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中 공산당 ‘전랑’ 외교관들은 어떻게 양성됐나?

쑹탕(宋唐)
2021년 07월 9일 오후 9:55 업데이트: 2021년 07월 10일 오후 4:14

일반적으로 외교관은 늘 온화한 모습을 보이고 비굴하거나 거만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공산당 외교관들은 이런 전통적인 ‘외교적 품위’를 내팽개치고 걸핏하면 극도로 흥분해서 국제사회와 맞섬으로써 ‘전랑(戰狼·전쟁늑대)’으로 불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전랑은 어떻게 양성됐을까?

블룸버그 통신의 피터 마틴 기자는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중국의 민군: 전랑외교 만들기(China’s Civilian Army: The Making of Wolf Warrior Diplomacy)’라는 책을 저술했다. 지난해 창간한 인터넷 신문 더와이어차이나(The Wire China)가 최근 마틴을 인터뷰했다.

인터뷰에서 마틴은 “중국 외교관들이 ‘전랑’ 분장을 하고 세상에 맞서는 것은 그들에게 처음부터 군대처럼 엄격한 기율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관들은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충성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중국공산당은 서방의 정치제도를 분석했고, 그 결과 중국공산당이 국제사회가 대대적으로 책임을 추궁할 일을 저질러도 서방이 약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처벌을 받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인터뷰에서 마틴은 중국 외교관에게 흔히 나타나는 고질병 중 하나는 다른 나라들도 공산당 통치하의 중국처럼 일인자를 움직이기만 하면 전체 시스템을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기구, 군대화돼 엄격한 기율 적용

마틴은 또, 중국의 각 부서와 위원회 중에서도 외교부는 매우 특별하고 그들 나름의 독특한 군대문화가 있어 중국 외교관들이 사복 입은 군인처럼 행동하게 한다고 했다.

마틴은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중국공산당 외교의 초석을 놓았고, 외교부에 군사기율을 확립했으며, 중국공산당 정권 수립 후 ‘군사 투쟁은 끝났지만 중국공산당의 국제적 평판을 높이고 정권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선언했다고 했다. 중국 외교관은 공산당에 충성해야 하기 때문에 엄격한 기율을 준수해야 하고, 중국공산당의 이익이 도전받을 때는 전투정신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 당국은 처음부터 정권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했고, 외부 세계를 경계하며 고도의 비밀을 유지해왔다. 그로 인해 중국 외교관들은 많은 기밀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함께 움직여야 하고, 담화 및 행동 규칙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 이는 모두 1949년 중국공산당 정권 수립 후 만들어진 것으로, 우리는 지금도 그 그림자를 볼 수 있다.

마틴은 공산당 체제는 중국 외교관의 행동 상한선을 설정해 그 틀에 따라 행동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외교관들은 독자적인 ‘순간 대처 능력’이 부족하고 대화를 주도해야 한다.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정부에 대한 그들의 충성도를 상관이 어떻게 평가하는가 하는 것이다.

마틴에 따르면 공산 중국과 세계가 빈번히 충돌하는 지금 중국 외교관들은 중국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보다 중국공산당의 안전을 유지하고 공산당 정치 제도가 올바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마오쩌둥이나 시진핑 등 공산당 최고 지도자를 지지하는 거창한 성명을 자주 발표한다. 그들은 중국공산당에 대한 비난이 합리적이더라도 본능적으로 반박한다. 국내에 공산당의 약한 모습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양제츠(楊潔篪)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인용할 수 있고, 완벽한 영어로 사람들과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어 매우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미중 알래스카 회담에서 양제츠는 ‘전랑’을 연기했고, 자신의 이미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 높여 미국을 비판했다.

시진핑, 다시 강경 노선으로 선회

마틴은 중국공산당 외교는 모두 이익 최대화에 맞춰져 있어 때로는 강경하고 때로는 무엇이든 논의할 수 있는 태도를 보인다고 했다.

중국공산당은 정권 수립 초기에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외교 관계가 없었고, 외부 세계에 정권의 합법성을 증명해야 했고,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세계와 무역을 해야 했다. 따라서 폐쇄적이고 편집증적인 정치 시스템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도 보다 개방적인 방식으로 외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했다.

이것이 바로 저우언라이가 1950년 중반 인도와 협의해 채택한 ‘평화공존 5원칙’이다. 그는 반둥회의(아시아-아프리카 회의)에서 이 원칙을 재천명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공산당의 행동은 ‘평화공존 5원칙’과 상충한다. 중국 관영 매체가 외국 정치 제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외교부 대변인이 미군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했다고 주장하는 것 등이 실례다. 이러한 행태는 중국공산당이 줄곧 내세운 “주권 존중”과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일을 관리할 권한이 있다”는 발언과 맞지 않는다.

