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는 中 일대일로…사모아 신임총리, 항만개발 중단

2021년 05월 24일 오전 10:00 업데이트: 2021년 05월 24일 오전 11:35

남태평양의 섬나라 사모아의 신임총리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인 항구 개발계획을 중단시켰다. 중국에 대한 사모아의 입장 변화를 시사한 사건으로 평가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억 달러가 투입될 아사우 항만 개발안은 지난 4월 사모아 총선에서 핵심 쟁점이었다.

그러나 이번 항만 개발을 포함해 중국 자본을 끌어와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던 말리엘레고이(Tuilaepa Sailele Malielegaoi) 전 총리는 공산주의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사모아 사회의 우려 여론으로 역풍을 맞으면서 과반수 획득에 실패했다.

결국 사모아를 20년간 이끄던 말레엘레고이 정권이 막을 내리고, 사상 첫 여성 총리인 피아메 나오미 마타파(Fiame Naomi Mataafa) 내각이 탄생했다.

마타파 총리는 기존 항만과 공항만으로 여객과 물류 수용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새 항만 건설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마타파 총리는 로이터 통신에 “사모아는 작은 나라”라며 “정부가 더 긴급한 현안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사모아의 최대 항구인 아피아항 인근 수상 스포츠 경기장에 중국 정부가 기증한 버스가 주차돼 있다. 2019.7.12 | Jonathan Barrett/REUTERS/연합

말레엘레고이 전 내각은 지난 20년간 사모아를 남태평양에서 중국의 동맹국 역할을 하도록 해왔다.

말리엘레고이 전 총리는 아사우 항만 개발을 “중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라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무역 및 관광업 촉진이 가능하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항구 설계안과 운영 계획, 자금 집행계획 등은 일부만 공개하면서 그 전모를 온전하게 드러내지 않아 의혹을 일으켰다.

마타파 총리는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참여국을 빚더미에 앉게 만들어 결국 중국 정권에 경제적, 정치적으로 종속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녀는 “사모아가 중국에 진 거액의 빚은 국민들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며 “중국은 사모아의 최대 채권국이다. 인구 20만 명인 사모아가 중국에 진 채무액은 약 1억6천달러로 사모아 해외 채무의 40%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사모아에 인프라 개발을 지원하며 공을 들여 왔으며, 특히 대형 선박이 입항할 수 있는 항구 개발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중국이 일대일로로 개발하려던 아사우 항만은 사모아의 현재 주요 항구인 아피아 항과 인접해 있다. 아피아 항은 최근 일본의 원조하에 확장 공사를 진행했다.

/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