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층 표심 누가 잡을까…후보 4인, 정치·외교 주제로 격돌

이윤정
2022년 02월 26일 오전 5:55 업데이트: 2022년 02월 26일 오전 11:04

중앙선관위 주관 2차 TV 토론…격한 발언·날 선 공방
“권력 구조 바꿔야” 이구동성…개편 방안 4인 4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월 25일, ‘정치 분야’를 주제로 2차 법정 TV 토론을 벌였다.

대선을 10여 일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1차 토론 때보다 수위 높은 공세를 펼치며 부동층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토론은 ‘권력 구조 개편’ ‘남북 관계와 외교 안보 정책’ 등을 주제로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마포구 SBS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권력 구조 바꿔야한다” 한목소리…방법은 제각각

첫 주제인 권력구조 개편을 두고 네 후보는 이구동성으로 “바꿔야 한다”면서도 구체적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견해차를 드러냈다.

추첨으로 정해진 발언 순서에 따라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심상정 후보는 “승자독식 사회를 이끈 35년 양당체제,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며 “대통령이 되면 개헌 이전이라도 권력 분산을 위한 실천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총리국회추천제로 국정의 중심을 청와대에서 국회로 옮기고 선거제 개혁으로 5000만을 골고루 대변하는 국회를 만들고 다당제하에 책임 연정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철수 후보는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돼 계속 실패한 대통령이 나왔다. 결선 투표제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선거제에 대해 “거대 양당이 아니라 다당제가 가능한, 그래서 민심의 구조 그대로 국회 의석이 가능한 제도로 바꿔야 한다”며 “중대선거구제도 있고 비례대표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후보는 “정치인들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며 “거대 양당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다 보니 잘하기 경쟁보단 상대방 발목 잡아 실패를 유도하고, 그러면 기회가 온다. 이런 구조를 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도를 개혁해서 제3의 선택이 가능하게 해야 된다는 걸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각 정치 세력이 실력을 연합해서 발휘할 수 있는 통합정부와 국민 내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권력 구조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면서 “선거를 앞두고 권력 구조, 개헌 담론이 나오지만 늘 선거 후에는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총리, 장관의 일을 구분해서 대통령은 대통령이 해야 할 일에서만 분권형으로 일을 해야 한다. 민간 전문가들을 모시고 민관 합동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서 이분들과 대통령의 국정 어젠다를 설정하고 관리·점검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 분야 토론 장면 | 화면 캡처

尹 “위성 정당으로 뒤통수” 李 “국힘이 먼저 시작”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위성 정당’ 문제를 놓고 맞붙었다.

윤 후보가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한 담론, 개헌으로 이어지는 담론들이 국민 의지를 살펴서 논의해야 하는데,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1차로 3선 이상 금지한다는 등 어떻게 보면 정치쇼에 가까운 주장을 했고 민주당 내에서도 지지를 못 받았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중요한 개헌 담론들을 선거를 불과 열흘 앞두고 전격 제안해 정권교체라는 거대한 민심 흐름을 정치교체라는 프레임으로 치환하는 선거전략으로 악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민주당은 선거 열흘을 앞두고 정치교체를 한다는 자체부터 실천하지 못하는 정당이란 것을 입증했다. 지난번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며 정의당의 협조를 받아서 해놓고 바로 위성 정당을 만들어 정의당을 뒤통수치고 배신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위성 정당 문제는 국민의힘이 먼저 시작해서 민주당은 어쩔 수 없이 따라간 것”이라며 “저는 당시에 내부적으로 ‘국민의힘에서 시작해도 우리(민주당)는 따라가지 말자’고 주장했다가 관철이 안 됐는데 국민의힘이 먼저 한 것을 어떻게 민주당이 먼저 했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격했다.

이어 “(윤 후보가) 모르고 그러는지 알고도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며 “국민의힘이 먼저 위성 정당을 만든 것을 사과할 의향이 없냐”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저는 그때 정치를 안 했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이 반대했다. 그런데 이걸 패스트트랙으로 밀어붙여 통과시킨 것”이라며 “원래 선거제도는 여러 당이 합의해야 하고 의석수로 밀어붙인 역사가 없다. 무리한 선거법 개정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쳤다.

安 “단일화 이미 결렬”…李 향해 “말 바꾸기는 치명적”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토론 장면 | 화면 캡처

심 후보는 “시대정신은 다원적 민주주의”라며 “다원적 민주주의와 후보 단일화는 양립할 수 없다. 단일화는 힘센 정당이 힘이 약한 정당을 사실상 굴복시키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와 안 후보를 향해 “양당 후보 단일화 논의가 있었는데, 아직 단일화가 열려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안 후보는 “이미 다 결렬됐다고 선언했다”고 답했고 윤 후보는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저희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제가 윤 후보에게 경선하자고 제안을 드렸었다”며 “거기에 대해 생각이 없으시면 그건 이미 다 끝난 일”이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아울러 “그건 분명하게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조국 사태’를 언급하며 이 후보에게 언행일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조국 사태를 두고) 마녀사냥이라고 했는데, 대선 후보 선출 이후 ‘공정성에 대한 기대를 훼손해 사과드린다고 했다’고 말했다. 왜 말이 바뀐 건지 설명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조 전 장관에 대해 수사 중일 때는 실체를 알 수 없으니까 수사의 폭력성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던 것”이라며 “저도 당했던 마녀사냥이다. 재판이 확정되고 범죄혐의가 분명할 때는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에 안 후보는 “정치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게 언행일치 아니겠냐”며 “도덕적 기준의 일관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저 나름대로는 지난 10년간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원칙은 손해를 볼 때라도 지키는 것이 그 원칙이 힘을 가지게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것은 지도자로서 치명적인 결함”이라고 꼬집었다.

