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내년 의료보험료 인상 예고…“약값·코로나 비용 증가”

하석원
2021년 11월 15일 오후 7:12 업데이트: 2021년 11월 16일 오전 1:59

유럽형 복지국가를 추진 중인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65세 이상 고령자 공공의료보험(메디케어) 보험료 인상안을 발표했다.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는 의사 진료비 보험에 해당하는 ‘파트B’의 내년 월 표준보험료가 현재보다 14.5% 오른 170.1달러(약 20만원)가 될 것이라고 12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번 보험료 인상은 특정 의약품 비용의 인상이 주요 원인이며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 증가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키타 브룩스라슈어 CMS 국장은 이날 성명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더 저렴하고 공평한 약값 책정을 위해 의료비 개혁에 힘을 쏟고 있다”며 이번 보험료 인상이 특정 의약품 사용량 증가 및 가격 상승에 대비한 자금 확보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특정 의약품’은 지난 6월 미국에서 논란 끝에 승인된 제약사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신약 ‘애듀헬름(Aduhelm)’이다.

이 약은 알츠하이머 증상만 치료하는 기존 약과 달리 발병 원인으로 유력하게 지목되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 조직에 과다하게 쌓이는 것을 줄여주는 효과가 입증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효과가 과장됐다는 논란 속에 지난 6월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이 떨어졌다. 이어 CMS는 이 약이 메디케어 보장범위 대상에 포함되는지 분석에 들어갔으나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월 보험료 외에 외래 진료비 공제액이 현행 203달러에서 233달러로 인상된다. 매년 외래 진료비 첫 233달러까지는 전액 본인 부담하고,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추가분에 대해 보험에서 80% 지원하는 식이다.

병원 입원비 역시 ‘디덕터블(본인 부담금)’이 72달러 늘어난 1556달러(약 183만원)로 인상된다. 이 금액까지는 전액 본인 부담해야 한다. 추가분만 보험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따라서, 메디케어 수혜자들인 미국 65세 이상 고령자 등은 월 보험료 외에 본인 부담금도 더 늘어나게 됐다.

에포크 타임즈 사진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초기 치료제인 애듀핼름. 2021. 6. 16 | 로이터/연합

이에 사회보장국은 메디케어 수혜자에 대한 다른 복지혜택을 늘려 보험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월에는 복지혜택이 5.9% 늘어났다는 통계도 내놨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고령자 단체인 ‘시니어 시티즌 리그’는 “수혜자들이 매월 21.6달러를 혜택을 더 누리겠지만, 이번 보험료 인상폭이 2016년 이후 최대인 만큼 혜택이 대부분 상쇄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메디케어는 미국에서 65세 이상이라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연방정부 의료보험이다. 입원비나 의사 진료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어 특정 질병이나 장애가 있을 경우 65세 미만이라도 가입할 수 있다.

이 보험은 보장내용에 따라 파트 A~D로 나뉘며 A는 의무가입이지만, B~D는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A는 병원입원 보험, B는 의사진료 보험이다. 병원시설 이용비는 A로 보장되지만, 의사 진료비는 B까지 가입해야 보장받는다. 이때 본인부담금은 20%이며 상한선이 없어 엄청난 비용을 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한 보험이 C다. 본인부담금을 지원하는 일종의 우대보험이다. D는 처방약 값 보험이다.

메디케어 월 보험료는 표준보험료를 기준으로 소득수준이나 보장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