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지원? 상하이 시내 군 병력 급증…전문가 “반란 예방용”

한동훈
2022년 04월 10일 오후 5:47 업데이트: 2022년 04월 10일 오후 5:47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 중인 상하이에 의료진으로 위장한 무장경찰과 군 병력이 증원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공산당이, 분노한 민중의 내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상하이시는 최근 상하이의 방역과 질서 유지를 위해 인민해방군 의료진과 15개 성의 의료 인력이 파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온라인에 공개된 영상에는 장갑차와 군 병력, 무장경찰, 소총으로 무장한 방역요원이 상하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현지 주민들은 상하이에 살벌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는 무장경찰이 초소를 마련하고 모든 시민들의 지역 출입을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서는 방역 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게시물을 검열하는 활동이 시작됐다.

상하이 인터넷 정보 판공실은 10일부터 공안부와 협력해 인터넷 유언비어 단속 강화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전날 중국판 트위터인 위챗에 상하이의 한 봉쇄지역에서 방역요원이 주민들의 공격을 받아 쓰러졌다는 게시물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상하이 공안국은 이 요원은 주민들의 공격을 받아 쓰러진 게 아니라, 주민 간 분쟁을 말리다가 쓰러진 주민위원회 간부를 도와준 것이라며 해당 게시물을 허위로 규정하고 이를 퍼나르는 행위를 유언비어 유포로 단속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하이 주민들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봉쇄로 굶주림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치솟자, 폭동을 막기 위해 무장경찰이 배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우리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보초를 서던 무장경찰에게서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킬까 걱정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온라인에서 시민들이 방역요원에 항의하는 영상을 여러 편 봤다. 사람들이 징을 치고 북을 두드리며 봉쇄에 항의하자, 경찰들이 뛰쳐나와 주민들을 단속하고 다녔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중국 군사매체 해방일보는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모든 아파트 단지 입구에 무장경찰 2명이 배치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군사화 관리가 시행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어 관련 부처에 확인했지만 “사실무근”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군사화 관리’는 일종의 계엄상태다. 무장경찰이나 군 병력이 치안을 유지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온라인에는 상하이 무장경찰들에게 ‘군사화 관리 시행에 들어간다’는 통지가 전달됐다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지만, 상하이시는 이를 “가짜뉴스”라고 부인했다.

7일 중국 온라인에는 상하이 무장경찰들에게 ‘군사화 관리 시행에 들어간다’는 통지가 전달됐다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상하이당국은 이를 유언비어로 규정하고 유포자 단속에 나섰다. | 웨이신 캡처

그러나 중국 웨이보 등 온라인에는 7일 상하이 훙차오 기차역에 군복 차림의 군인들이 북적거리는 영상이 게재됐으며, 팔에 적십자 마크 완장을 단 여군들이 기차로 역에 도착하는 장면도 확산됐다.

이날 중국 관영매체 CCTV는 상하이 훙차우 공항에 상하이 사태 지원을 위한 인력을 실은 인민해방군 공군 소속 Y-20 수송기 여러 대가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날 상하이 시민들이 시내 곳곳에서 촬영해 웨이보 등에 올린 영상에는 장갑차 등 군용 차량 다수가 시내에서 이동하거나 군용 차량에서 내린 군인들이 단체로 여관에 들어가는 장면이 담겼다.

앞서 시진핑은 7일 오후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5차회의 군·무장경찰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군은 당의 절대적인 영도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각종 돌발상황에 대처해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출 것을 당부했다.

당시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대만 간 군사적 갈등 고조 등에 대비하라는 발언으로 해석됐지만, 상하이의 무장경찰 투입과 관련한 의미도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문제 전문가 탕징위안(唐靖遠)은 이번 상하이 봉쇄가 “갑작스러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탕징위안은 에포크타임스에 “상하이는 당초 잘 갖춰진 방역 메뉴얼에 따라 이번 코로나19 확산을 대응해왔다. 그러나 갑자기 베이징 지도부에서 도시 봉쇄 명령이 떨어졌고, 하루아침에 봉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하이 관리들은 이 같은 갑작스러운 결정을 탐탁지 않아 하고 있다. 의학 전문가들도 이를 ‘비과학적’이라고 보고 있는데, 중국의 유명 보건전문가인 장원훙(張文宏)이 대표적 인물”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푸단대 부속 화산병원 감염병학과 주임(과장)인 장원훙은 중국 공산당의 ‘제로 코로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온 몇 안 되는 중국 내 의료 전문가다. 그는 도시 봉쇄, 전수검사 같은 대규모 방역에 반대하며 ‘정밀한 방역’과 ‘위드 코로나’를 주장해왔다.

