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카드? 대만서 ‘미국 의심론’ 고개…전문가 “中 인지전”

중위안(鍾原)
2023년 03월 21일 오전 11:03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8

대만에서도 미국이 대만을 돕지 않을 것이며 중국 견제용 카드로 쓰고 버릴 수 있다는 이른바 ‘미국 의심론’이 확산되고 있다. 시사 평론가 중위안은 이를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한 여론전의 일종으로 분석한다. 미국과 대만 사이를 어떻게든 갈라 놓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최근 미국이 한국 반도체 산업을 끝장낼 수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는 국내 상황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편집부

역사적으로 볼 때 중화민국(대만)은 미국과 대체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고, 미국도 여러 방면에서 중화민국을 지원해 왔다. 전문가들은 대만에서 ‘의미론(疑美論·미국 의심론)’이 끊임없이 확산하는 원인으로 중국 공산당이 벌이는 인지전(認知戰·Cognitive Warfare)을 꼽는다.

장정슈(張正修) 전 대만 카이난(開南)대 법학과 주임은 에포크타임스에 지난해 말부터 대만에서 의미론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대한 이런 불신은 사실 대만 내 통일을 지지하는 인사들과 친공(親共) 성향의 국민당 인사들이 ‘미국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대만을 바둑돌로 이용하고는 결국 버릴 것’이라는 중국 공산당의 선전에 동조하면서 형성됐다”고 했다.

대만 행정원장 “대만의 가장 큰 위협은 중국 공산당”

가오진쑤메이(高金素梅) 대만 입법위원은 14일 천젠런(陳建仁) 행정원장에게 대만은 외교적으로 두 가지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나는 대만 관리들이 허리를 꼿꼿이 세워 미국을 대하고 미국의 조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의 ‘대만장학금계획(臺灣學人計劃·Taiwan Fellowship Program)’이 대만을 감독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하나는 대만 정부는 양안의 평화를 위해 중국 공산당에 끊임없이 선의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대만장학금계획’은 미국의 2023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포함된 내용으로, 이 계획에 참여한 미국 관원들은 대만에서 2년간 연수할 수 있다. 첫해에는 중국어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제 업무 지식을 배우고, 다음 해에는 대만 정부·국회 기관에서 일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천젠런 행정원장은 “대만의 가장 큰 위협은 중국 공산당으로, (대만에 대한) 여론 공격과 무력 공갈은 멈춘 적이 없다”며 “중화민국이 대만으로 이주한 이후 공산군은 대만을 여러 차례 침공했고 대만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는데도 당신은 속수무책으로 항복하려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모든 국민에게 대만의 가장 큰 위협이 바로 중국 공산당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며 양안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중국 공산당에 굴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물론 양안의 평화를 원하지만 평화는 쌍방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한쪽이 나약하게 구석에 숨어서 상대방이 무기를 들고 공격해오도록 허용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대만 국민들은 나라를 지킬 각오가 돼 있다. 대만인들은 자유·민주·법치 체제하에서 생존하기를 원하지 권위주의 독재국가의 위협 아래 항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끝으로 천젠런 행정원장은 가오진쑤메이에게 “그쪽에서는 ‘의미론’을 언급하지 말라.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했다.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통신 소속 미국인 기자 갈런드 닉슨(Garland Nixon)이 최근 트위터에 바이든이 ‘대만 궤멸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이정위안(蔡正元) 전 국민당 입법위원은 이 트윗을 번역해 리트윗했다. 중화민국 외교부는 이를 반박하며 대만인들에게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화민국 외교부는 대만의 일부 인사들이 의도적으로 ‘미국 의심론’과 ‘반미론’을 선동하며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방식으로 중국 공산당의 대(對)대만 인지전에 호응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약화하고, 나아가 대만과 미국의 우호 관계를 파괴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교부는 9일, 대만-미국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하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미국-대만 관계는 지속적으로 깊어지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대만에 대한 확고한 약속을 거듭 재확인했다. 미 의회의 대만에 대한 지지는 사상 최고조에 이르렀다. … 안보, 경제무역, 공중보건, 국제 참여, 나아가 대만의 백신 확보 등 모든 국가 경제·민생과 관련된 의제들에 미국의 지지와 지원의 손길이 닿고 있다. 또 전방위적으로 대만-미국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이념이 비슷한 주변 국가들과 연대해 대만이 권위주의의 침략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있다.”

