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올림픽 외교 보이콧 이어 中 연구소·기업 무더기 제재

이진백
2021년 12월 17일 오후 9:05 업데이트: 2021년 12월 17일 오후 9:05

미 상무부, 군사의학과학원 등 기관·기업 34곳 수·출입 제재
위구르 인권 탄압으로 기업 8곳 미 재무부 블랙리스트에 올라

미국은 인권 탄압에 보유 기술을 악용하는 중국 기관과 기업을 상대로 고(高) 강도 규제 카드를 또다시 꺼내 들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정부가 생명공학과 같은 기술을 이용해 더 이상 자국민에 대한 통제와 소수민족 인권 탄압에 이용하는 것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12월 8일, 미국 하원은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생산 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방지법’을 통과시키며 사실상 소수민족 인권 탄압에 대한 대 중국 견제 조치를 내린 바 있다.

12월 16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 산하 산업안전보장국(BIS)은 중국을 비롯해 조지아, 말레이시아, 터키 등 4개국 37개 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수·출입 제재 명단(Entity List)’을 공개했다. 그중 중국은 34개 기관·기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려 단일 국가로서는 최대였다. 이는 산업안전보장국의 제재 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임을 알려준다. 해당 명단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 산하 군사의학과학원(Academy of Military Medical Sciences) 소속 11개 연구소가 포함됐다. 이들 연구소는 해당 분야 중국 최고 의료·연구기관으로 꼽힌다.

12월 16일 미 상무부 산하 산업안전보장국(BIS)이 발표한 명단 자료 중 중국 군사의학과학원(Academy of Military Medical Sciences) 소속 11개 연구소 목록ㅣ산업안전보장국(BIS) 제공

산업안전보장국은 “중국이 군사적 목적, 인권 탄압을 위해 생명공학 및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에 지속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2018년 미 행정부가 제정한 ‘수출통제개혁법(Export Control Reform Act)’의 시행 규정인 수출관리규정(EAR)의 권한에 따라 제반 조치가 취해진다. 해당 법은 미국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거나 안보 위협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개인·단체·기업에 대한 수출·재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사실상 미국의 수·출입 블랙리스트에 오른 해당 기관들은 손과 발이 묶이게 되는 것이다.

미 상무부의 12월 16일 자 공고문에서는 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인권 탄압을 자행하는 중국에 대한 추가 제재도 시사했다. 지나 레이몬도(Gina M. Raimondo) 상무부 장관은 “중국은 생명공학과 의학 기술들을 이용해 소수 민족과 무슬림을 비롯한 종교적 소수 집단을 억압하고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의 기술과 상품, 소프트웨어가 국가 안보에 반(反)하는 행위에 사용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인류 번영에 유용한 기술을 세계 안보와 안정을 위협하는 기술로 전용하려는 중국과 이란의 행위에 계속해서 강력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상무부는 지난 11월에도 중국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관련 기업 8곳을 포함한 총 12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수·출입 제재를 취한 바 있다.

같은 날인 12월 16일, 재무부도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 DJI를 포함한 8개 사(社)의 중국 첨단 기술 기업 대상 투자 활동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제재 명단에 포함된 8개 기업은 ▲클라우드워크(Cloudwalk) 테크놀로지 ▲수광(Dawning Information Industry) ▲레온 테크놀로지(Leon Technology Company) ▲메그비 테크놀로지(Megvii Technology) ▲넷포사 테크놀로지(Netposa Technologies) ▲샤먼 메이야 피코(Xiamen Meiya Pico Information) ▲DJI(SZ DJI Technology) ▲이투커지(Yitu Limited)이다. 해당 중국 기업은 위구르족을 감시·추적할 수 있는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 개발, GPS 추적 프로그램 지원, 휴대폰 영상과 메시지 추적용 모바일 앱 개발, 감시용 드론 기기 제공 등의 혐의가 적용돼 추가 제재 대상에 올랐다.

브라이언 넬슨(Brian E. Nelson)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중국 국방·감시 기술 분야 민간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소수 민족, 종교적 소수 집단 구성원 탄압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제재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재무부는 미국 금융 시스템과 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내 인권 탄압 동조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무부의 ‘투자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향후 미국 투자자들의 투자 및 자금 지원 금지, 미국 국적 기업으로부터 기술 및 제품 지원 제한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실제 미국 재무부의 제재 조치로 인하여 안면인식·인공지능(AI) 기술 분야 중국 대표 기업 ‘센스타임(SenseTime)’은 12월 17일 예정됐던 홍콩증권거래소 상장이 취소됐다. 센스타임은 기업 공개(IPO)를 통해 한화 약 9063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수립했으나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