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판 전략비축유, 100만 아닌 600만 배럴

한동훈
2022년 07월 29일 오후 5:36 업데이트: 2022년 07월 29일 오후 5:36

당초 알려진 95만 배럴의 6배 규모
경쟁입찰로 선정…낙찰가가 거래가보다 낮은 경우도
백악관은 “정당한 경쟁 결과”라며 문제 없다는 입장
공화당 “중국에 비축유 판매는 안 될 일”…조사 추진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전략비축유에서 약 600만 배럴을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기업에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에너지부(DOE) 자료에 따르면, ‘유니펙(Unipec) 아메리카’라는 회사가 지난 2021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4억6400만 달러 규모의 원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총 590만 배럴 규모다.

유니펙은 중국 국영 석유회사 시노펙의 미국 내 자회사다. 시노펙의 미중 무역을 중개하고 있다.

유니펙이 가장 마지막으로 성사시킨 계약은 지난 10일 이뤄진 95만 배럴, 약 1억1350만 달러짜리 구매 계약이었다.

이후 미국에서는 ‘바이든 아들이 지분을 소유한 중국 국영기업 시노펙에 전략비축유 100만 배럴이 팔렸다’며 이해충돌 논란이 확산됐다.

시노펙은 바이든 가문과 인연이 깊은 회사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가 관련된 사모펀드 ‘BHR 파트너스’는 2014년 시노팩의 마케팅 부문 지분을 100억 위안(약 1조9천억원)에 인수했다.

헌터는 2020년까지 BHR 파트너스의 무보수 이사였으며, 2021년 11월까지 이 회사 지분을 10% 보유하다가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6월 발표된 이 회사 연례 보고서에도 바이든은 주주로 등록돼 있었다.

유니펙은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의 전략비축유 구매 계약을 따낼 수 있었지만, 헌터와의 특수한 관계로 인해 이해충돌 논란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100만 배럴 아닌 600만 배럴

미국 공화당에서는 이달 중순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전략비축유 100만 배럴을 중국에 판매한 일을 “국익을 희생시키면서 적국에 이익을 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에포크타임스 취재 결과 바이든 행정부가 유니펙을 통해 중국에 판매한 전략비축유는 지난 1년간 약 600만 배럴이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비축유가 중국에 팔린 것을 두고 “정당한 계약”이었다고 해명했다. 에너지부가 원유 수요자들에게 입찰 공고를 내고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측에 원유를 판매하는데, 유니펙이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냈기 때문에 낙찰됐다는 것이다.

에너지부의 계약서에 따르면 유니펙은 작년 가을 400만 배럴, 올해 4월과 7월에 190만 배럴 등 총 590만 배럴을 낙찰받았다.

작년 유니펙의 낙찰가는 배럴당 약 63달러로 당시 거래가격보다 7달러 낮고 다른 구매자 최고가보다 2달러 이상 낮았다(2021년 에너지부 계약서).

올해 4월과 7월 유니펙의 낙찰가는 각각 배럴당 103.30달러, 119.50달러였는데 다른 낙찰 사례에서 최고가는 111.25달러와 125.10달러로 최고 7% 정도 높았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 시노펙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 GREG BAKER/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미국 전략비축유, 40년 만에 최저 수준

전략비축유는 석유 부족 사태가 벌어지는 비상시를 대비해 저장하는 원유다.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세계 최대 규모이며,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의 지하 소금동굴에 저장된다.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지난 1년간 급격히 감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치솟는 기름값을 억제하기 위해 방출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1월 세계 주요국과 더불어 총 5천만 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발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고 한 달 뒤인 지난 3월 말에는 향후 6개월간 하루 100만 배럴씩 총 1억8천만 배럴을 방출할 것을 명령했다.

현재까지 1억 2500만 배럴이 방출됐으며, 이 가운데 7천만 배럴은 이미 구매자에게 전달됐다.

이로써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약 3분의 1가량이 감소해 4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에너지부는 방출한 전략비축유를 보충하기 위해 올해 1차로 가을 6천만 배럴을 구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에너지부는 구매시기는 “가격이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명한 방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콜롬비아 대학의 글로벌 에너지 정책 연구자인 아비 라젠드란과 로버트 존스톤은 지난 4월 정부가 비축유를 보충할 때 유가가 떨어지리라는 보장이 없고 현재 고유가가 공급부족과 전쟁 등에 대한 대비 등의 요인으로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화당 “정부 석유 판매에 깊은 경각심”

지난 20일 공화당 하원의원 200여명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국영기업에 석유를 판매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입법 개정안을 지지했다.

데이비드 발라다오 하원의원은 “전략비축유가 매말라가고 있는데 이를 이용해 중국이 전략적으로 비축유를 늘리고 있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를 거부하는 사이, 조용히 러시아 자원을 헐값에 사들였다.

중국은 지난 3~6월 러시아산 석유·천연가스·석탄에 250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거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러시아는 판매량 확대에 힘입어 5월부터 2개월 연속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에 가장 많은 원유를 판매한 국가가 됐다.

그러나 공화당이 주도한 법안은 하원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 219명 전원의 반대로 기각됐다.

하원 감독개혁위원회의 공화당 의원 20명은 에너지부에 비축유 방출을 중단하고 미국 대통령의 아들과 관련된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서한을 주도한 제임스 코머 의원은 에포크타임스에 “바이든 일가의 계속되는 거래에 대해 의회의 엄격한 감독이 필요하다”면서 공화당은 11월 중간선거 결과를 발판으로 내년부터 바이든 행정부에 관한 여러 가지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치솟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우세하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헌터 바이든의 변호사는 헌터의 시노펙 지분 소유 여부 등에 관한 에포크타임스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 이 기사는 에바 푸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