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바이든, 우크라 침공한 푸틴 직접 제재할 것”

유럽연합(EU)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제재하기로 한 데 이어 미국도 이에 동참하기로 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 러시아 고위관료들을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럽연합과 영국도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포함한 고위 관리들을 제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미국이 직접 제재한 세계 지도자급 인사들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등이다.

정치 평론가들은 지도자 개인 제재가 매우 이례적이며, 푸틴 대통령이 이를 자신에 대한 도발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해외에 보유한 공식 자산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분쟁 초기부터 유럽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해야 한다는 강한 입장과 굳건한 원칙을 유지해왔다”며 “러시아의 최고위급 지도자들을 제재하기로 한 이유이자 근거”라고 제재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푸틴 직접 제재를 환영했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푸틴 제재는 옳은 일”이라며 “개인에 대한 직접 제재 결정을 반긴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 주요 은행들에 대한 제재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 최대 은행 2곳과 전 세계 90개 부속기관, 러시아 국가채무, 상류층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재무부는 “러시아 금융자산의 80%에 이르는 규모”라고 밝혔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무엇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이번 제재에 강하게 반발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 국영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선에 접근했다”고 비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역시 “러시아 국가원수에 대한 제재는 관계 단절에 버금가는 터무니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지난 12월 바이든과 푸틴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전화 통화에서 이 문제를 언급한 적이 있다. 바이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고, 푸틴은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하면 양국 관계가 완전한 파열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이 양국 관계를 완전한 파열에 이르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푸틴은 국제무대에서 따돌림을 받을 것”이라며 “이번 공격은 유럽과 전 세계에 위험한 순간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군부에 자국 정치 지도자들을 타도하고 평화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반면, 키예프의 관리들은 시민들에게 수도 방어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시민들에게 화염병을 만들어 침략군을 공격하라고 했다.

키예프 시민들 상당수는 이틀째 계속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지하 대피소로 피신했다. 유엔 구호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북·동·남부에서 가해지는 러시아의 3면 공격을 피해 수십만 명의 이재민들이 서쪽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을 수호하겠다며 보좌관들과 함께 거리에 나섰으며 이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한편, 러시아군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분리주의 지도자들 요청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독립 승인을 선포하자 현지 시각으로 24일 새벽 5시에 침공을 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