외교·안보 정책 공방

후보들은 외교·안보 정책과 남북 관계 해법에 대해서도 격론을 벌였다.

이 후보는 “무력으로 억지해서 전쟁에서 이기는 건 하책이다. 다 부서지고 죽고 이기면 뭐 하나”라며 “중요한 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고 더 중요한 건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평화”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 국가, 해양세력과 대륙 세력이 충돌하는 지점이 가진 나라의 운명이 있다. 힘이 없고 지도자가 무능하면 양쪽에 휘둘려 쇠락의 길을 걷는다”며 “위협하고 거칠게 대해서 전쟁의 위험을 제고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평화는 힘에 의한 억지력에서 나온다. 우리가 1950년대에 북한의 침략에 대해서 힘으로 억지할 능력이 있었으면 6·25와 같은 참극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며 “상대 비위를 맞추고 굴종하고 이렇게 해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안보는 민생과 경제 번영의 기초가 된다”며 “북한에 집착한 정부의 외교기조는 미·중·북·일 모두로부터 외면당해 왔다. 그래서 원칙과 당당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튼튼한 한미동맹을 중간에 놓고 기본적으로 다른 여러 동맹국의 보편적인 가치, 그리고 또 규범에 입각해 외교정책을 시행하는 원칙을 가져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서는 진정성을 가지지만, 북핵 문제나 도발에는 단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외교·안보에서 지도자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다”며 “특히 분단과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대한민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외교를 국내 정치에 끌어들이는 포퓰리즘과 결별하겠다. 반미·반중·반일을 정치에 이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尹 거칠고 난폭” vs “李 안보관 걱정”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토론 장면 | 화면 캡처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도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 후보는 “전쟁은 정치인이 결정하고 전장에서 죽는 건 젊은이라는 얘기가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나토가 가입해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해 결국 충돌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러시아 침공은 강력히 규탄해야 하지만, 외교 실패가 전쟁을 부른다는 극명한 사례다. 전쟁이 경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며 “윤 후보는 너무 거칠고 난폭하다. 선제타격은 전쟁 개시인데 이런 얘기를 쉽게 한다. 이제는 우크라이나 사태도 있는데, (기존 입장을) 자제하고 철회할 생각 없나”라고 물었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안보관이 부족하고 내용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평화는 확실한 억지력을 가져야만 유지되는 것이고, 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하고 그 의지를 보일 때만 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 식의 유약한 태도로는 오히려 더 평화가 위협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고 서로 보는 각도가 다른데, 종이와 잉크로 된 협약서 하나로는 국가 안보와 평화가 지켜질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를 지킬 확실한 힘과 강력한 동맹이 있어야 하는데 우크라이나는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며 “협약서에만 의존했는데 지금 민주당 정부나 이 후보가 저렇게 종이와 잉크로 된 종전선언을 강조한다. 북한이 핵 개발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선언을 강조하는 자체가 우크라이나와 동일한 위협을 줄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이 후보는 “윤 후보는 정말 전쟁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같다. 한반도 전쟁의 위기가 고조된다고 이미 말한 바 있다. 원인 중 하나가 윤 후보”라며 “윤 후보가 너무 자극적이어서 북한이 군사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데, 말을 세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대비는 철저히 하고 외교적으로 소통을 잘하면서 관리를 해야지 큰소리 뻥뻥 친다고 되느냐. 이런 걸 갖고 ‘안방 장비’라고 한다”고 받아쳤다.

이에 윤 후보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저런 말을 해서 군 통수권자와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참 많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장동 놓고 재격돌·난타전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대장동 특혜 의혹을 두고 1차 토론 때보다 한층 수위 높은 발언을 주고받으며 정면충돌했다.

윤 후보는 대장동 녹취록에서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을 전면 부인한 것, 이날 오전 언론에 공개된 이른바 ‘버려진 대장동 문건’ 등을 거론하며 “이 후보의 주장이 완전히 허위로 드러났다. 그동안 한 말들이 전부 사실과 다르지 않나”라고 따졌다.

그러자 이 후보는 “그들에게 도움을 준 것은 윤 후보다. 저축은행 수사 봐주지 않았나. 그들한테 이익 본 것도 윤 후보고 그 녹취록이 맞는다면 거기에 본인이 죄를 많이 지어가지고 구속돼서 바로 죽을 사람이라고 돼 있다. 책임이 더 크다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윤 후보는 “(녹취록에) ‘윤석열 죽을 것’이라고 하는 얘기는 벌써 다 나온 것”이라며 “제가 중앙지검장 때 법관에 대해서 많이 수사하고 기소해서 나중에 보복당할지 모른다는 그런 얘기인 게 이미 다 언론에 드러났다”고 되받아쳤다.

이 후보는 “다른 사건은 기소하면서 왜 대장동 대출만 봐줬나. 삼부토건은 왜 봐줬나”라며 “윤석열 게이트다. 윤석열이 몸통이다”라고 몰아붙였다.

윤 후보는 “제가 성남시장을 했나, 경기 지사를 했나, 관용 카드로 초밥을 먹었나”라며 “마치 이완용이 안중근에게 나라 팔아먹었다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 대구지검으로 좌천돼 있을 때인데 상식적으로 제가 어떻게 몸통이 된단 말이냐”고 반박했다. 아울러 녹취록을 언급하며 “이재명 시장이 모든 걸 설계하고 기획하고 도장 찍은, 이재명 후보가 몸통이라는 게 명백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법정 TV 토론회는 ‘사회 분야’를 놓고 3월 2일 마지막으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