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보다 못한 홍콩? 홍콩기자협회장, 공무 집행 방해 혐의 기소

최창근
2022년 09월 21일 오후 2:15 업데이트: 2022년 09월 21일 오후 3:10

9월 19일, 론슨 챈 홍콩기자협회(HKJA) 협회장이 전격 기소됐다. 공무 집행 방해 혐의이다.

홍콩프리프레스(HKFP) 등 현지 언론들은 론슨 챈 회장이 홍콩 경찰서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나는 혐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어떠한 경찰의 공무 집행도 방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론슨 챈 회장은 지난 9월 7일, 취재 중 경찰로부터 검문을 당했다. 이후 공무집행 방해와 공공장소 소란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홍콩 경찰은 체포 이유로 “론슨 챈이 신분증 제시를 거부했고 여러 차례 경고에도 비협조적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론슨 챈은 “당시 경찰에게 왜 자신을 검문하는지 물었을 뿐이며, 신분증을 꺼내기 전에 수갑이 채워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경찰이 자신을 연행하면서 ‘네가 언제 죽나 보자’ 등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론슨 챈은 경찰의 처사에 항의했다. 그는 “중국 베이징 거리에서조차 공안(경찰관)에게 어디 소속이냐고 묻고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고 기소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늘날 홍콩 기자들이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 이번 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매우 어려운 취재 환경이다.”라고 중국 본토보다 못한 홍콩의 언론 환경을 지적했다.

현행 홍콩법상 공무 집행 방해죄는 최대 2년의 실형에 처해질 수 있다. 론슨 챈의 법원 구속적부심사는 9월 22일 예정됐다.

론슨 챈은 2021년 12월 폐간한 홍콩 온라인 매체 입장신문(立場新聞·Stand News) 전 부편집장 출신으로 지난해 7월부터 홍콩기자협회 회장으로 활동해 왔다.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홍콩 민주 진영 언론이 잇달아 폐간한 가운데 당국의 압박을 받아온 홍콩기자협회는 지난달 정관을 개정해 협회 해산에 필요한 정족수를 낮췄다. 협회에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486명이 가입했다.

론슨 챈은 지난 연말 입장신문 압수 수색 과정에서도 참고인 자격으로 연행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당초 일정대로라면 9월 28일, 영국으로 출국 예정이었다. 옥스퍼드대에서 6개월 코스의 로이터 통신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