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 러시아 경제제재 경고…푸틴 “효과 없을 것”

이진백
2021년 12월 8일 오후 8:47 업데이트: 2021년 12월 8일 오후 9:44

비공개로 열린 미러 화상 정상회담특별한 해결책 없이 끝나
바이든 동맹국과 함께 초강력 제재”…국제금융 거래 퇴출·가스관 폐쇄 거론
푸틴 나토가 러시아 위협책임 전가하지 마

이번 미러 정상회담의 최대 화두는 ‘우크라이나 사태’였다. 백악관은 12월 7일 10시 7분(미 동부 현지시간)에 시작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화상 정상회담은 두 시간 가량 진행됐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양국 정상은 첫 정상회담을 가진 뒤 6개월 만에 열린 회담이었다. 회담 핵심 의제로 꼽혔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해 두 정상은 의견을 나누었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할 뿐 특별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2월 7일 정상회담 직후 배포된 백악관 보도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부근 병력 증강에 대해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은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 시 미국과 동맹국들이 ‘강력한 경제 제재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 경고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지지를 거듭 강조하고 외교적 탈 ‘에스컬레이션(de-escalation, 단계적 긴장 완화 정책)’과 외교 채널 복귀를 촉구했다.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태도로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 임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을 할 경우 “동유럽 쪽 동맹들, 즉 루마니아, 폴란드 그리고 기타 국가는 자국의 안보를 위해 추가 병력 지원을 모색할 것이고 미국도 공동 대응할 것”이라 밝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7일(현지시간)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ㅣ크렘린궁 제공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러시아에 전가 하지 말라”며 반박했다. 12월 7일, 러시아 크렘린(대통령궁)은 성명을 내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개발하고 러시아 국경 근처에 군사력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이기 때문에 러시아에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대 러시아 경제 제재 경고와 관련해 “양측 모두 긍정적인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에 반대하며 나토가 동쪽으로 확대되는 것과 러시아에 인접 국가에 공격용 무기 배치를 금지하는 신뢰할 수 있고 법적으로 보장을 받는 것에 관심이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경제 조치’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한 것처럼 미국이 2014년에는 하지 않은 일들을 지금은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현지 언론은 미국이 러시아를 국제 금융 결제 망에서 퇴출 시키고 러시아 은행의 거래를 차단하거나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 라인 폐쇄 등 강도 높은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 4월 유럽의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러시아를 차단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승인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접근 차단은 공식적인 국제 금융 거래에서 퇴출하는 초강력 제재로 현재 북한과 이란도 핵 문제로 인하여 동일한 제재를 받고 있다. 이날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재무부, 국무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련 전문가들이 브뤼셀과 매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회와 국제은행간통신협회 본부가 자리한 곳이 벨기에 수도 브뤼셀이기에 미국이 실제 대 러시아 경제 제재 조치를 실행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미러 회담에 앞서 12월 6일, 유럽 정상들과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 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등 유럽 각국 정상들과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강조하면서 러시아가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나토(NATO) 동맹국 및 유럽연합(EU) 파트너들과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의 러시아 압박을 위한 또 다른 조치로 독일의 ‘노드스트림 2(Nord Stream 2)’ 천연가스 파이프 라인 폐쇄 카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최대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 업체인 가즈프롬(GAZPROM)이 한화 약 14조 2천 억 원을 투입해 구축한 노드스트림 2는 2021년 9월 완공했다. 이 파이프 라인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총 연장1200km로 발트해 해저를 통과하며, 기존 노드스트림 1과 달리 우크라이나를 경유하지 않는다. 미국은 이 사업 가동이 승인될 경우 러시아의 파이프 라인이 독일로 직접 연결되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막을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를 잃게 된다. 또한 독일과 러시아가 유럽 천연가스 공급 허브 역할 뿐 만 아니라 비즈니스 이상의 관계 구축도 가능하기에 러시아를 압박할 힘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이 노드스트림 2에 대한 후속 조치로 독일과 논의한 적이 있는지를 묻자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독일의 메르켈 정부 및 새로운 독일 정부와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고 답하며 “바이든 행정부는 노드스트림 2 제재와 관련,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고 밝혔다.

세계 1위 가스 수출국인 러시아는 승인 즉시, 유럽에 가스를 공급하겠다고 표명했지만 현재 독일은 미국과의 동맹국 관계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유럽 및 우크라이나에 대해 노드스트림 2를 무기화 할 경우 독일이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제재를 부여하는 것에 합의했다. 독일 정부는 노드스트림 2 승인 검토에 4개월 정도 소요될 예정이지만 승인 허가 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평가도 필요하기에 최종 승인 절차는 더욱 늦어질 전망이다.

12월 7일, 젠 사키(Jen Psaki)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에너지 안보와 우리의 기후 목표에 대해 미국과 독일의 공동성명이 있었다고 설명하며 “공동성명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에너지를 무기로 사용하거나 더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려고 할 경우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은 분명히 공격적인 행동이다”고 덧붙였다.

/취재본부 이진백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