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첫 국정연설서 러시아 규탄…“물가 잡겠다” 약속도

한동훈
2022년 03월 2일 오후 4:46 업데이트: 2022년 03월 2일 오후 4:49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강조하고,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전환기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각) 상하원 합동회의 국정연설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획적이고 근거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미국이 10억 달러 외에 추가적인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점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날 연설에서는 미국이 앞으로 모든 러시아 항공편의 미국 영공 비행을 금지하겠다는 내용도 발표됐다. 앞서 내린 푸틴 대통령과 고위층에 대한 제재, 러시아에 대한 미국 기업의 수출 제한, 러시아 은행들의 국제결제망(SWIFT) 퇴출 등에 이은 추가적인 제재 조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침공에 대해 “심각한 오산”이었다며 “그(푸틴 대통령)는 상상하지 못한 힘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쟁으로 오히려 러시아가 약해지고 전 세계가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한다는 발언도 덧붙였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발언도 나왔다. 작년 12월 백신 미접종자들을 재확산의 ‘주범’처럼 묘사하며 엄중 경고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누그러진 어조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에서 “(나라가) 더 정상적인 일상으로 안전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연설에선 이번 겨울을 “심각한 질병과 사망의 겨울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은 최근 감염자수의 급감에 고무된 듯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며 희망적인 메지시를 전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의회와 보건당국이 방역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기준을 대폭 완화한 새 방역지침 권고안을 발표했다. 미국 의회 역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철회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정연설에서 긍정적 내용만 거론된 것은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염병 확산으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1조9천억원의 구제방안 의회 통과를 요청하면서 40년 만에 최고치인 7.5%에 도달한 미국의 가파른 물가 상승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알겠다(I get it)”면서 “내 최우선 과제는 물가 조절인 이유”라고 입을 뗀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미국 자동차 가격 상승을 주도한 반도체 공급 부족 등 공급망 문제를 가리키며 이번 물가 상승의 주원인을 팬데믹으로 돌렸다.

적잖은 경제 전문가들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시중에 엄청나게 풀린 코로나19 극복 자금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복지성 예산인 ‘더 나은 미국 재건 법안(Build Back Better)’에 포함된 조치들에 대한 의회의 조속한 승인을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기술제조업에 대한 민간부문 투자 확대를 선전하면서 국내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2500억 달러의 혁신법안을 통과시켜 줄 것도 의회에 부탁했다.

그는 “임금이 아니라 비용을 낮추고, 미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와 반도체를 생산하며, 더 많은 인프라와 혁신으로 더 많은 상품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움직이게 하겠다”며 “미국에서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더 많은 직업을 만들겠다”고 했다.

또한 외국 공급망 의존율을 낮추고 많은 기업을 미국에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