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크라이나인들 저항 ‘톈안먼 사건’에 비유

한동훈
2022년 03월 26일 오전 11:22 업데이트: 2022년 03월 26일 오전 11:27

유럽을 순방 중인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1989년 중국에서 벌어진 톈안먼 사태에 비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에서 미군 82공수단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에 맞서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높게 평가하며 중국 공산당의 톈안먼 학살을 거론했다.

그는 장병들을 향해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근성이 있고 배짱이 두둑하다”며 “여러분 중 일부는 그곳에 다녀왔는데, 여러분은 그곳에 가면 보게 될 것이다. 여성과 청년들이 그 젠장맞을 탱크 앞에 서서 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는 톈안먼 광장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제곱”이라고 평가했다.

1989년 중국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과 학생들이 모여 연일 시위를 벌였고, 중국 공산당은 그해 6월 4일 새벽 탱크를 앞세워 유혈 진압해 다수의 사상자를 냈다.

당시 베이징으로 진입하는 인민해방군 탱크 행렬을 맨몸으로 막아선 이른바 ‘탱크맨’ 사진이 추후 공개돼 국제적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톈안먼 광장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제곱’이라는 표현은 구체적으로는 탱크맨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변변한 무장도 없이 러시아군의 기갑사단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한 중국인 남성이 베이징 장안대로에 진입하는 탱크 행렬을 맨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이 남성은 ‘탱크맨’으로 불리며 톈안먼 사태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1989.6.5. | AP/연합

톈안먼 사태로 인한 정확한 사망자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진압에 참여한 군인들을 포함해 200~300명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국제 단체나 홍콩 언론들은 수천 명에서 1만 명 선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백악관에서 기밀해제한 문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은 중국 내부 문건에 근거해 톈안먼과 베이징 중심가에서만 8700여 명이 살해됐고 그 외 베이징 지역에서 1700여 명이 살해돼 총 1만400여 명 이상이 살해된 것으로 파악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미군을 우크라이나로 파병하겠다는 의미’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정부가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미군 파병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황급히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