마틴은 1989년 톈안먼 대학살 이후 몇 달 동안 중국 외교관들이 그들의 딱딱한 껍데기 속으로 움츠러들고 비정상적으로 변해 서방과 부딪쳤다고 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제 발전을 위해 더 나은 국제적 환경이 필요해지자 베이징 당국은 영토 분쟁을 중단했고 심지어 톈안먼 대학살에 대한 서방의 비판도 무시했다.

그러나 오늘날 시진핑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시진핑은 계속해서 당의 경제 및 사회에 대한 통제를 공고히 하려고 한다. 시진핑은 중국공산당이 신장에서 시행하는 정책은 “절대적으로 정확하다”고 하고, 중국이 2050년까지 세계 문제에서 핵심적 지위를 차지할 것이고 중국은 한 치의 영토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결의하는 등 다시 강경 노선으로 돌아섰다.

서방의 유화 정책이 중공의 자신감 유발

마틴은 최근 홍콩 민주화 운동 탄압, 신장의 인종 멸절 정책, 남중국해 인공섬 군사화 등 중공이 취한 일련의 조치와 관련해 “중공은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이 행동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이유가 두 가지라고 했다. 하나는 베이징이 더욱더 ‘자신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서방 사회가 말로만 비난할 뿐 행동을 취할 배짱이 없어 베이징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공의 이러한 믿음은 서방의 정치제도, 특히 미국의 제도를 분석한 결과다. 그들이 도출한 결론은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서방이 과감한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서방은 시리아 문제에 ‘레드라인’을 설정했지만 진정으로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하는 것을 보고도 저지하지 않았고, 최근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베이징은 ‘우리는 당과 국가의 역량과 세계 2위 경제체를 가지고 있는데 서방 국가들이 우리의 야심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중국 외교계 인사들까지도 중국공산당이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제 갈 길을 고수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바이든 정부가 쿼드(Quad·4개국 협의체) 회원국, G7 국가 등과 함께 베이징을 포위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베이징은 여전히 인도와 호주 등에 경제적 수단으로 보복하고 있는 것 등이다.

특히 유럽이 2008년 금융위기 후 베이징에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다. 중국이 EU와 7년 동안이나 투자 협상을 했다는 것은 중요한 외교적 승리다. 이는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 전략을 미국이 반대하는 것을 막았고, 중국과 유럽이 FTA 협정을 맺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는 베이징 당국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실질적 성과다. 그러나 베이징 당국이 EU 입법자들을 제재하면서 투자 협정은 이미 동결됐다.

마틴은 2012년 이후, 특히 지난 18개월 동안 중국공산당의 ‘자신감’이 치솟았는데, 이는 1980년대 말 이래로 보지 못한 변화라고 했다. 중국공산당은 국제 시스템이 현재 변화하고 있으며, 중국공산당은 이러한 변화의 주요 수혜자인 반면 미국은 실패자라고 보고 있다

중국 외교관들, 미국 시스템 잘못 이해

마틴은 중국 외교관이 저지르는 고질적인 실수 중 하나는 다른 나라들도 중국공산당처럼 일인자만 움직이면 전체 시스템을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중국공산당은 트럼프 정부의 최고위층 인사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면, 트럼프 정부와 그 지지 세력의 전체 시스템의 운용 방식을 위에서부터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그 인사가 트럼프든 그의 사위 쿠슈너든, 혹은 영국의 총리 존슨이든 상관없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로 대표되는 포퓰리즘의 부상과 중국공산당에 대한 반격, 그것을 구동하는 힘 대부분은 아래에서 나오고, 유권자 혹은 풀뿌리 운동에서 나오고, 지방 시장이나 주(州) 정치인 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어서 베이징 당국이 몇몇 공화당 엘리트 혹은 전 대통령의 사위와 통화하거나 회의를 연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에 대한 중국 외교관들의 몰이해는 그 뿌리가 깊다.

또한, 중국 외교관들은 바이든이 취임하면 바로 트럼프의 대중 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국 외교관들에게 바이든 정부에 대한 소감을 물어봤을 때 그들은 “우리는 정말 매우 놀랐다. 새로운 정부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이 아닌가? 왜 더욱 유화적인 노선을 취하지 않는가? 그들은 단지 트럼프의 방식을 반복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워싱턴이나 유럽의 수도에 거주하며 잠재적인 정치 규칙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배를 조종하는 사람은 한두 사람이 아니며, 대중과 엘리트들의 관념 변화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차이나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