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구조대원이 개발한 ‘꽃모양 부표’가 역파도에 휩쓸린 6살 아이 살렸다

이서현
2020년 07월 28일 오후 6:00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1:52

바다에서 역파도에 휩쓸린 어린이가 특수 개발된 부표 덕분에 무사히 구조됐다.

지난 19일 오후 2시께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가족과 함께 오리 튜브를 타고 놀던 6살 A군은 갑자기 발생한 역파도에 휩쓸렸다.

이안류라고도 부르는 역파도는 짧은 시간에 매우 빠른 속도로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흐르는 폭이 좁은 해류다.

해수욕을 즐기다가 거의 직각으로 덮치는 역파도에 휩쓸리면 순식간에 먼바다로 끌려나가게 된다.

성인도 거슬러 헤엄치기 어렵다 보니, 대부분 해안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A군도 당시 수심이 깊은 먼바다 쪽으로 계속 떠내려갔다.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가족들도 살려달라고 소리치며 발만 동동 굴렀다.

쓰나미 키트를 이용한 구조 상황 재연 | 황민선 대장 제공=연합뉴스

천만다행으로 한동안 떠내려가던 A군은 해수욕장에 설치된 부표에 손이 닿았다.

A군은 제트스키를 탄 119 대원들이 올 때까지 부표를 잡고 무려 6분가량을 떠 있었다.

6살 아이가 부표를 잡고 긴 시간 버틸 수 있었던 건 특수한 모양 덕분이다.

만약, 둥그런 모양의 보통 부표였다면 고사리손으로 잡기조차 쉽지 않았을 터.

기존 인천중구청 안전부표 | 황민선 대장 제공=연합뉴스

하지만 A군이 잡은 부표는 주변에 꽃잎 모양으로 부력 벨트 6개가 부착돼 있었다.

팔목이나 겨드랑이를 벨트에 낀 채 매달리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안전하게 떠 있을 수 있게 설계됐다.

일명 ‘쓰나미 키트’로 불리는 이 부표는 베테랑 잠수부인 황민선 한국구조연합회 인천지역대 대장이 개발했다.

황 대장은 30년간 성수대교 붕괴, 괌 대한항공(KAL)기 추락, 천안함 침몰 등 크고 작은 사건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쳤다.

그는 천안함 사고 때 구명장비가 있었더라면 조류에 떠내려간 장병들이 살 수 도 있었을 거라는 안타까움에 키트를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키트는 이달 초 을왕리해수욕장에 처음 도입됐고, 그의 바람처럼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천안함 침몰 당시 황민선 대장(첫번째 사진 왼쪽 3번째)과 현재 모습 | 황민선 대장 제공=연합뉴스

그는 “쓰나미 키트 덕분에 6살짜리 아이가 구조됐다는 소식을 듣고 벅찬 마음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라며 “그동안 쓰나미 현장을 다니면서 구조되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들을 많이 봤는데 어린아이가 살았다는 게 너무 기뻤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휴가철 급증하는 물놀이 사망사고 예방을 위해 전국의 많은 해수욕장에도 쓰나미 키트가 설치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쓰나미 키트는 개당 150만원으로 기존 안전부표 설치비용 36만원 4배에 달한다.

해수욕장 전역을 방어하려면 쓰나미 키트 25개를 설치해야 하고 4천만원 가량 비용이 발생한다.

인천중구청은 을왕리해수욕장에 시범 설치된 쓰나미 키트의 효과를 살핀 뒤 확대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