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국 도움으로 유엔 제재 위반 지속” 영국 싱크탱크

윤건우
2020년 03월 9일 오후 3:37 업데이트: 2020년 03월 9일 오후 5:57

북한의 수자원 수출을 허용하는 등 중국이 유엔 제재를 피하도록 북한을 돕고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런던의 국방안보 싱크탱크인 ‘합동군사연구소(RUSI)’는 5일(현지시간) 위성사진과 ‘상업용 선박정보 및 선박자동식별 시스템(AIS) 등을 분석한 보고서(PDF)를 발표했다.

AIS는 선박의 종류와 위치, 침로(나침반 방향) 등 관련 정보를 위성 및 전파 장비로 포착해 인근의 항로표지로 자동 전달하는 장비다. 일반적으로 선박 간 충돌을 막기 위해 위치 신호를 내보내는 데 사용된다.

합동군사연구소 보고서는 “북한의 대형 화물선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NSC) 결의를 위반하고 중국에 석탄을 계속 운반하고 있다. 이는 핵무기·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북한에 부과된 제재를 피하려는 광범위한 상호 협력적인 노력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중국 저장성 연안 저우산(舟山) 군도 주변 중국해역에서 석탄 및 기타 제재 품목을 적재한 여러 척의 북한 선박을 포착했다. 이들 선박은 중국의 해운 터미널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저우산에는 중국 이민해방군 ‘동해 함대’ 소속의 구축함과 호위함, 코르벳함이 정박하는 해군기지가 있다. 이 밖에도 중국 해안경비대와 중국 해양안전청, 주산항만청이 운영하는 시설도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합동군사연구소는 위성사진 판독으로 이를 확인하고 “그렇게 많은 군대가 주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선박이 위장용 AIS 신호를 전송해도 아무런 저지도 억류 조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북한 선박은 유엔 안보리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2016년 북한이 두 번의 핵실험과 20여 차례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3월에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로 그 첫 단추를 끼웠다.

기존에 채택했던 4개의 대북 제재 결의 수준을 능가하는 역대 가장 강력한 조치를 담은 것으로 평가된 2270호는 △북한을 오가는 화물에 대한 의무검색 및 북한 선박 31척의 자산동결 △석탄과 철, 철광석의 수출금지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 외교관 의무 추방 △제재 대상 단체의 해외사무소 폐쇄 등이 명시됐다.

북한 수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석탄에 대해 수출 금지를 제정했지만, ‘민생목적일 경우 예외를 허용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북한의 석탄 수출이 오히려 늘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2207호의 허점으로 인식됐다.

결국 같은 해 11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321호는 북한 석탄의 전면 수출 금지 대신, 수출에 상한선을 두는 등 2320호의 허점을 보안했다.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2017년 8월 북한의 수출 금지 결의안 2371호(링크) 채택으로 이어졌다. 석탄 수출 전면 중단을 결정했고, 철광석과 해산물도 수출 제제 대상 품목에 올랐다.

같은 해 12월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원유 수입을 겨냥해 대북 결의 2397호(링크)까지 더해 대북 정유제품 공급 한도를 종전 연간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제한했다.

2397호에는 유엔 회원국들이 결의에서 금지한 불법 활동을 하는 믿을 만한 근거가 있을 때, 자국의 항구와 영해에 있는 선박을 ‘나포, 검색, 동결(억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중국 정권은 북한 선박에 아무런 방해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는 것처럼 보였다.

보고서는 “올해 2월 1일 세계표준시간(UTC) 03:40, 중국 해양 감시선은 한 무리 북한 선박을 통과했다”는 근거를 제시하면서, 중국의 가장 중요한 해군기지 주변 해역을 북한 선박이 드나드는 것은 북한의 핵 개발 저지를 위한 안보리의 결의안을 따를 의사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북한 선박이 유엔 제재를 위반하고 선박 대 선박 해상 환적을 한다는 ‘2019년 유엔 보고서’(링크) 주장도 보고서는 뒷받침해 줬다.

유엔 보고서는 북한이 2019년 첫 4개월 이내에 연간 50만 배럴의 상한선을 위반하고 같은 기간 총 93만 톤의 석탄을 수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북한 선박들이 베트남 북부 해안과 저장성의 주요 항구 도시 닝보 앞바다에서 옮겨 실었다고 보고했었다.

합동군사연구소는 2019년 5월 10일, 저우산 군도 근처에서 적재 플랫폼이 있는 정체불명의 북한 선박을 발견했다. 중국 바지선이 AIS 신호를 끄고 북한 선박을 향해 접근하는 정황도 관찰됐다. 며칠 후 추적 시스템에 중국 바지선이 잡혔는데 양쯔강을 따라 화물 취급 시설로 향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중국은 유엔 보고서에 대해 유엔의 주장이 모호하다, 증거나 근거가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연구소는 보고서에 제시된 증거가 중국의 행동을 개선하기에 불충분하다면 “중국에 안보리 의무를 이행하도록 유도할 더 이상의 증거를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중국의 반응에 주목했다.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이번 보고서는 워싱턴에 소재한 첨단국방연구센터(C4ADS)가 북한이 ‘모래를 공급 판매 또는 양도’를 금지한 2017년 유엔 결의안을 위반했다는 보고서를 낸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국방연구센터는 “2019년 3월과 8월 사이에 중국해역에서 출발한 대규모 함대가 북한 해주만에서 모래를 준설하고 운반하는 것을 관측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국방연구센터에 제시한 AIS 데이터 분석을 통한 관측값이 실제 북한에서 수출한 모래량이 얼마나 정확하게 일치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