께 중국을 방문한 것도 ‘굿캅, 배드캅’ 전략일 것이다. 중공군은 당분간은 유럽을 직접 위협하지 못하지만,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할 수는 있다. 이것이 유럽에 가장 큰 위협이다. 이 점을 잘 아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시진핑 총서기를 난감하게 만들기보다는 이 기회를 중·러를 분열시키는 데 이용했다. 중공을 중재자 자리에 올려놓아 중공이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중공의 계략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베이징을 방문해 구매 계약서 선물을 받았고 극진한 상빈 대접을 받았다. 이런 것들은 마크롱의 방중 조건이었을 것이다. 프랑스는 유엔 5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이니, 강대국 지위를 누리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공이 시장 개방을 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게다가 중국 시장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중국 인구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감한 것만으로도 국제사회가 시장 평가를 다시 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또한 중국 당국은 지난 3년 동안 제로 코로나 정책을 강행하면서 스스로 경제를 무너뜨렸다. 새로 출범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 구성에서도 개혁 개방 가능성을 볼 수 없다. 프랑스가 지금 중국으로부터 항공기 수주를 받은 것은 최상의 결과일 것이다. 계약이 최종적으로 얼마나 실행될지는 미지수지만.

중국 공산당은 이제 유럽에 더 이상 경솔하게 행동하지 못할 것이다. 유럽 지도자들도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고려해 중국 공산당에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어쩌면 양측이 모두 상대방의 동맹을 깨뜨리는 목표에 도달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분열시켰는지는 곧 판가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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