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경쟁이냐 투쟁이냐..2022년 미중관계 관전 포인트 5

류정엽 객원기자
2022년 01월 4일 오후 9:58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2:40

지난 2021년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줄곧 평행선을 걸으며 대립 구도를 보였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중국과의 관계가 나아질 것이라는 일부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지난해를 돌이켜 보면 더욱 가중된 불확정성으로 인한 난제들이 양국 관계의 개선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미중 관계를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면 좋을지 5가지 관점에서 추려 봤다. 5가지 관점은 2022년 미중 관계는 물론 국제 관계의 방향을 상당 부분 결정할 것이며 올해의 미중 관계의 초점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1.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완화될까?

지난 2021년 하반기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부과한 관세에 대해 감면 또는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이는 지난해 3월 말 캐서린 타이 USTR 대표가 “미국은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당장 철회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됐다.

양국은 지속되는 갈등 국면에서 경제 정책을 조율하고자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타이 USTR 대표는 중국 대미 무역협상 대표 류허(劉鶴) 부총리와 화상 통화를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양국 경제 관계 및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며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무역 갈등이 촉발된 뒤 바이든 정부 들어 최초로 경제 방면에서 고위급 회담이 이루어진 것이다. 트럼프 정부 시절 2020년 1월 양국은 1단계 무역 합의에 도달하며 반년마다 회담을 하기로 했으나 8월 이후 경제 분야에서의 양국 접촉은 없었다.

하지만 오래간만에 이루어진 경제 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타이 USTR 대표는 대중 통상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1단계 무역합의를 준수하라고 중국에 촉구했다. 합의는 중국이 2020~2021년 미국산 제품을 2017년보다 2000억 달러 더 구매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2800억 달러어치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축소하거나 철회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2019년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25%로 부과한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월부터 30%로 인상하는 한편 3천억 달러 규모에 대해서는 9월과 12월 각각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뒤늦게라도 이를 이행하기 위해 2천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을 늘릴지 주목된다. 중국이 이를 이행한다면 미국은 관세를 인하 또는 철폐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취임 후 미중 무역 전쟁을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관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은 끊임없이 미국에 관세 철폐를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1차 무역 합의에 대한 약속 이행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자발적으로 관세 철폐를 할 리 만무하다. 미국이 최근 관세 인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중국이 한 발 뒤로 물러나 합의 이행을 할 의사가 있는지를 시험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2. 중국, 미국에 온화한 태도 가능할까?

2021년 내내 중국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미국에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방식으로 양보를 강요했다. 2020년 하반기 무렵부터 작년 초까지 중국 관영매체를 중심으로 미국을 겨냥한 ‘동승서강’(東昇西降·동쪽은 뜨고 서쪽은 진다)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기도 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1월 고위급 간부회의에서 “우리는 100년 만에 큰 변화를 겪고 있다”며 “시기와 정세는 우리 쪽에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심각한 오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1월 12일 신화통신은 ‘미국 등대의 몰락’(論美國燈塔的倒掉)이라는 논평을 통해 “미국은 실패한 나라”, “망하는 나라”, “세계를 이끌 수 없는 나라”로 표현했다. 같은 날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도 미국은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불안정한 요소”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를 돌이켜 보면, 중국의 이러한 대미 강경 발언은 미국을 오히려 자극한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공산주의 체제 유지면에 있어서 자국민들을 오히려 단합시키는 도구로 삼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 열린 19기 6중전회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시진핑 주석은 신년사에서 “중국 공산당 19기 6중전회에서 당의 세 번째 역사 결의가 채택됐다. 100년의 업적이 사람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100년의 경험이 사람을 이끌었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추스(求是)는 2022년 1월 1일 자 보도에 6중전회에서 시진핑이 연설한 내용을 게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6중전회에서는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 집정 시기에 이어 사상 3번째로 ‘역사결의’가 채택됐다. 당시 중국 관영 언론 신화통신은 “시진핑 동지를 당중앙과 전당의 핵심 지위로 삼고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지도적 지위를 확립했다”며 ‘시비어천가’를 불렀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슬로건으로 미국의 제재 속에서 공산당은 이에 ‘선제적’으로 맞서 ‘결연히’ 투쟁한다는 중국몽(中國夢) 전략을 시사한 것이다.

결의에는 신민주혁명의 위대한 승리, 사회 혁명과 건설, 개혁개방 및 사회주의 현대화, 중국식 신사회주의 시대, 과거 당의 노력의 역사적 의의, 과거 당의 노력의 역사적 경험, 신시대 중국 공산당 등 7개 부분으로 구성됐다. 시 주석은 “역사 결의는 지난 100년간 당의 주요 업적과 역사적 경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중국 특색을 지닌 사회주의의 새로운 시대를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중국식 사회주의의 가장 큰 강점으로 “당이 정치적 리더십의 최고 권력자라는 점”을 꼽았다.

