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러-우 전쟁에서 드러난 세계 군사력 1·2·3위의 맨파워와 보급

저우톈(周田)/군사전문 칼럼니스트
2022년 05월 12일 오후 10:59 업데이트: 2022년 05월 12일 오후 10:59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특별군사작전’에 돌입한 지 두 달이 훌쩍 넘었다. 군사력 세계 2위 러시아군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정보능력, 장거리 정밀타격, 공습능력, 합동작전과 지휘 등 여러 실전 분야에서 1위 미군과 적잖은 격차를 드러냈다.

아무리 우수한 전투계획과 군사장비가 있어도 핵심은 인력이다. 계획을 수행하고 장비를 운용할 인력이 없으면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여준 러시아군 병사와 장교들의 활약상은 세계 제2의 군사대국이라는 명칭에는 걸맞지 않았다.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군은 몇 차례 개혁을 추진했지만 성공하진 못했고, 그로 인해 군이 대폭 축소되고 장교들이 군을 떠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신병 모집은 쉽지 않은 데다 군대 내 괴롭힘과 오랜 부패 문제가 더해지면서 징병제도 개혁을 거듭해왔다. 현재 러시아는 적령기 남성에게 12개월 의무복무를 요구한다.

실전에 투입된 1년짜리 모병제 병력

이번 우크라이나 전장에는 12개월 단기 복무하는 병사들이 긴급 투입됐다. 이 병사들을 일선에서 직접 지휘하는 것은 계약직 사관들이다.

중국 인민해방군도 비슷한 구성이다. 중국은 원칙적으로 만 18세 이상 남성을 대상으로 의무병역제도를 운영하지만, 지방마다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실제로는 모병제에 가깝다. 인구가 많은 것도 실질적 모병제를 운영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인구가 많다 보니 병력 모집에는 당분간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다만, 청년들이 입대를 앞으로의 진로를 위한 거쳐가기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참전을 생각하고 입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미군은 전원 지원병이고 가장 말단 병사들도 봉급이 있다. 입대자들은 언제든지 참전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군의 직업화·전문화가 상당 수준으로 진행돼 있으며, 예비군 훈련도 수준 높게 유지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자금 문제로 인해 과거 구소련군 정도의 규모를 유지하진 못한다. 현재 러시아군의 현역병은 약 101만 명이지만, 여러 부대의 편제가 충족되지 않고 있다.

1차 체첸전쟁 당시 러시아군은 구소련군의 작전 방식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영국 군사전문가들로부터 ‘잘 훈련된 군대를 편성·배치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2차 체첸전쟁에서 상당수 러시아군 부대의 인원 편제가 80%에 그치면서 대대급 전술단위는 축소됐으며, 임시 조정을 거쳐 여단급 단위가 일부 완전한 대대급 단위만 짜맞춰 참전했다.

신속한 전투 투입을 위해 러시아군은 대대급 전술단위 구성을 추진했으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170개의 대대급 전술단위에서 약 120개를 우크라이나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훈련이 부족한 모병제 병사들은 실전 전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6월 24일 러시아의 75주년 전승절(제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 행사가 열린 가운데 러시아군이 모스크바 붉은 광장을 행진하고 있다. 전승절은 매년 5월 9일이지만, 올해는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다. 군 현대화 노력에도 러시아군은 구소련 시절의 영향력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 PAVEL GOLOVKIN/POOL/AFP via Getty Images=연합

실력 발휘 힘든 상황 속 계약직 사관들

단기간 복무하는 모병제 병력에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러시아군의 계약직 사관들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이들은 직업군인이지만, 러시아군이 구소련군에서 현대적 군대로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약을 받는다.

구소련군은 중국 인민해방군과 마찬가지로 특권층이었으며 부패가 만연했다. 장교 선발 기준은 재능이 아닌 정치였다. 소련 해체 후 지도자감이 나타나지 않자, 소련의 권력층은 군대로 눈을 돌렸다. 다만 효율적 군대 건설이 아닌 군 권력이 목표였다.

구소련의 관료주의는 러시아군에서도 지속됐다. 무기를 몰래 판매했고 자금은 끊임없이 다른 곳으로 샜다. 전문성을 갖춘 장교들은 하나둘 군을 떠났다. 군사학교들은 오랜 전통을 지녔지만 외국의 다른 군사학교들과 교류가 단절됐다.

그 결과 러시아는 지난 10년간 국방비를 꾸준히 늘리면서도 충분한 군 현대화에 도달하지 못했다. 새로 개발한 무기는 조달에 문제가 있었고 낡은 무기는 개·보수에 어려움이 컸다. 훈련 비용도 확보하기 힘들고 군부 내 부패는 발목을 잡았다.

러시아는 미국의 핵전력에 대항하기 위해 육상기지 전략 미사일과 전략 핵잠수함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육해공군은 더 많은 현대화 장비를 도입할 수 없었고 효율적인 훈련을 충분히 진행할 수 없었다. 장교들도 현대화된 전쟁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입체적 합동작전 능력 부재로 나타났다.

러시아 공군은 비교적 첨단 장비인 수호이(Su)-35, Su-34, Su-30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제공권을 장악하지는 못했다. 전투기들은 방공레이더를 피하기 위해 저공비행을 했고 심지어 재래식 폭탄까지 사용했다.

러시아 해군 순양함 모스크바호는 우크라이나의 대함 미사일 사정거리까지 해안에 접근했는데, 이는 전술 오류로 보인다. 피격 당시 함선은 미사일 방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흑해함대는 함선이 침몰 후에야 전술적 오류를 깨닫고 철수했다.

