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전문가들, 포괄적인 대북정책의 핵심 요소로 ‘인권문제’ 제기

이연재
2022년 06월 9일 오후 3:49 업데이트: 2022년 06월 9일 오후 3:49

지난 8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소와 한국의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공동으로 ‘북한의 난제: 인권과 핵안보의 균형’ 출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신기욱 스탠퍼드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소장,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북한인권특사, 오준 전 주유엔 대사, 김민정 세이브엔케이 부대표,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에 출간된 책 ‘북한의 난제: 인권과 핵 안보의 균형’에는 북한 인권 개선과 비핵화 추진 방안 그리고 두 사안의 연계 방안에 대한 관련 분야 전문가 13명의 제언이 담겼다.

이 책은 스탠퍼드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가 주최한 북한 인권 관련 워크숍의 결과를 담아 지난해 발간된 ‘The North Korean Counndrum : Balancing Human Rights and Nuclear Security’의 번역본이다.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번역본 발간에 참여했다.

신기욱 스탠퍼드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좌)과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우)가 발언하고 있다. | NTD

신기욱 스탠퍼드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현재 자유주의와 권위주의 진영 간 국제질서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이어 “북한 인권과 안보는 분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지난 시간의 경험과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며 대북정책의 핵심 요소로서 인권의 역할을 강조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이날 영상 축사를 통해 “북한에 인권을 촉구하는 것은 한미 양국이 함께 추진해온 정책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정상회담에서 이를 강조하기도 했다.”고 설명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준 전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대사(좌)와 김민정 세이브NK 부대표(우)가 발언하고 있다. | NTD

오준 전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대사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한국 정부의 세 가지 접근 방식을 제언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체제 비난에 이용하는 것도, 대북관계 개선을 위해 이를 거론하지 않는 것도 모두 북한 인권문제의 정치화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면서  “비정치적 접근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과 제도에 근거한 북한 인권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인권재단 설립 등 북한인권법에 명시된 조치를 이행하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전 대사는 또 북한 인권 문제는 남북 간 대화보다는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단체들의 관련 활동을 지원하면서 간접적으로 북한 인권 개선을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정 세이브엔케이 부대표는 북한 인권 개선 방안으로 “‘보편적 관할권’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대표는 2021년 2월 독일 법정이 전직 시리아 정보기관원에 대해 4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한 것을 언급하며 “직접적인 피해자인 탈북민이나 단체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보편적 관할권 적용을 위해 민간과 정부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편적 관할권은 범죄 발생 장소, 범죄자 또는 희생자의 국적에 관계없이 범죄행위의 성격만을 근거로 어느 국가든지 행사하는 형사 관할권을 말한다. 실제로는 대상자의 신병을 확보한 국가가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이 보통이다. 테러, 제노사이드(집단살해)와 고문 행위를 규율하는 다자협약은 이러한 행위들을 보편적 관할권이 적용되는 국제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김 부대표는 이어 “한국 영화, 오락물 등을 통해 북한 주민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북한에 가치 중심적인 정보도 보낼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북한 정권이 체제 안정을 위해 핵을 빌미로 북한 주민과 대한민국을 인질로 삼고 더 나아가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를 협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와 같은 인질정책으로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권과 핵문제는 분리할 수 없다. 결국 인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핵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북한 인권 문제는 여행용 가방에 넣었다가 핵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 가방을 열어서 잠시 테이블에 올려놓고 해결될 듯 보이면 다시 가방에 넣는 주제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인권 문제가 핵과 안보 문제에 방해물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