중국 상하이에서 촬영했다며 온라인에 게재된 영상. 소총을 든 방역요원을 다른 방역요원이 소독하고 있다. | 화면 캡처

탕징위안은 “사실 상하이 관리들 중에는 장원훙의 위드 코로나에 동의하며 중앙정부의 일방적 명령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이 적잖다. 현재 상하이에서 핵산검사 시행이나 양성 환자 격리, 자택격리된 주민에 대한 식료품 공급 등의 방역 단계에 관리들이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례가 속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일부 관리들은 중앙정부 지시에 소극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책임하게 ‘과도한 방역’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탕징위안은 “어떤 관리들은 ‘제로 코로나’를 공산당식으로 가차 없이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 어린이를 부모와 별도로 격리시킨 행위”라며 “결국 상하이 코로나19 확산은 정부에 대한 대중의 반감, 중앙과 지방 사이의 갈등으로 번지며 시진핑 지도부를 향한 화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중앙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군사화 관리로 상하이 방역 시스템을 전환하고 있다. 중앙정부에 비협조적인 상하이 관리들로부터 방역 주도권을 넘겨받으려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탕징위안은 “군사화 관리의 목적은 상하이 관리들을 중앙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철저히 복종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중앙정부가 상하이 봉쇄에 우한 모델을 도입하고 최소한 1~2주기 잠복기 동안 봉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한 모델은 감염자들이 모두 죽더라도 전염병이 외부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도시를 봉쇄하는 방식이다. 감염자들이 격리된 채 사망하거나 혹은 스스로 면역력을 획득해 수치상 ‘제로 코로나’를 달성하도록 하는 가혹한 봉쇄다.

탕징위안은 시진핑이 상하이 봉쇄를 유지하는 또 다른 이유로 “정치적 목적”을 들었다.

그는 “중앙정부가 봉쇄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 상하이가 시도했던 위드 코로나와 정밀 방역이 만약 성공했더라면, 시진핑이 직접 밀고 있는 제로 코로나는 내부적으로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중국 공산당은 서구식 방역 모델인 위드 코로나에 맞서, 제로 코로나를 내세워 제도적 우월성을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만약 상하이의 위드 코로나가 성공하면, 공산당 체제가 방역에 있어서는 민주적 제도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해온 중국 공산당의 논리가 깨진다. 더 나아가 중국 공산당의 통치 당위성에까지 타격이 가해진다”고 말했다.

탕징위안 “‘제로 코로나 실패, 위드 코로나 성공’은 시진핑으로서는 현재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시진핑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강력한 제로 코로나를 유지해 상하이 사태를 종식시켜야 할 절박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중국문제 전문가들도 상하이의 도시 봉쇄에 대해 서두른 기색이 역력하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다른 도시에 비해 생활 수준과 교육 수준이 높은 상하이 시민들은 봉쇄에 더 강하게 저항할 것이 거의 확실시됐다. 실제로 상하이에서는 봉쇄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시민들의 저항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상하이시 당국은 지난달 27일 밤,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로 다음 날인 28일부터 인구 2500만명 인 거대도시 상하이에 대해 단계적 봉쇄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시민들에게는 반나절의 준비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당초 나흘로 예정했던 봉쇄는 연장됐고 도시 전면 봉쇄로 확대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중국 상하이 코로나19 봉쇄 지역에서 촬영된 영상들. 군 병력과 이동 중인 탱크가 포착돼 방역과 관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 웨이보 캡처

인구 2500만명 대도시가 제대로 된 준비 기간 없이 봉쇄에 돌입하자, 시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병원을 통원하며 치료를 받던 시민들은 하루아침에 병원 사용이 금지됐고, 졸속으로 마련된 격리시설은 중국의 ‘경제수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중국 관영매체인 해방일보는 지난 6일 논평에서 상하이의 모든 관리들을 향해 “서민들의 고충 해소를 위해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갑작스러운 봉쇄에 자기 가족조차 돌볼 여유가 없었던 관리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이날 상하이시 신문 판공실은 홈페이지 공지문에서 “쑨춘란 부총리가 지난 4~5일 상하이에서 코로나19 방역사업을 지도하며 시진핑 총서기의 지시를 전달했다”며 “쑨 총리는 상하이의 도시 핵심 기능의 정상 가동에 만전을 기할 것을 상하이 당국에 주문했다”고 밝혔다.

바꿔 말하면, 중앙정부가 이번 도시 봉쇄로 상하이의 핵심 기능이 마비될 것을 처음부터 우려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웨이보에는 상하이 시민들이 실명으로 “이번 정권의 당 간부들과 정부 관리들을 즉각 해임하라”고 요구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전직 공안요원으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둥광핑(董廣平·가명)씨는 에포크타임스에 “이번 오미크론 확산은 중국 공산당 당국이 실제로는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미크론이 확산되자, 상하이에서 하루 1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중증과 사망률도 발표된 것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2500만 명의 상하이 시민들이 공포와 혼란 속에서 정부에 반기를 든다고 생각해보라. 그래서 위에서는 군대를 보낸 것이다. 목적은 방역이 아니라 반란 예방”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인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데, 상하이는 중국에서 의료 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진 곳이다. 그런데 지금 온라인을 보면, 코로나19 감염이 아니라, 병원이 폐쇄돼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가족이 죽었다는 사연이 쏟아진다. 사실상 상하이 의료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상하이 시민들이 들고일어날까 봐 두려워 군대를 투입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