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재대만협회장에 대중국 강경파 임명…대만-미국 외교 책임자 4인 모두 여성

최창근
2023년 03월 3일 오후 7:34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4:08

3월 1일, 미국 행정부는 신임 미국재대만협회(美國在臺灣協會‧AIT) 회장으로 로라 로젠버거(Laura Rosenberger)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Senior Director)을 임명했다. 대중국 강경파로 알려진 인사이다.

로라 로젠버거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한국담당관, 국가안보회의 중국·한국 데스크를 역임한 동아시아 전문가다.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에서 중국‧대만 업무를 담당하다 최근 중국 스파이 풍선 사건 후 사임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매체들은 “그가 대표적인 대중국 매파(강경파)이며 대만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더 이상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속내를 드러내는 인사이다.”라고 설명했다.

산드라 오드커그 주타이베이 미국 대표. | AIT.

“로젠버거 신임 미국재대만협회 회장이 전임자보다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실질적인 접근을 할 것이며, 내년 1월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 후보자들과 연락 채널을 유지하는 역할도 할 것이다.”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내년 1월 차기 총통 선거에서는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과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 간 격돌이 예상된다. 이를 두고서 미국 외교 소식통은 “여기에는 의도적 전략이 있다.”며 신임 회장이 특정 후보에 기울기보다 선거에 관한 미국 측의 의사를 전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샤오메이친 주미국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부 대표. | 주미국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부.

미국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GMF)의 아시아 전문가 보니 글레이저는 로젠버거의 신임 회장 임명에 대해 “지난 17년과는 다른 모델이 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그는 “로젠버거가 역할을 재정의하고 전임자들보다 정책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1979년 1월 1일, 중국(중화인민공화국)과 수교하면서 대만(중화민국)과 단교했다. 이후 1979년 4월, 대만관계법(臺灣關係法‧TRA)을 제정하여 실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관계법에 따라 실질적인 대사관 역할을 수행하는 미국재대만협회(AIT)를 설립했다.

미국재대만협회는 수도 워싱턴D.C와 인접한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협회 본부를 두고 있으며, 대만 타이베이(臺北)에 사무처를 가오슝(高雄)에 사무처 분처(分處)를 두고 있다. 본부에는 회장(chairmen)을 두고 있으며 타이베이사무처 처장(director‧대표)이 특명전권대사에 해당하는 외교 특권을 향유하며 주대만 대표 역할을 한다. 신임 미국재대만협회 회장 임명으로 2016년 임명된 제임스 모리아티(James F. Moriarty) 회장은 3월 20일 퇴임한다.

양전니 대만미국사무위원회 주임위원. | RTI.

대만 외교부는 3월 2일 자 성명에서 “대만과 미국은 역내 평화, 안정과 번영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같은 이념과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로젠버거 회장이 취임하면 그동안의 풍부한 외교 안보 분야 경험을 살려 양국의 전방위적 협력 파트너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한편 로라 로젠버거가 신임 미국재대만협회 회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대만-미국 외교소통창구 책임자 4인이 모두 여성이 된다. 대만의 대(對)미국 외교기구인 대만미국사무위원회(臺灣美國事務委員會) 주임위원은 국제통상 전문가 양전니(楊珍妮)이다. 행정원 경제부 국제무역국 국장을 거쳐 2021년 취임했다. 대만의 실질적인 주미국 대사 역할을 수행하는 샤오메이친(蕭美琴) 주미국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부 대표는 4선 입법위원(국회의원)을 지낸 국제문제 전문가로 2020년 워싱턴D.C에 부임했다. 여성 최초이다. 2021년 미국재대만협회 타이베이사무처 대표로 부임한 산드라 오드커크(Sandra Oudkirk)는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