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출석한 트럼프, 34개 혐의에 무죄 주장

한동훈
2023년 04월 5일 오전 11:12 업데이트: 2023년 04월 5일 오전 11:46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지방 형사법원에 출석해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날 법원에서 진행된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해 검찰의 공소 사실을 들은 후 무죄를 주장했다. 약 50분간 진행된 이번 절차 동안, 트럼프는 혐의 인정을 거부한 발언 외에는 침묵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맨해튼 지방검찰은 이날 공개한 공소장에서 트럼프가 2016년 대선 기간 불리한 정보를 유권자들에게서 숨기기 위해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면서 34건의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기소에 대해서는 전례 없는 두 차례의 탄핵과 기각, 러시아 공모 의혹 제기와 수년간의 특검 끝에 내려진 불기소 결정, 사상 첫 전직 대통령 자택 압수수색에 이은 또 한 번의 사법 시스템 무기화라는 게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 주장이다.

트럼프 기소를 주도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사장은 민주당 공천을 받아 선출된 할렘가 출신의 사상 첫 흑인 지검장이다.

그는 취임 후 무장 강도, 절도, 매춘 및 마약 범죄 등 중범죄에 대한 기소율을 낮추고 형량을 감소시켜주거나 범죄자를 풀어주는 등 관용을 보여왔지만, 트럼프에게만은 매우 공격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브래그 지검장은 이날 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는 선거자금과 관련된 주 및 연방 차원의 범죄를 은폐하려는 의도로 기업 문건을 위조했다”며 “34건의 거짓 진술이 바로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트럼프에 적용된 34개의 혐의는 모두 기업회계부정을 금지한 뉴욕주 형법 175조 10항에 근거하고 있다.

브래그 지검장은 또한 기업 문건 위조는 경범죄에 그친다는 것과 관련해 “뉴욕주 법에 따라 다른 범죄를 숨기고 속이려는 의도로 기업 문건을 위조하는 것은 중범죄”라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가 감추려던 ‘입막음 합의금 지급 의혹’에 대해서도 2016년 대선 직전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성인물 여배우에게 지급한 13만 달러 외에 2건이 더 있다고 밝혔다.

하나는 트럼프와의 불륜 관계를 주장한 여성 모델에게 15만 달러가 지급된 일이다.

이 여성은 불륜설에 대한 독점적 보도권을 미국 미디어 기업 AMI 산하 타블로이드 잡지 ‘내셔널 인콰이어러’에 판매했는데, 이 잡지는 권리만 사들였을 뿐 불륜설을 보도하지 않았다.

브래그 지검장은 AMI 최고경영자(CEO)이자 트럼프의 친구였던 데이비드 페커가 이러한 방식을 통해 불륜설이 퍼지는 것을 진화한 것이라며 ‘입막음’의 한 사례로 지목했다. 다만, 페커가 지급한 돈이 트럼프와 관련이 있다는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트럼프타워 도어맨에게 3만 달러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 도어맨은 트럼프에게 혼외 자식이 있다고 주장했다.

브래그 지검장은 트럼프가 대통령 신분으로 이러한 입막음을 감추려 기업 문건을 조작했다면서 “당신이 누구든 간에 우리는 심각한 범죄 행위를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정상화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법원에 출석한 트럼프 측 변호인단 중 조 타코피나 변호사는 이번 기소가 전직 대통령을 향한 정치적 공세라고 반발했다.

타코피나 변호사는 법원 앞 취재진에게 “주 검찰은 연방 선거법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에 따르면, 있지도 않은 연방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있다”며 검찰권을 남용한 무리한 기소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기소인부절차의 영상 촬영이나 TV·라디오 중계를 불허했으며 방청객의 사진 촬영만 허용했다.

일반적인 피고인에게 적용되는 머그샷(피고인 식별용 얼굴 사진 촬영)과 수갑 채우기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취소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판은 내년에 열릴 예정이지만, 정확한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2024년 1월 첫 공판을 요청했으나,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할 때 4월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 이 기사는 아이번 펜초코프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