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에 빵 훔치다 눈물 쏟았던 30대 지체장애 청년이 이번 ‘어버이날’에 향한 곳

김연진
2020년 05월 13일 오전 11:27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33

지난해 광주의 한 고시원에서 열흘간 아무것도 먹지 못하다 배고픔을 못 이겨 도둑질한 30대 청년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진 바 있다.

지체장애 6급인 A씨는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오다가 허리를 다치면서 일까지 못 하게 됐다.

돈을 벌지 못해 끼니조차 제대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 그는 눈물을 머금고 인근 마트에서 빵, 컵라면 등 음식 5만 5천원어치를 훔쳤다.

A씨는 훔친 음식을 허겁지겁 먹다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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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청년 장발장’이 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배고파서 그랬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청년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마트 사장은 선처를 베풀었고, 담당 경찰관들은 “젊은 사람이 어떻게든 살 궁리를 했어야지…”라며 안타까워했다.

이후 경찰들은 A씨가 자리를 잡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일자리를 함께 알아봐줬다. 입사지원서를 쓰고, 면접도 볼 수 있도록 정성껏 챙겨줬다.

덕분에 A씨는 포스코휴먼스 수습사원에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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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저를 도와준 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겠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하고 포항으로 향했다.

그랬던 A씨가 지난 8일, 어버이날을 맞아 광주 북부경찰서를 찾아왔다.

6개월간 수습 평가를 통과하고 정규직 사원이 된 그는 도움을 준 은인들에게 직접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 위해 다시 광주를 찾았다고.

먼저 A씨는 자신을 용서해준 마트 사장에게 “도와주신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마트 사장은 “꼭 성공하시길 바란다”며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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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는 양손에 비타민 음료 두 박스를 들고 환한 얼굴로 경찰서 형사과 문을 두드렸다.

그는 “열심히 일해서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다”라며 “정직원이 되고, 저한테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왔다”고 말했다.

경찰들은 “30년 넘도록 형사생활을 하면서 성공했다고 다시 찾아온 사람은 처음이었다”라며 “우리에게도 희망을 선물해줬다”라며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