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전문가 “신종 코로나, 잠복기 1개월…엄격한 통제 필요”

김연, 허민지
2020년 03월 8일 오후 4:55 업데이트: 2020년 03월 9일 오후 11:41

지난 7일 자정 기준 국내 코로나 19 누적확진자가 7134명을 기록했다. 사망자는 현재까지 50명으로 확인됐다.

특정 집단에 편중됐던 감염은 지역사회와 소규모 집단으로 확산되고 있다.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가 다시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한국에서도 지난달 29일 발생하며 방역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 19의 감염확산 원인과 전망, 대처법에 대해 바이러스학 전문가 둥위훙 박사에게 들어봤다. 둥위훙 박사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에서 바이러스 치료제를 연구하는 등 이 분야 17년간 활동해왔다. 현재 스위스의 바이오테크 회사에서 최고 과학 책임자(CSO)로 재직 중이다.

다음은 둥위훙 박사와의 전화로 진행한 일문일답.

 

– 중국 밖 신규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감염 실태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감추거나 축소, 늑장대응을 한 중국 정부의 불투명성 영향이 크다. 중국은 지난 1월 23일 우한을 봉쇄했지만, 이미 500~600만명이 도시를 떠난 상태 뒤였다. 이들은 중국 내 다른 지역을 경유해 아시아와 세계 각국으로 이동했다.

 

– 각국에서 체온검사 등 입국자 검역을 강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력이 매우 강하다. 특히 무증상 보균자와 슈퍼전파자로 인한 감염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공항에서 체온검사를 해도 열이 전혀 없는 건강한 무증상 보균자가 그냥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과 함께 바이러스가 타국으로 퍼진다.

 

– 2주간 격리조치만으로 안심할 수 없나?
이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길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잠복기는 2주 정도지만,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잠복기가 1개월에서 50일까지 된다고 본다. 1월23일 우한 봉쇄 후 2월 20일 전후에 중국 외 다른 국가에서 대규모 확산이 시작됐다. 이 기간이 1개월 정도 된다. 사실, 우한 봉쇄 당시 이 점을 우려해왔다. 한국에서도 2월20일께 감염자 증가가 두드러지지 않았나.

 

– 한국에서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우선 한국이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경제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높다.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2일 중국인 입국금지 방침을 밝혔다가 몇 시간만에 이를 변경했다.결국 후베이성(湖北)에서 입국하는 외국인 입국만 금지했다. 다른 지역 중국인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한 세미나에서 인터뷰에 응하는 둥위훙 박사(오른쪽) | 에포크타임스

둥위훙 박사가 지적한 2월2일 ‘중국인 입국금지’는 코로나 19 확대중앙사고수습본부가 발표한 중국인 단기비자 발급 중단 조치를 가리킨다(관련기사).

이날 수습본부는 후베이성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추가로 중국→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특히 관광목적 단기비자 발급은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대로라면 기존 비자가 없는 중국인이라면 후베이성이 아닌 곳에서도 한국에 들어올 수 없게 한 것이다.

그러나 2시간 뒤 수습본부는 “발급을 중단하는 방법도 검토한다”라고 말을 바꿨고, 또다시 2시간여 뒤에는 한 번 더 내용을 수정해 한국인의 중국행에 대해서도 제한을 완화했다.

둥위훙 박사는 이와 관련 “이날(2월2일) 대한감염학회는 ‘위험지역 입국자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며 ‘(감염) 사례 40%는 후베이성 이외의 중국지역이므로 후베이성 제한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또한 둥위훙 박사는 영국 BBC가 다룬 한국의 종교단체 ‘신천지’를 언급하며, 이 단체 구성원들의 감염비율이 높고 무증상 감염자가 많다는 점과 슈퍼전파자의 존재를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에서 진단검사가 하루 9천명 이상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감염자가 많이 집계되는 이유로 들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다른 바이러스와 어떻게 다른가?
신종 코로나는 자연적인 발원처와 숙주가 불분명하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들과도 게놈(genome·유전체) 서열 차이가 크다.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19일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바이러스의 S단백질과 인체세포의 ACE2 수용체와 결합력이 사스(SARS) 바이러스의 10~20배다. 강력한 감염력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연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푸린(purine) 염기를 절단하는 독특한 구조를 지녔음이 밝혀졌다. 이 구조는 푸린 단백질을 속여 S단백질을 더 빠르게 기능성 단백질인 S1, S2로 절단할 수 있다. 인체 내에서 바이러스의 독성과 전파력을 더 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 간 감염이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다니는 고체·액체 입자) 형태로 가능하다는 게 발견됐다. 슈퍼전파자가 쉽게 나올 수 있고 잠복기는 물론 회복 이후에도 전파될 수 있다. 발열과 기침 등 증상에 기초한 검사로는 효과적으로 검출해낼 수 없다. 무증상 전파가 우려된다.

바이러스 | 그래픽=Pixabay

– 현실적으로 검역이 어렵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한 조사에서는 공항에서 실시하는 검사로는 감염자의 50%만 식별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바이러스 보균자의 절반을 걸러내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세계 각국에서 감염자가 폭증하는 이유가 설명된다. 공항 검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응은 책임 있는 국가로부터 나오는 객관적인 역학조사 결과를 기초로 해야 한다. 한국은 아직 늦지 않았다. 가장 엄격한 통제 조치를 취해 전염병의 대유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도록 해야한다. 전염원을 차단하고 전파 경로를 차단하고 잠재적인 감염 가능자 보호 등 3가지를 고르게 신경써야 한다. 중국이나 다른 감염 상황이 심각한 나라와의 인적 이동이나 왕래를 금지할 것을 제안한다.

기저질환자,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들은 엄격한 격리가 필요하며, 격리 기간은 30일을 권장한다. 바이러스 잠복기가 길고 일반적인 바이러스와 다른 특이성 때문이다. 감염환자를 적절히 관리·치료하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대중활동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 마스크 착용이 필요한가?
우선 감염자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또한 의료진과 간병인은 당연히 마스크를 써야 한다.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사람이라면 공공장소에서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착용법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 마스크 앞에는 눈에 안 보이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많이 달라붙어 있다. 착용 중 손으로 마스크 앞을 만지거나, 마스크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안 된다. 마스크를 벗을 때도 끈에만 손을 대어야 한다.

마스크보다 더 중요한 건 손 씻기다. 밖에서 돌아오면 집에 들어서자마자 손부터 씻어야 한다. 씻을 때는 비누를 사용해야 바이러스를 파괴할 수 있다. 평소 손으로 얼굴, 눈, 코 등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날 20분간 이어진 전화 인터뷰에서 둥위훙 박사는 한국인들의 안녕을 기원했다.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좋은 방법은 평소 스스로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다. 개인은 물론 사회와 국가에도 면역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인들 모두가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