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허위정보 대응기구’ 설립 3주만에 잠정 중단

한동훈
2022년 05월 19일 오후 5:36 업데이트: 2022년 05월 27일 오후 4:09

백악관 지명한 책임자, 자질 논란 속 사퇴
“개인 SNS 글도 편집 필요” 내부회의 영상 유출

‘언론 검열 기구’ 논란을 빚었던 바이든 행정부의 허위정보 거버넌스 위원회(이하 허위정보위)가 설립 발표 3주 만에 잠정 중단됐다.

초대 책임자로 임명된 니나 얀코비치는 18일(현지시각)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얀코비치는 위원회 업무가 “잠정 중단됐다”며 “앞날이 확실치 않다”고 확인했다.

허위정보위는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허위정보 대응기구로 설립됐으며 자세한 운영 방식과 구성은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허위정보 전담 대응기구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공화당 인사들과 일부 좌파 논객들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진실부’에 비유해 비판했다. 진실부는 사람들이 해도 되는 말과 하면 안 되는 말을 알려주는 정부 부처다.

백악관이 지명한 얀코비치의 자질 논란도 일어났다. 그녀가 과거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하거나 나중에 틀린 것으로 판명된 정보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얀코비치의 트위터를 뒤져, 그녀가 헌터 바이든의 노트북을 ‘러시아의 허위 정보 공작’이라고 주장한 사실을 찾아냈다. 이 노트북은 헌터의 것이 맞는 것으로 언론을 통해 확인됐다.

얀코비치는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시아 공모설’을 촉발시킨 스틸 문건을 선전하는 글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스틸 문건은 이후 헌터의 노트북 속 내용에 관한 검증 과정을 거치며 그 신뢰성이 크게 하락했다.

허위정보위가 바이든 행정부에 유리한 내용만 남기고 불리한 정보는 ‘가짜뉴스’라는 구실로 걸러내는 언론 검열기구라는 우려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폭로도 이어졌다.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허위정보위 내부 회의 영상에서 얀코비치는 검증된 트위터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의 트윗을 편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매체 포스트 밀레니얼이 입수해 공개한 이 영상에서, 그녀는 트위터를 일종의 ‘위키백과’ 형태로 운영해, 특정 글에 ‘검증된 사람’ 정보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나는 검증된 사람”이라고 말했다.

자질 논란이 일어나자 얀코비치는 성명을 내고 “6년간 허위정보와 모범 대응사례를 연구했으며, 국토안보부에 들어가 허위정보를 다루는 부서의 중요한 업무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허위정보위 집행이사로 임명됐다”고 해명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역시 “얀코비치는 뛰어난 능력을 갖춘 자격 있는 인물”이라며 “허위정보를 가려내고 발표하는 일은 국토안보부의 중요한 업무의 하나”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안보부는 2001년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9·11 테러를 계기로 설립된 정부 부처다. 미국 본토를 테러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그러나 당사자의 해명과 마요르카스 장관의 옹호 발언에도 비난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국토안보부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국토안보부는 성명을 내고 “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기로 했다”며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우리 나라의 안보를 위협하는 허위정보에 대처하기 위해 행정부 여러 부처에 걸쳐 중요한 작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얀코비치에 대한 부당하고 비열한 인신공격과 신체적 상해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앤드루 베이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역시 얀코비치를 “충분한 자격을 갖춘 전문가”라고 부르며 그녀에게 쏟아진 비판을 “우파 인사들이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했다.

베이트 부대변인은 미국 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얀코비츠와 위원회는 검열이나 콘텐츠 삭제와는 무관하다. 그들의 역할은 허위정보가 국가안보 환경에 어떤 위협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녀는 매우 큰 신뢰를 받고 있으며, 좌우 양쪽에서 모두 허위정보를 밝혀낸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토안보부와 백악관 모두 허위정보위가 미국 국민을 감시하는 기구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았다.

허위정보위는 지난달 27일 설립됐다. 전기차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에 합의했다는 발표 후 이틀 만이다.

* 이 기사는 잭 필립스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