육군은 대대급 전술단위가 도로를 따라 키예프로 향할 때 측면이 완전히 노출됐고 공중 지원도 없어 여러 차례 매복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 공수부대는 최정예 전력이지만, 중화기와 공중 지원이 부족해 전투에서 여러 차례 패해 사상자가 발생했다. 심지어 수송기가 격추돼 한 단위를 통째로 잃기도 했다.

러시아군은 미사일을 많이 발사했지만, 목표 수색 능력과 적중 여부를 평가할 능력과 정보자원이 부족해 충분한 전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예상 밖 선전을 보였다. 우크라이나군의 전신은 구소련군의 일부였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미군과 NATO군은 위기감을 느껴 우크라이나군을 훈련했다.

이는 실전에서의 성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체적으로 엄격한 전술과 규율을 유지해, 신병으로 이뤄진 러시아군을 소모시키면서 자신의 전력은 보존하며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갔다. 군 전환에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게다가 러시아군은 적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했다. 패배가 누적되면서 전체적인 사기가 떨어져 병사들이 항명하는 일까지 종종 발생했다.

러시아군이 예상외로 고전을 하게 된 것은 본질적으로 인적 요인(Human Factors)이 크다. 여기에 전체적인 작전 계획과 병력 배치, 지휘, 일선 집행, 현장 상황에서의 대응 등이 뒤떨어지다 보니 우수한 성능의 군사장비도 제 효과를 내지 못했다.

러시아군이 추고르 훈련장에서 가진 군사장비 열병식 장면. 2018.9.13 | Mladen Antonov/AFP via Getty Images=연합

제대로 힘써 보기 전에 발목 잡히게 만든 보급

보급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역사적으로 막강한 군사력도 보급이 끊기면 어려움을 겪거나 후퇴해야 했다. 고대 전투에서 보급은 군량미, 사료, 화살 등에 그쳤지만 현대전의 보급은 훨씬 그 범위가 방대하다.

미군은 러시아군의 침공 계획을 사전에 파악했으며, 우크라이나군도 미군의 권고에 따라 전면 후퇴해 러시아군이 깊게 침공하도록 유인해 매복 작전을 벌였다.

이는 러시아군의 보급로가 길게 늘어지는 원인이 됐다. 길게 늘어진 보급부대는 적의 기습에 취약해지기 마련이다. 러시아군은 강력한 장갑부대를 내세웠지만, 지나치게 길게 돌진한 장갑부대는 연료를 제때 보급받지 못했고, 병사들은 연료가 떨어져 움직일 수 없게 된 탱크와 장갑차를 버려두고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

1단계 전투에서 러시아군을 가장 괴롭힌 것은 보급 문제였다. 식량도 예외는 아니었다. 굶주린 병사들로는 대규모 공격을 연속적으로 실행할 수 없었다. 이는 러시아군이 키예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를 포기한 주된 이유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군과 NATO군으로부터 끊임없이 물자를 보급받았다. 러시아군은 1단계 전투에서 이를 차단하지 못했고 2단계 전투에 돌입해서야 우크라이나 주요 철도역을 겨냥해 폭격과 공습에 나섰다. 그러나 보급로를 완전히 끊지는 못했다.

아울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지역이 아닌 러시아 내부에서도 보급에 차질이 발생했다. 자신의 보급을 유지하고, 상대방의 보급에 타격을 가하는 면을 비교하자면, 양쪽의 차이가 뚜렷하다.

우크라이나군의 보급 우위에는 미군의 도움이 적잖게 작용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미군은 참전하지 않았지만, 전쟁 발발 직후부터 보급을 개시했다. 또한 전쟁의 단계별 필요에 따라 무기와 탄약, 식량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에서 싸운다는 이점에 미국의 지원이 더해져 보급로 구축에도 유리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는 힘든 싸움을 피할 수 없었다.

군사력 3위 중국군의 인적 자질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병력과 사관의 자질 등 미흡한 인적 요인과 현대전 개념의 부재, 현대화된 장비의 효율을 살리지 못한 운용 등으로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이로 인해 1단계 전투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2단계로 넘어갔다.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 역시 소련군의 영향을 오랫동안 받았으며 실전 경험은 러시아군보다 부족하다.

인민해방군 장교들이 심각한 부패 집단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시진핑 정권 출범 후 군 최고 지도부는 줄줄이 낙마하거나 조사를 받았다. 군 서열 1위 궈보슝은 2016년 무기징역이 선고됐고, 2인자 쉬차이허우는 조사 중 사망했다.

군 현대화도 아직은 요원한 일이다. 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은 군사 강국을 선전하고 있으며 미사일 전력 강화는 일부 위협적인 성과를 거뒀지만, 전반적인 전력은 기계화만 달성했다. 디지털화에 대해서는 아직 “미래 목표”라고만 밝히고 있다.

미군이 20년 전 이라크 전쟁에서 보여준 전쟁 수행 능력만 놓고 비교해도 러시아군은 아직 따라잡지 못했고 중국군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보인다.

직접 참전하지 않았지만, 미군은 우크라이나군에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 러시아군을 어려움에 빠뜨렸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 마리우폴을 점령하며 큰 전과를 거뒀지만, 적잖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실전을 통해 세계 군사력 1, 2, 3위의 격차를 부각하고 있으며 새로운 전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