2020년에도 중공의 대미 태도는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비롯한 제30차 전국대표대회 등 큼지막한 대내외 행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반미 선전에 있어서는 어느 시기에서는 일시적으로 후퇴하거나 미국과 협력 모드로 잠시 선회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3. 미국, 중국과 ‘경쟁’과 ‘격렬한 경쟁’ 사이에서 갈등

이념부터 완전히 다른 중국의 대미 강경책은 미국으로서는 골칫거리임에 분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집권 2주가 지난 뒤 공개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경쟁’ 전략을 언급했다. 중국을 ‘가장 격한 경쟁자’로 묘사하는 한편 ‘미국에 맞서려는 야망을 키우고 있다며 미국은 새롭게 진보하는 권위주의에 직면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공개적으로 중국과 대결구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신냉전’을 부인해 왔다. 바이든의 이러한 스탠스는 자극을 최소화하여 예상치 못한 충돌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측면에 입각해 ‘경쟁’과 ‘격렬한 경쟁’ 사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내내 중국은 빈번한 도발과 레드라인 문제가 거론되어 왔다.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해협, 인권 문제 등에 대해 미국은 중국을 향해 강경한 조치를 취했다.

올해 11월 8일 미국은 중간선거를 치른다. 하원의원 435석을 비롯해 상원의원 100석 중 34석, 39개 주지사 선거가 실시된다. 여당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중 행보가 자칫하면 중간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해에도 미국은 ‘경쟁’과 ‘격렬한 경쟁’ 사이에서 고민할 것이며, 하나를 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내 여론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쟁’이라는 두 글자는 그렇게 존재할 것이다.

4. 미국과 중국, 군사적 양보 가능할까?

2022년 미중 간의 군사적 대립은 양보 없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 군사 수뇌부들은 중국을 겨냥한 발언들을 연신 쏟아오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취임 이후 중국이 “계속되는 도전”이라고 거듭 강조오고 있으며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중국의 극초음속 활공체인 DF-ZF(WU-14) 실험을 두고 ‘우려’를 표명하며 중국의 빠른 군사력 확장을 두고 “현 상황이 스푸트니크(sputnik) 순간에 매우 가깝다”고 했다.

지난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던 자국군을 철수시켰다.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자국군 배치를 확대하여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제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발적으로 중국과 ‘충돌’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중국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기대도 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만해협 도발 횟수는 전례 없이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 크리스마스 중국은 랴오닝호를 띄워 미국과 일본에 위협적인 성탄절 선물을 안겼다.

앞서 시진핑 주석은 2035년까지 중국의 군사력을 현대화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에는 중국의 군비 확대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로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부 갈등이 일어날 것이며, 이에 중국 당국은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내부적으로도 군사 통제를 실시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당내 분파 행위를 “가차 없이 결연히 조사해 처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미국은 일본, 영국, 호주, 프랑스, 인도, 캐나다, 독일과 함께 인도태평양 방어선을 강화하는 한편 영국과 호주와 함께 오커스(AUKUS)를 출범시켰다. 올해에도 미국은 이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념이 같은 국가들과 군사적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 힘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이 핵전쟁을 방지하고 군비 경쟁 확대를 지양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핵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한 성명에는 핵무기는 방어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를 계속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5. 미국과 동맹국 간의 대중국 협력 범위는…

일본은 대만해협과 동중국해에서 도발하는 중국으로 인해 위협을 느끼고 있다. 또한 일본은 미국처럼 중국이 자국 기술을 훔치는 것에 극도로 신경을 써 왔다.

올해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경쟁이 더욱 심화될지 지켜볼 만하다. 특히 쿼드(Quad)에 속한 미국, 일본, 인도, 호주는 상호간의 군사, 감염병 예방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공급망 구축에서도 함께하기로 했다. 미국은 동남아 국가들에까지 쿼드 확대를 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G7 및 미-유럽 동맹이 심화됐다. 반면, 중국과 유럽의 투자협정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양측 정상회담마저 연기됐다. 유럽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앞세우며 중국과 대립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말 터져 나온 러시아로 인한 우크라이나 문제로 인해 올해는 미국과 유럽 관계가 더 가까워지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기능이 중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럴 경우, 자국 주재 대만 대표처에 ‘대만’표기를 허용하며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리투아니아와 같은 국가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이 기사는 량웨이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