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민주주의 위해 행동”…文 “포퓰리즘·가짜뉴스로부터 민주주의 지켜야”

이진백
2021년 12월 10일 오후 5:40 업데이트: 2022년 05월 28일 오전 9:18

주도 민주주의 정상회의’ 110개국 참여…중국·러시아 초청 못 받아
바이든, 중러 겨냥해 독재자들 영향력 확대민주주의 챔피언 필요해
문재인 부정부패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

“민주주의, 보편적 인권,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는 챔피언이 필요하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월 9일(현지 시간) ‘민주주의 정상회의(The Summit For Democracy)’ 개회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처음 열리는 정상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전 세계 110여 개국 정부 지도자, 전문가, 연구자, 경제계 대표, 시민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민주주의 강화와 권위주의 대항 ▲부패 척결 ▲인권 증진 및 보호 등 3가지 의제로 이틀간 화상 회의를 이어갔다.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추진 배경으로서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서로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 중 어느 한 나라가 완벽하거나 모든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 모두가 민주주의 국가들을 더 나은 나라로 만들기 위한 공동의 약속을 재확인하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배우는 자리다. 아울러 어떻게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권위주의와 부패를 척결하며 전 세계 사람들의 인권을 증진하고 보호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약속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ㅣ백악관 영상 캡처

바이든 대통령은 개회사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삼갔지만, ‘독재자(autocrat)’라는 단어를 사용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독재자들이 자신의 힘을 강화하고 그들의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장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들(독재자들)의 강압적인 정책과 관행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 정당화하려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정상회의에 중국과 러시아는 초청받지 못했다. 반면 미중 간 갈등의 핵심인 대만을 초청함으로써 중국의 강한 반발을 샀다. 또한 미 국무부가 ‘인권탄압국’으로 지정한 파키스탄과 필리핀은 초청됐지만 중국을 초청국 명단에서 뺀 것은 대 중국 견제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12월 7일, 언론 브리핑에서 ‘대만을 초청하여 중국을 화나게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하여,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대만을 주도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본다. 투명하고 활기찬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강한 경험을 가진 대만은 민주주의의 훌륭한 사례이기에 초청했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어떠한 상태가 아니라 행동이다”고 강조하며 구체적인 행동 계획도 발표했다. 그는 전 세계 민주주의 증진과 투명하고 책임 있는 ‘거버넌스(governance)’를 위해 4억 2440만 달러, 한화 약 5천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12월 9일 발표한 ‘민주적 쇄신을 위한 대통령 구상’은 ▲자유 및 독립 언론 지원 ▲부패 척결 ▲민주주의 개혁 강화 ▲민주주의를 위한 기술 강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및 정치적 절차 지원 등 다섯 가지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발맞춰 미국국제개발처(USAID, 미국 대외 원조 담당 정부 기관)는 열악하고 취약한 환경에 처한 독립 언론을 위한 ‘공익 미디어 국제 기금’에 3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국제개발처는 독립 언론의 재정적 문제를 향상시키기 위해 500만 달러도 제공할 예정이다. 부패 척결을 위한 내부 고발자, 시민 활동가, 언론인 그리고 반부패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 보호 조치를 위한 프로그램에 500만 달러, 법적 또는 정책적 변화를 위해 ‘글로벌 반부패 컨소시엄(GACC)’에 600만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민주주의 개혁 강화의 일환으로 소외된 집단 및 여성의 정치적 리더십을 발전시키기 위해 3350만 달러를 지원해 가칭 ‘진보하는 여성과 소녀들’이라는 단체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ㅣ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 시각 12월 9일 밤 10시경 시작된 ‘민주주의 정상회담’ 본회의 첫 번째 세션 발언자로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열린 본회의는 12개국 정상이 참여한 비공개 화상 회의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우리의 기여 의지”를 강조했다.

청와대는 12월 9일 서면 브리핑을 통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인류가 민주주의와 함께 역사상 경험한 적이 없는 번영을 이루었지만 포퓰리즘과 극단주의, 불평등과 양극화, 가짜뉴스, 혐오와 증오 등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민주주의를 지켜낼 방안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개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확고히 보장하되, 모두를 위한 자유와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하며, 가짜뉴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킬 자정 능력을 키워야 한다. 부정부패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敵)이다. 청탁방지법, 이해충돌방지법, 공익신고자 보호제도, 돈세탁 방지법 등 한국의 반부패 정책성과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개발도상국과 한국의 전자정부 시스템을 나누겠다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한국의 첫 번째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아시아 지역 민주주의 선도국가로서 위상을 재확인하고, 우리의 민주주의 경험과 성과, 정책을 공유함으로써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에 기여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고 논평했다.

한편 이번 정상회의에 초청받지 못한 중국은 자국의 인권 신장에 뚜렷한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2월 8일 국무원 신문판공실과 외교부가 공동 주최한 ‘2021 남남인권포럼(South-South Human Rights Forum)’에 보낸 축하 서한에서 “중국은 시대 조류에 부합하는 인권 발전의 길을 성공적으로 걷고 있다”고 했다. 시진핑은 “14억 명이 넘는 중국인은 인권 보장에 있어서 행복감과 안전감이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인권 실천의 방법은 다양하기에 세계 각국 국민은 자국의 상황에 적합한 인권 발전의 길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