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 해제된 엡스타인 문서, 부유층과 권력층 혐의 드러냈다

보웬 샤오
2019년 08월 12일 오후 7:38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후 12:03

기소된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된 약 2000페이지 분량의 문서가 그의 사망 하루 전인 9일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봉인 해제된 이 문서에는 수많은 부유층과 권력층에 대한 혐의 사실들이 드러났다.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성인 버지니아 주프레(Virginia Giuffre)의 소송 관련 법원문서에는 엡스타인의 밀매조직 연루자 명단과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에 대해 세부사항이 적혀 있었다.

이 법원문서는 맨해튼 연방 항소법원이 봉인 해제한 것으로 엡스타인 사건이 시작된 이후 13년 만에 가장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며, 엡스타인이 뉴욕과 플로리다 팜비치 등 여러 곳에 있는 자기 소유 저택에서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학대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주프레는 2016년 증언에서 “나는 영국 사교계 인사인 맥스웰의 지시를 받아 여러 남자와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기슬레인 맥스웰은 앱스타인의 전 여자친구다.

명단에는 빌 리처드슨 전 민주당 뉴멕시코 주지사, 토머스 프리츠커 하얏트 호텔스 상무위원장, 조지 미첼 전 미 상원의원, 모델업계 이사인 장뤼크 브루넬, MIT대 교수를 지낸 인공지능 분야 과학자 고(故) 마빈 민스키, 자산 매니저인 글렌 더빈 등이 포함됐다.

기록에 따르면 주프레는 멕시웰의 지시를 받아 성관계를 가진 인물들에 대해 “영국의 앤드류 왕자 외에 ‘다른 왕자’도 있으며 엡스타인의 전 변호사 앨런 더쇼비츠, 외국 대통령들과 세계 지도자들이 있다”고 진술했다. 또 기억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프레는 “분명히 있지만 이름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서에 이름이 적힌 사람 중 지금까지 기소된 인물은 아무도 없었으며, 본지는 이들과 이메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누구에게서도 응답을 받지 못했다.

주프레가 맥스웰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은 양측이 비공개 금액으로 합의하면서 2017년에 끝났다.

문서에 따르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국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엡스타인의 개인 섬을 방문했다.

주프레는 17세 때 엡스타인과 함께 섬을 방문했으며, 섬에서 지내는 동안 맥스웰에게서 “엡스타인이 사준 검은색 헬리콥터”를 타고 클린턴을 태우러 갔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녀는 또한 “클린턴과 함께 엡스타인의 비행기를 탔다”며 “비밀 경호국 요원들이 비행기에 타고 있었지만, 우리와 같은 공간은 아니었다”고 했지만, 클린턴이 자신이나 다른 사람과 성행위를 했다고 진술하지는 않았다.

클린턴은 지난 7월 성명에서 이 섬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9일 봉인 해제된 법원 문서에는 엡스타인과 그의 성매매 조직과 관련해 또 다른 충격적인 주장들이 들어 있었다.

엡스타인의 전 저택관리인인 후안 알레시는 맥스웰이 엡스타인의 저택에 머물던 10년 동안 마사지 치료사라며 들어온 여성이 “아마도 100명이 넘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대부분 어린 소녀인 마시지 치료사는 맥스웰, 엡스타인과 그 친구들이 데려왔으며, 맥스웰 등이 “지인과 마사지사를 연결해서 각자의 집으로 보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마사지가 끝난’ 엡스타인의 방을 청소하면서 버려진 성인용품을 봤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저택관리인 리날도 리조는 “15세 스웨덴 소녀가 맥스웰이 여권을 훔치고 협박해 엡스타인과의 성관계를 강요하는 말을 했다고 나에게 말했다”며 눈물과 함께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어린 소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말 그대로 떨고 있었다”면서 부모에게 연락했느냐는 질문에 소녀는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처지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엡스타인은 지난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달 6일 체포돼 기소됐으나 혐의를 거부해왔다.

그는 11년 전에도 미성년자의 성매매 혐의 1건과 미성년자의 성매매를 공모한 1건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무죄를 주장했다가 나중에 혐의를 인정했으나, 13개월 형의 가벼운 형을 선고받아 ‘특혜’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 엡스타인은 지난달 18일 보석 심판에서 변호사들과 귓속말을 나누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였으며, 당시 재판을 담당한 맨해튼 연방법원 리처드 버만 판사는 도주 가능성 등을 이유로 보석을 기각하고 다음 재판을 2020년 6월 8일로 예정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