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복판 “중화인민공화국 창건일 경축” 현판…논란 끝에 ‘서둘러’ 철거

애나 조
2019년 09월 27일 오후 4:49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8

국군의 날을 앞두고 부산 시내에 설치된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70주년 경축’ 현판이 예정일보다 닷새 빠른 26일 오후 철거됐다.

6·25전쟁 당시 중공군을 투입해 많은 국군 전사자를 낸 중화인민공화국의 기념일을 국군의 날에 맞춰 축하하는 게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판에 인쇄된 중화인민공화국 국기 오성홍기가 훼손되는 등 시민 반발도 잇따랐다.

해당 현판은 한중우호친선협회(회장 서의택) 측이 지난 18일 부산시청 허가를 받아 부산진시장 육교, 문현동 로터리, 부암동 육교 등 부산 시내 3곳에 설치한 것으로 오는 10월 1일까지 걸릴 예정이었다.

중화인민공화국 창건일 경축 현판. 오성홍기가 훼손된 채 걸려있다. | Epoch Times

부산시청 측은 “문구에 문제가 없었다”라고 해명했지만 10월 1일 국군의 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걸린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축하 현판은 나라를 지키느라 희생한 순국선열에게도 면목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민 반응이었다.

현판을 접한 시민들은 “UN 공원에 참전한 분들 묘지도 있는데 빨리 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군의 날, 적군인 중화인민공화국 창건을 축하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6·25전쟁과도 연관돼 좋지않다”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군의 날은 6·25전쟁 당시 부산 낙동강 방어선까지 몰렸던 국군이 전세를 뒤집으며 38선을 다시 회복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지정됐다. 부산은 머나먼 타향까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참전했다 전사한 유엔군이 잠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역 인사들도 현판 설치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안병길 전 부산일보사 사장은 25일 페이스북에서 “국군의 날을 기념하는 현판 하나 못 내걸 망정 한국전쟁 당시 적국의 오성홍기가 부산 한복판에 나붙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안병길 전 부산일보 사장이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 | 인터넷 이미지

그는 “국군의 날에 한국전쟁 당시 우리 국군과 싸운 중화인민공화국의 창건을 기념하는 오성홍기를 유엔참전국 용사들이 잠든 부산에 내건다는 것은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26일 당내 회의에서 “민간단체에서 요청을 했다고 하더라도 부산시에서 이것을 승인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은 “부산시는 즉각 이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현판을 떼고, 그 자리에 대한민국의 자유를 또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다가 산화하신 군인들, 국군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도 ‘국군의 날’ 현판을 달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현판설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만든 포스터 | 인터넷 이미지

이날 부산시청을 항의 방문한 재향군인회 부산지회 배권효 안보부장은 “부산시청 담당자가 문구 자체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고민 끝에 허가를 내줬다지만, 6.25 남침 주범인 중공군의 중화인민공화국 창건을 경축한다는 건 (현판의) 공공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라며 말했다.

재향군인회 측은 26일까지 부산시에서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27일 오전 강제철거라도 나서겠다고 밝히자 결국 부산시 측이 26일 밤 8시 자진 철거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한편, 이날 SNS를 통해 빠르게 소식이 퍼지면서 주무 부처인 부산시청과 한중우호친선협회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에서 시청에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불통 상태가 지속됐다.

26일 밤 현판이 철거된 육교. | Epoch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