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주도한 대기업 최저 법인세율 15%, 중소기업 피해 우려”

카타벨라 로버츠(Katabella Roberts)
2021년 11월 2일 오후 12:06 업데이트: 2021년 11월 2일 오후 12:34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승인됐다. 대형 다국적 대기업의 세금회피를 막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실제 피해는 다국적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떠맡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를 포함한 새로운 국제조세 조약을 정상들이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확인했다. 옐런 장관은 기업들에 대한 세금을 최저로 낮추려는 유해한 경쟁을 끝내는 “역사적 합의”라고 평했다.

최저 법인세 15%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 G20 재무장관들이 지난 7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모여 합의했고, 이번에 정상들이 최종 승인했다. 오는 2023년 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 정상들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 다국적 기업으로 하여금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디지털세 합의안에 대해서도 승인했다.

최저 법인세는 공정한 조세 구조 확립을 표방한다. 파나마, 버진아일랜드(영국령), 케이맨제도 같은 조세회피처뿐만 아니라 세율이 낮은 싱가포르, 아일랜드, 홍콩에도 같은 15% 세율을 적용해 대형 글로벌 대기업들이 조세를 피하거나 낮출 수 없도록 원천차단한다.

그동안 아일랜드, 헝가리, 에스토니아 등 저세율 국가들은 최저 법인세 15%안에 반대해왔으나, 막판에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지난 7월 극적 타결이 이뤄졌다. 이전까지 아일랜드의 최저 법인세율은 12.5%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게임 체인저”라고 자평했다. 대형 글로벌 대기업들에만 유리한 게임을 뒤집는 새로운 룰이라는 의미다.

옐런 장관 역시 CNBC에 “기업과 국가가 혁신적인 아이디어, 펀더멘털, 노동력의 질, 사업 환경에 기초해 글로벌 경쟁을 펼칠 공정한 경기장을 제공할 것”이라며 같은 취지를 내세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최저 법인세 도입으로 연간 1500억달러(약 176조원)의 글로벌 세수 추가 창출이 추산된다. 또한 국제 조세체계가 안정되고 납세자와 조세행정의 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옐런은 “세계 각국은 국민들에게 투자해야 할 공공 인프라 투자에 자금을 조달한다. 다만, 세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지 않게 하기로 약속했다”며 “이는 공정한 방법으로 모든 국가가 더 많이 걷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저 법인세는 글로벌 매출이 7억5천만 유로(약 1조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에 적용된다. 세율 15%가 절대적인 것은 각국 정부는 여전히 현지의 법인세율을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다만, 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더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내고 있으면, 본국의 정부는 최저 세율이 15%가 되도록 해당 기업에 세금을 추가로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이후 각국이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통일하고 세금을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내도록 하는 디지털세 적용을 지속해 나가면 세수 증대 효과나 세금 이전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으로 한정한다면 대기업들이 내야 할 세금은 최소 30%까지 늘어날 수 있다.

미국 민주당은 부유세와 함께 3년 연속 매년 10억달러(약 1조1700억원) 이상의 회계상 수익을 내는 기업 약 200개에 최소 15%의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미국의 상위권 기업들은 글로벌 최저 법인세 15%와 미국 내 최저 실효세 15%를 합산해 매년 최저 30% 세금을 내게 될 수도 있다.

미국 대기업 경영자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이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세금부담이 총 8천억달러(약 940조원) 증가해, 외국 경쟁업체들에 비해 심각한 경쟁력 저하를 겪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글로벌 최저 법인세 15%가 대형 글로벌 대기업과 공생관계에 있는 미국 내 중소기업들에 예기치 않은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진출 비용을 증가 시켜 경영환경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국적 기업이 물어야 하는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 이들 기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들 역시 세금 부담을 안게 되며 특히 현재 공급망 차질과 물가 상승이 심각한 가운데 부품공급이나 제품판매를 대기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이 입는 피해는 더욱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조세정책을 연구하는 독립적 비영리단체인 조세재단(Tax Foundation)의 다니엘 번 글로벌 프로젝트 담당 부대표는 워싱턴타임스에 “미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대기업들은 수많은 중소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세금인상에 가장 크게 타격받는 것은 그런 중소기업들”이라고 말했다.

번 부대표는 “글로벌 대기업들은 이런 규제를 피할 여력이 있다. 그러나 중소 사업체들은 규정을 준수하다가 이런 규제에 매몰당할 수 있다”며 “어려워진 중소 사업체들은 협력업체에서 인수대상으로 전락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rnst & Young)은 지난 8월 보고서에서 “최저 법인세는 미국의 일자리 50만~100만개를 없애고 200억달러(약 23조원)의 투자를 축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저 법인세에 대해서는 의회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반대 측인 하원 세입위원회 소속 공화당 케빈 브래디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파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브래디 의원은 “외국의 경쟁자들은 미국의 증세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 경제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라며 “세계 어느 곳에서도 경쟁하고 승리하는 우리의 능력을 저해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따르면 글로벌 최저 법인세는 세계 경제 재편을 위한 도구다.

그는 로마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자신의 트위터에 “정상들이 강력한 글로벌 최소 세율을 확고하게 지지했다”며 “단순한 세금 협상 그 이상, 세계 경제를 재편하고 국민에 응답하는 외교”라고 썼다.

한편, 미 재무부 관리들은 에포크타임스의 논평 요청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