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러·우 전쟁이 중국 정국에 미치는 영향

왕허(王赫)
2022년 04월 1일 오후 12:02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1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이 사건은 중국에 지금까지 없었던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나는 공산당 내부 엘리트들의 러시아 비판이다.

중국 공산당은 전통적으로 어떤 사안에 대해 ‘정치적 접근’와 ‘학술적 접근’을 구분했다. ‘학술적 접근’을 허용하면 어느 정도 토론의 여지를 줬다. 그러나 ‘정치적 접근’은 반드시 당중앙과 일치해야 한다.

중국 공산당은 “외교에는 작은 일이 없다”고 말한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면 큰 화를 당한다는 경고다.

그래서 당국의 외교 영역은 오랫동안 학술연구 대상이 아니었고 언론도 피해야 하는 금지구역이었다. 그러나 러·우 전쟁으로 중국 공산당의 외교정책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면서 이 금지구역을 넘나드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러·우 전쟁 발발 이틀 후인 2월 26일, 난징대·베이징대·홍콩대·칭화대·푸단대 등의 역사학 교수 5명이 중국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위챗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2월 28일 베이징대, 칭화대 등 총 12곳 대학 출신의 청년 130여 명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반대한다’는 제목의 공동 서한을 공개했다. 이들은 지난 1994년 12월 중국과 우크라이나 양국이 체결한 안보 보장 약속에 대한 협약 선언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후웨이(胡偉) 교수가 기고한 ‘러·우 전쟁의 가능성 있는 결과와 중국의 선택’이라는 글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글은 미국 USCNPM(U.S.-China Perception Monitor) 중문 버전인 ‘미중인상(中美印象)’ 사이트에서 30만 뷰를 기록했고, 중국 SNS에서 수백만이 공유했다. 하지만 ‘미중인상’ 사이트는 중국 대륙에서 차단됐고, SNS에 게시된 글도 삭제됐다.

후웨이는 중국 국무원 참사실 공공정책연구센터 부이사장, 상하이시 공공정책연구회 회장, 상하이시위원회 당교 교수 등을 역임한 학자다.

그는 기고문에서 “러·우 전쟁으로 미국은 서방세계 주도권을 다시 획득하게 될 것이고, 서방은 더욱 단결할 것이며, 서방의 역량은 현저하게 성장할 것이다. … 중국은 푸틴과 함께 묶일 수 없으며, 조속히 그와 선을 긋고 세계 주류의 입장을 선택해야 한다. 서방으로부터 더 이상 고립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후웨이는 일찍이 관영 매체를 통해 “3중전회 노선과 개혁개방의 길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덩샤오핑의 집단지도 체제를 회복하고 지도간부의 종신제를 폐지할 것을 호소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은 “중·러의 전략적 협력은 제한도, 금지구역도, 상한선도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중국사회과학원 러시아 동유럽중앙아시아연구소 샤오빈(肖斌) 연구원은 기고문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중·러의 포괄적·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전쟁이 없을 때 나온 것(발상)이고, 전쟁 상태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각종 위험이 전쟁이 없을 때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중·러 관계에는 반드시 상한선이 있어야 한다. 이 상한선은 중국 인민에게 이익이 되거나 중국 인민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중국의 지식인, 엘리트 계층이 중국 당국의 정책 노선에 맞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2월 11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 ‘중국 여론: 침묵하는 다수?(Public Opinion in China: A Liberal Silent Majoriry?)’(링크)의 견해를 뒷받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워싱턴의 주류는 두려움 때문에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시진핑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지금도 중국 시민은 독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중국 국민, 특히 엘리트 계층이 당국의 정책에 다른 시각을 갖고 있어 정부의 선택을 항상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현재 중국에는 시장경제와 정치적 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 이들의 여론 조성 파워는 시진핑에게 정치적 도전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간, 당국의 말처럼 “중앙의 중요 방침을 ‘함부로’ 논하는 것(妄議)”이 정치적 죄목이 돼 사람들이 감히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일부 정책은 이미 ‘엘리트 계층’의 이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들이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금의 상황은 1911년 신해혁명 당시와 매우 흡사하다. 당시 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혁명당 사람들의 힘이 강해서라기보다 청나라 조정을 지지하던 입헌당(立憲黨) 사람들(주로 신사 계층)이 정치적으로 전향하면서 혁명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또 다른 영향은 진퇴양난의 정국이다.

중국 당국의 대러 전략에는 러시아를 끌어들여 미국을 약화시키려는 장기적인 계략이 숨어있다.

물론 대러 전략은 역사적 단계에 따라 달랐다.

1989년 중·소 관계가 정상화된 이후 덩샤오핑(鄧小平)이 정한 대(對)러시아 방침은 “악수만 하고 포옹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주도권을 잡고 러시아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지 러시아에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992년 중·러는 서로를 “상호 우호국가로 간주한다”고 선언했고, 1996년에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수립했고, 2011년에는 ‘평등한 신뢰, 상호지원, 공동번영, 세대우호의 포괄적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또 2019년에는 ‘중러 신시대 포괄적인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동맹을 맺지 않는다”는 상한선을 돌파하지는 못했다.

러·우 전쟁이 시진핑 당국에 미치는 충격은 외부에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다. 미국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수잔 셔크(Susan Shirk)는 시진핑은 현재 소련이 붕괴할 당시 덩샤오핑이 맞닥뜨렸던 상황과 비슷한 중대한 역사적 고비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련이 미소 냉전에서 패배하자 덩샤오핑은 서방과의 대결을 촉발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자제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시진핑이 그런 선택을 할까?

시진핑은 러시아를 지원하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끼는 듯하다. 러·우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시진핑은 푸틴 대통령과의 공동성명(2월 4일)에서 나토의 확장에 반대한다는 러시아 측을 처음으로 공개 지지했다. 시진핑은 또 특별히 “양국의 우호관계에는 제한이 없고, 협력에는 금지구역이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또한 시진핑은 현재 ‘100년 만에 찾아온 대변화’를 맞고 있고 ‘동방이 뜨고 서방이 지는(東升西降)’ 형국이어서 중국의 경제 규모가 빠르면 2028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미국과 실력을 겨룰 만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시진핑과의 영상통화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그에 따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중 간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 당국의 도전을 허용할까?

2월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중난하이에서 긴급 밀실 회의를 열고 베이징이 푸틴을 어느 정도 지지해야 하는지, 중·러 관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은 지금 ‘신의(信義)에 기반한 결혼’이 아닌 ‘전략적 결혼’ 관계인 양국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두고 심각하게 갈등하고 있다.

이는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의 정견(政見)이 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단순한 정견의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러시아를 지원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국운(國運)과 당운(黨運)이 걸려 있는 문제인 동시에 시진핑의 3연임이 걸려 있는 문제다. 러·우 전쟁으로 베이징 당국은 현재 진퇴양난에 빠졌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강력한 반부패 캠페인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여러 세력 집단을 건드렸다. 이 때문에 시진핑 반대 세력들이 줄곧 보복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제 러시아 지원 문제가 나오니 시진핑을 공격할 무기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각 세력들은 사태를 부채질하고, 막전막후에서 힘겨루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러·우 전쟁 발발 이후 국제적으로는 중국 당국이 러시아를 지원할지에 관심이 쏠려있고, 중국 내에서는 대중은 물론 엘리트 계층, 심지어 공산당 최고 지도부까지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정국에 파장이 일고 있다.

러시아 지원 여부에 중국 공산당의 명운과 중화인민공화국의 국운이 걸려 있다. 시진핑 당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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