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해도 돈 버네’…대만, 대중 무역흑자 급증

한동훈
2022년 02월 7일 오전 11:51 업데이트: 2022년 02월 7일 오전 11:51

반공·독립노선에도 대중 수출액 오히려 늘어
경제학자 “중국 산업, 대만 의존도 높아졌다”
대만, 산업 구조전환에 속도…고성장 기대감

대만의 2021년 경제성장률이 6.28%로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중국 수출 호조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였던 6.09%를 0.19%포인트 웃돌았다.

양안(대만-중공) 관계 전문가들은 대만의 반공·독립노선에도 중국과의 무역흑자 폭이 커지고 있다며 주된 원인으로 중국의 대만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대만의 전체 연간 수출액은 4465억 달러로 전년 대비 29.3% 증가했다. 중국(홍콩 포함)으로의 수출이 차지한 비율은 42.3%로 최근 10년간 최고치(43.9%)에 육박했다. 그다음으로 아세안·미국은 각각 15.7%, 14.7%였다.

대만의 작년 국내총생산(GDP)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60% 이상이다. 이 중 4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존재감은 더욱 압도적이다.

지난해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중공군) 군용기가 600차례 이상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며 무력침공 공포분위기를 연출했지만, 경제는 그 반대였다.

중공 세관총서에 따르면, 작년 대만의 대중 수출액은 2499억79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4.7% 증가했다. 대만의 대중 수입액은 783억6400만 달러였다. 대만의 대중 무역흑자는 총 1716억 달러로 전년 대비 311억 달러 증가하며 22.1% 늘었다.

반면, 대만 재무부가 발표한 작년 대만의 대중 수출액 1889억6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4.8% 높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만은 중국에서 841억710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이에 따른 대만의 작년 대중 무역흑자는 1047억35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중공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위협했지만, 미국에 의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쫓겨난 중국은 반도체 수급을 대만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작년 세계 반도체 산업 시장 규모는 897억 달러로, 대만이 차지하는 비율은 64%에 이른다. 대만이 중국에 수출한 전자제품 역시 대부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들이었다. 현재 반도체는 대만에서 가장 빠르게 수출 물량이 증가하는 산업이 됐다.

대만 경제학자 우자룽(吳嘉隆)은 에포크타임스에 “대만의 대중 무역 흑자폭이 커지고 있다”며 “대만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대만에 의존하는 형세”라고 진단했다.

우자룽은 반도체 분야 실적 호조 외에도 대만 경제의 구조적 전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은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고성장을 기록했다. 2020년 당시에만 해도 ‘내년에도 다시 고성장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기업들이 대만에 투자하게 되면서 근본적 체질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경제가 디커플링되고, 미국 제조업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의 에너지 소비량 통제, 동남아의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으로 대만이 뚜렷한 턴어라운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방역이 성공하면서 내수가 회복했고, 마침 중국 등지로 이탈했던 생산시설이 되돌아오면서 공장 증설을 필두로 건설업이 경제를 견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자룽은 “대만 기업들은 미국의 대중 제재로 인한 관세 부과를 피하려면 중국 공장을 철수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 공산당은 민간기업을 거의 털어먹기식으로 규제하고 있다. 대만 기업들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자룽은 “대만은 지난 20년간 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봐야만 했다. 기업들은 번 돈을 대만이 아닌 중국이나 동남아에 투자했다. 그런데 이게 지난 2년 사이에 역전됐다. 20년간 빠져나간 돈을 메우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자금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만의 산업구조 대전환은 시작됐으며 앞으로 20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1980년대부터 20년간 지속됐던 ‘아시아의 4마리 용’ 시절, 경제 발전의 기적이 대만에서 재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는 지난해 대만 남부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는 2024년 양산 시작을 목표로 올해 건설에 착공할 예정이다. 총 투자규모가 최대 400억~440억 달러로 이는 대만 GDP의 5%에 달하는 금액이다. 내년 대만의 고성장 전망을 밝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대만경제연구원의 류페이진 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에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 전환 추세로 볼 때 유비쿼터스 환경을 위한 반도체 수요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대만이 계속 성장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