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위성TV 대주주 류창러 주식 매각… 홍콩 언론의 ‘중앙기업화’ 가속

강우찬
2021년 04월 21일 오전 9:32 업데이트: 2021년 04월 21일 오전 9:56

홍콩 봉황위성TV는 대주주인 류창러(劉長樂) 전 회장이 소유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여러 홍콩 언론들이 현재 (중공의) 중앙기업 쯔징문화그룹과 인수합병을 협의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홍콩 언론들의 ‘중앙기업화’ 행보가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봉황위성TV의 17일 발표에 따르면 봉황위성TV의 전 회장이자 대주주인 류창러가 지난 16일과 17일 그의 봉황위성TV 주식 37.93%를 매각했다.

이 중 21%는 쯔징문화그룹 홍콩이 6억 4000만 홍콩달러(약 917억)에 샀고 나머지 16.93%는 친베이징 성향의 사업가인 팬지 호(何超瓊)가 이사장으로 있는 씬더(信德)그룹이 5억 1600만 홍콩달러(약 739억)에 사들였다.

류창러가 현금화한 금액은 총 11억 5천여만 홍콩달러(약 1647억)다. 이로써 류창러는 소유하고 있던 봉황위성TV 지분을 거의 모두 매각하게 됐다. 또한 중앙기업 쯔징문화그룹 홍콩이 봉황위성TV의 최대 주주가 됐다.

류창러의 이번 매각 소식에 중국의 독립 언론인 황융창(黃永)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봉황위성TV 주주가 된 두 기업엔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류창러가 자신이 보유한 봉황위성TV 주식을 모두 팔았는데, 이것으로 중공의 홍콩 언론 통제가 더욱 강화됐음을 알 수 있다.

류창러의 지분을 사들인 두 기관 중 한 곳은 쯔징문화로, ‘문화중앙기업’으로 불리며 해당 기업의 책임자는 중국에서 부성장과 정법위 서기를 지낸 사람이다.

씬더그룹 역시 친중 성향의 마카오 ‘도박왕’ 스탠리 호(何鴻) 가문의 기업”이라고 말했다.

중앙기업의 빈번한 홍콩 매체 주식 매수

2019년 홍콩에서 ‘중국 송환 반대’ 항의 운동이 발생한 이후 중국 자본 기업이 홍콩에서 언론을 대량 인수하고 있다.

한 달 전에는 알리바바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지분 100%를 매각해 쯔징문화 홍콩에 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후에도 쯔징문화그룹이 홍콩 케이블TV의 치우다창(邱達昌) 총재와 합작을 협의 중이며, 위핀하이(于品海)와도 인터넷 매체 ‘홍콩 01’ 인수를 협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황융창은 “이번 (류창러의) 지분 매각은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류창러는 이미 지난 2월 봉황위성TV 경영진에서 물러나 회장과 행정 총재를 맡지 않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두 직무 역시 중국 본토에서 온, 체제 내 두 명이 맡게 됐다. 중공이 봉황위성TV의 관리권 박탈과 지분 변경을 통해 류창러와 그 가족을 봉황위성TV에서 완전히 몰아내고 더욱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월 26일 류창러는 자신이 설립한 봉황위성TV 행정총재직을 내려놓았고, 해당 직위는 상하이 동방위성TV 편집국장, 상하이시 정부 대변인, 시 정부 공보실 주임을 역임했던 쉬웨이(徐威)가 맡았다. 상근 부총재에는 쑨위셩(孫玉勝) 전 CCTV 부국장이 선임됐다.

홍콩 민영 언론 및 출판사도 ‘중앙기업화’

쯔징문화그룹은 지난 2월 홍콩에서 설립된 ‘문화중앙기업’으로, 공동출판그룹, 쯔징잡지사, 인떠우(銀都) 기관, 중화문화성 및 싼롄(三聯)서점 등 현지 4대 중국 자본 출판사를 관리하다 홍콩 현지 언론을 인수 합병했다.

허베이(河北) 언론인 송(宋) 씨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류창러가 소유하고 있던 봉황위성TV의 모든 지분이 반드시 개인 소유인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쯔징그룹은 국가 자본 기업으로, 봉황위성TV를 회수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홍콩 언론의 다음 단계인 ‘중앙화’는 하나의 추세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출판사를 포함한 모든 민간 매체가 ‘중앙화’되어 본토와 마찬가지로 통일적으로 관리되거나 어쩌면 내륙보다도 더 가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개자료에 따르면 류창러는 중공의 문화대혁명 때 입대한 뒤 1980년부터 중앙인민방송국 군사팀 기자로 활동했다.

10년 뒤 홍콩에서 봉황위성TV를 경영했으며, CCTV가 봉황위성TV의 주식을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2011~2012년 봉황위성TV가 당시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당서기의 업적을 크게 치켜세우면서 보시라이와 류창러의 관계가 외부의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