장정슈 “미국은 지속적으로 중화민국 지원”

장정슈는 중화민국의 국부 쑨원(孫文·손문) 선생은 미국의 역사는 평등을 쟁취하는 역사이며, 평등을 쟁취한 일은 세계사에서 매우 영광스러운 사건이라고 찬미한 바 있다고 말했다.

장정슈는 중화민국이 미국을 싫어할 이유가 없다며 미국이 대만을 도와준 역사적인 실례(實例)로 볼 때 대만의 의미론자들이 공산당의 인지전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정신착란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실례는 미국이 광저우에서 북벌을 선언한 장제스의 국민당을 많이 도와주었고, 한국전쟁 발발 즉시 7함대를 파견해 대만을 수호했으며, 1955년부터 1965년까지 매년 1억 달러를 원조해 매년 경제성장률이 7.7%에 이르도록 도왔고, 단교 후에도 대만관계법을 통해 실질 관계를 유지하면서 방어 능력을 충분히 갖추도록 도운 것 등이다.

중국 공산당과 평등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

장정슈는 “국민당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장제스와 함께 대만에 온 외성 사람들은 이미 전사했거나 학살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오늘날 공산당의 대만 침탈 야심은 점점 더 명백해지고 있으며, 미국은 많은 국가와 연대하는 방식으로 중공의 대만 침공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의미론자들이 대만과 미국의 관계를 이간질하고 중국 공산당의 인지전에 동조하고 있다며 “대만을 중국 공산당에 함락되게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대만에서 미국 의심론이 대두되는 것과 관련해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중국센터장 위마오춘(余茂春)은 최근 발표한 글에서 “중국 공산당 당국이 대만의 친공 언론 및 정치인들과 협력해 끊임없이 대만을 상대로 인지전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이 대만 사회를 분열시키는 인지전은 세 축으로 전개된다.

미국이 대만 방어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론’, 양안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을 모조리 대만독립분자로 모는 ‘대만독립론(台獨論)’, 미국이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는 ‘포회론(砲灰論, 총알받이론)’이 그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의 자유로운 언론 환경을 이용해 많은 사람을 그들이 설치한 여론 함정에 빠뜨렸다. 그 결과 헛소문이 꼬리를 물고 번져 나가면서 대만의 자유민주주의 제도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만 단강(淡江)대 외교국제관계학과 정친모(鄭欽模) 주임은 에포크타임스에 위마오춘의 주장에 동의한다며 “사실 전 세계적으로 점차 민주주의와 전체주의 두 진영이 형성되고 있으며, 미국은 대만의 발전에 가장 유리한 파트너”라고 했다.

그는 “대만은 절대 독재 정권과 함께하지 말아야 한다”며 “대만과 미국의 군사 협력은 중화민국의 방위 능력을 높일 수 있다. 대만이 충분한 방위력을 가지고 있을 때 비로소 중국 공산당의 침략이나 무력통일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대만과 미국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에 대만인들은 미국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위마오춘이 중국 공산당의 ‘대만독립론’을 언급한 것에 대해 정친모는 중국 공산당은 대만 독립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중화민국 자체가 ‘대만독립’이라고 분명히 밝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화민국을 멸망시키려는 중국 공산당과 평등하게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만에 있는데, 그들은 비현실적인 환상에서 하루빨리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회론’에 대해서 그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은 점차 ‘전략적 명료성’으로 바뀌고 있고, 힘에 있어서 우위에 있는 미국은 중국 공산당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필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대만을 총알받이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