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좌파 대법관 늘리나…美대법원 개혁위 설치 예고

이은주
2021년 04월 10일 오전 10:55 업데이트: 2021년 04월 10일 오후 6:39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 좌파성향의 대법관을 늘리거나 임기 연장 등을 검토할 대법원 개혁위원회 구성을 지시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대통령 직속기구인 연방대법원 관련 위원회를 신설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위원회는 초당파적인 법원 개혁 전문가들로 구성될 것”이며 전직 연방 판사와 변호사를 비롯해 “사법행정과 민주적 제도 개혁을 옹호하는 인물들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헌법, 역사, 정치학 등의 전문 분야를 대표한다고 백악관은 덧붙였다.

위원회는 현재 9명인 연방대법관 수를 늘리는 이른바 ‘코트-패킹’(court-packing)과 현행 종신(終身)인 법관 임기를 제한하는 등의 사법 시스템 개편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별세 후 민주당 진영에서는 법관 증원 요구가 빗발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긴즈버그 후임으로 보수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임명하면서 대법관 지형이 6대 3의 보수 우위 구도가 됐기 때문이다. 배럿과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등 3명의 보수성향 대법관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위원회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선거캠프 법률자문으로 활약했던 밥 바우어 변호사, 오바마 행정부 시절 법률자문실 법무차관을 지낸 크리스티나 로드리게스 예일대 법대 교수가 이끈다.

바우어 변호사는 대법관 임기 제한 옹호론자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05년 워싱턴포스트(WP)에 대법관 종신 임기제를 끝내야 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어떤 이들은 종신제를 통해 법관이 법원에 잘 봉사하고 방대한 경험을 살려 업무를 잘 처리한다고 주장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 정부 체제에서는 통상 (권한을) 무기한 행사하도록 허가하기보다는 강대한 권력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바우어 변호사는 지난 2019년까지 퍼킨스 코이 법률회사에서 근무했다. 퍼킨스 코이는 과거 힐러리 클린턴 진영과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를 대리한 법률회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대한 뒷조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 후보이던 당시 민주당 측의 ‘대법관 증원’ 요구에 ‘위원회 구성’을 그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대법관 증원을 검토하겠냐는 질문에 초당파적인 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그것은 대법원 재구성 문제가 아니다”며 “헌법학자들이 논의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대통령)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연방대법원을 정치 쟁점화하는 것”이라면서 대통령은 왔다 가지만 대법관은 세대에 걸쳐 재직한다고 부연했다.

법관 증원을 두고 공화당 측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좌파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해 진보적인 대법원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라며 경고한 반면, 민주당 측에서는 공화당이 과거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의 연방 대법관 인준을 거부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불공정하게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대법관 수를 늘리자는 민주당 측 주장에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진보성향의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지난 6일 하버드 법대 강연에서 “추상적으로, 법원의 권한은 어떤 법원과 마찬가지로 국민이 동의하지 않거나 심지어 중대하게 잘못 판단했다고 믿을 때조차도 그 결정을 존중하려는 국민의 의지에 달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대중이 법관들을 ‘법복을 입은 정치인’으로 본다면 법원과 법치에 대한 신뢰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다른 부서를 견제하는 역할을 포함한 법원의 권한을 축소할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