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정책 완화에…中 지방정부, 해외 ‘영업단’ 파견 줄이어

강우찬
2022년 12월 20일 오후 12:08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12:09

중국, ‘제로 코로나’ 멈추고 외자유치 총력전
나가서 모셔와야 하는 상황…달라진 분위기

재정난에 시달리는 중국 지방정부가 앞다퉈 해외 방문단을 파견하며 외국 자본 유치에 나서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경제 침체와 백지혁명의 압박에 제로 코로나를 완화하면서, 이동과 기업 활동에 다소간 숨통이 트인 데 따른 움직임이다.

남방재경 등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저장 장쑤 광둥 쓰촨 등 지방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와 영업 계약을 목적으로 한 대표단을 조직해 해외로 파견했거나 준비 중이다.

이들 대표단이 향하는 주요 목적지는 독일, 한국, 일본 등이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도 포함됐다.

’21세기 경제보도’에 따르면 하이난의 정재계 인사로 구성된 일본 방문단은 전세기 편으로 지난 11월 말부터 20일 넘도록 도쿄, 후쿠오카, 오사카에서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현지 대기업 관계자와의 개별적 만남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정부 전세기로 방문단 파견

쑤저우 정부는 지난달 경제무역 담당자로 구성된 대표단을 3년 만에 일본에 파견해 무역투자 상담을 진행했다. 현지 기업가와 은행 관계자들이 대표단과 만나 투자정책과 조건 등을 논의했다.

중국 문제 평론가 왕샤는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공산당은 내수경제를 키우겠다는 ‘내순환’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중시할 것을 관계 부처와 각 지방정부에 강조했지만 중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는 별 변화가 없다”고 분석했다.

왕샤는 “중국 경제는 외국 자본에 의존해 발전해왔으며 수출 역시 민간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며 “10월 중국 공산당 제20대 당대회 이후에도 국내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 자본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년간 중국 공산당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외자 유출이 가속화했고 많은 기업이 파산했다.

중국 당국이 공식 발표한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이다. 목표로 했던 5.5%와는 거리가 멀다.

전문가 “중국, 외자 의존도 심화”

미국 매체 RFA는 중국 경제학자 셰링을 인용해 “해외 방문단의 출국은 그동안 외국 자본이 제 발로 찾게 만들었던 중국 시장의 매력이 사그라들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셰링은 “이제 중국은 해외로 방문단을 파견하지 않으면 외자를 유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방정부들은 방문단 파견의 성과를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로 계약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는 매우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셰링은 또한 “중국 기업에 의한 기술 절도, 회계 부정 등이 점점 뚜렷해지면서 중국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정부와 기업도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염원하던 RCEP, 현실은 덧없다

중국 언론들은 해외 방문단 파견을 보도하며 지난 1월 출범한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한·중·일과 아세안이 참여하는 자유무역협정인 RCEP 출범으로 참여국 사이에서는 수출입 품목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될 예정이다.

참여국은 RCEP를 무역 활성화의 기회로 여기고 있으나, 중국 언론의 반응을 고려하면 중국은 RCEP를 외국 자본을 획득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이 방역 정책을 완화하면서 경제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하자,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중심으로 민간기업과 부동산 시장 살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줄을 이뤘다.

하지만 당국이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외자 유치다. 지난 6일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내년에 더욱 강력하게 외국 자본을 유치해 이용하라”고 요구했다.

시진핑은 2023년 경제 분야 업무를 중점적으로 논의한 이 회의에서 특히 지방정부와 기업에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이 회의를 전후로 중국에서는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지방정부 방문단의 전세기가 줄지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기대와는 달리 외국 기업·자본의 철수는 이미 큰 물결을 이루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한창인 지난 4월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유럽 기업 23%가 현재 진행 혹은 계획 중인 투자를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6월 보도를 통해 한국의 삼성디스플레이와 LG전자 등이 제로 코로나 봉쇄에 따른 영업 환경의 어려움 등으로 중국 내 일부 공장을 폐쇄하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과 롯데그룹도 중국에서 철수 중이라고 전했다.

7월 일본 시장조사업체 분석에서는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이 지난 10년 이래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이상 봉쇄가 실시된 상하이에서는 200개 이상의 기업이 철수했다.

“방역완화로 기업 붙잡기 어려워 “

호주에 거주하는 저명한 법학자 위안훙빙은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공산당이 방역 정책을 완화하더라도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로 코로나 기저에는 사회주의식 계획경제, 사회통제가 깔려 있으며 기업들은 이를 시진핑 체제하 중국 경제의 근본적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안훙빙은 “시진핑 정권은 개혁개방에 역행해 마오쩌둥 시절의 사회주의로 회귀하고 있다”며 “중국 지방정부의 해외 방문단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는 단기 대책일 뿐, 장기적으로 볼 때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