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중국 스파이 공작에 대응하는 ‘대만판 CIA’ 국가안전국

최창근
2023년 02월 16일 오후 4:15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4:14

대만해협을 가운데 두고 중국과 마주한 대만은 중국 정보기관의 스파이 활동에 직접 노출되어 있다.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 국무원 국가안전부를 위시한 중국의 대(對)대만 공작에 대응하는 대만의 대표적인 정보기관은 국가안전국(國家安全局‧National Security Bureau)이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하여 대만으로 천도한 중화민국(中華民國) 국민당(KMT) 정부는 대륙 시절 방대한 정보기구를 운영했다. 대표적인 기구는 국민당 중앙집행위원회 조사통계국(약칭 ‘중통’)과 국민당 군사위원회 조사통계국(약칭 ‘군통’)이다.

결과적으로 국민당은 제2차 국공내전(1946~49년)에서 중국 공산당에 패하였고 그 원인 중 하나로 국민당 내 중국 공산당 스파이들이 꼽힌다. 첸좡페이(錢壯飛), 슝샹후이(熊向暉), 지차오딩(冀朝鼎), 국민당 국방부 작전청장으로 화이하이(淮海) 전역에서 국민당군을 전멸시킨 궈루구이(郭汝瑰), 선안나(沈安娜) 등 ‘전설적’인 간첩들이 암약했다.

패전 후 장제스는 대만 타이베이 위안산(圓山)에서 중국국민당 중앙위원회 정치행동위원회를 발족했다. 대륙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정보‧방첩 기관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대만 천도 1년 후인 1950년 장제스는 총통부(總統府) 기요실(機要室) 산하 조직으로 자료조(資料組)를 설립했고, 장남 장징궈(蔣經國)에게 책임을 맡겼다.

이후 1954년 10월 기요실 자료조는 ‘국가안전국’으로 확대 개편되었으며,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빗대어 ‘CCIA’라 불렸다.

타이베이시 북부 양밍산(陽明山)에 본부를 둔 국가안전국 초대 국장으로는 군관학교(黃埔軍官學校) 12기 출신으로 국방부 참모차장(합참부의장)을 지낸 정제민(鄭介民) 중장(中將)이 임명됐다.

창립 시 국방회의(國防會議) 소속이던 국가안전국은 1967년 국방회의가 국가안전회의로 명칭을 바꾸면서 그 산하 기관으로 바뀌었다. 이후 1994년 국가안전회의조직법과 국가안전국조직법이 공식 시행되어 법적 기구로서 자리매김했다.

국가안전국은 국장 1인 예하에 3인의 부국장, 1인의 주임비서(主任秘書)가 있다. 국장은 특임(特任‧장관급 정무직)급 문관(文官) 내지는 현역 2급상장(二級上將‧중장~대장)이 보임된다. 부국장은 정무부국장 1인, 상무(사무)부국장 2인으로 임명되며 중장(소장~중장) 혹은 부처 차관급에 해당하는 간임(簡任‧문관 최고 등급) 14급 공무원으로 임명된다. 부국장보(輔) 역할을 수행하는 주임비서는 중장 내지 간임 13급으로 보임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밖에 주임비서와 동급의 특파원(特派員) 3인을 두고 있다. 특파원은 국내외에 주재하며 공작 업무를 총괄한다.

내부 공작 조직은 총 8개 처(處)와 1개 센터(中心)로 구성된다. 세부적인 임무는 ▲제1처: 국제정보공작 ▲제2처: 중국 본토 정보공작 ▲제3처: 중화민국 자유지구(대만, 펑후, 진먼, 마쭈) 정보공작 ▲제4처: 국가전략정보 연구 분석 ▲제5처: 과학기술정보 및 통신보안 공작 ▲제6처: 암호 및 장비제어, 연구 ▲제7처: 사이버처 ▲감찰처: 내부 보안, 방첩 ▲합동정보대응센터(情報聯合應變中心): 공개정보 수집·분석 등이다.

지원 조직으로는 3처(인사처, 회계처. 정풍처), 3실(비서실, 통신실, 총무실)을 두고 있다. 해당 처‧실의 책임자는 현역 소장(少將‧준장~소장)이나 간임 13급 공무원으로 임명한다.

이 밖에 교육훈련센터, 통신과학기술센터, 특종근무지휘(特種勤務指揮)센터 등 3개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국가안전국장이 센터장을 겸임하는 특종근무지휘센터는 총통‧부총통과 가족, 핵심 막료, 총통‧부총통 후보 등의 경호를 맡고 있다. 센터에는 2인의 부센터장을 두고 있으며 1인은 총통부 시위장(侍衛長‧경호처장) 겸직이다.

국가안전국의 업무 영역은 ▲국가안전 정보 ▲특수근무 및 집행 ▲암호통제 및 연구개발 총괄 등 3가지 분야로 나뉜다.

대만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안전국은 국방부 산하 군사정보국‧정치작전국‧통신발전실‧군사안전총대(軍事安全總隊)‧헌병지휘부, 내정부 경정서(경찰청)‧출입국이민서, 해양위원회 해양순방서(해양경찰청), 법무부 조사국 등 정보‧방첩 기관을 통합 조정 지원한다.

1949년 양안 분단 후 중국과 수십 년간 첩보전을 치르고 있는 국가안전국의 대중국 정보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국가안전부 소속 직원은 공개된 인원 기준으로 1500명이며, 군사전략 전문가 출신으로 주유럽연합(EU) 및 벨기에 대표부 대표, 외교부 상무차장을 역임한 차이밍옌(蔡明彥) 국장이 지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