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공급 차질에 월마트·UPS·페덱스 ‘풀가동’ 촉구

잭 필립스
2021년 10월 14일 오전 11:02 업데이트: 2021년 10월 14일 오전 11:39

미국의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공급망 병목현상이 계속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긴급 신호를 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 폭등을 초래한 공급 차질을 해결하기 위해, 서부지역 항만의 물류작업을 휴일 없이 풀가동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발언록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항만의 물류 작업도 주7일 24시간 연중무휴로 가동하도록 지시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항구에는 아직 지상에 내리지 못한 수천 개의 컨테이너가 화물선에 실린 채 하역 작업만을 기다리고 있다.

월마트, UPS, 페덱스 등 대형 민간 유통업체들도 주7일,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기로 했다.

미국 최대 오프라인 소매업체이자 유통강자인 월마트는 철야근무를 통해 향후 몇 주간 물류처리량을 50%까지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미국 화물운송의 40%를 담당한 물류업체 UPS와 페덱스도 항구를 빠져나오지 못한 컨테이너를 최대한 빨리 각 지역으로 운송하기로 했다.

UPS는 항만 데이터와 연동해 입항한 컨테이너를 하루 24시간 반출하기로 했으며, 페덱스는 야간근무를 늘리고 화물트럭과 철도운송을 결합해 컨테이너를 최대한 많이 운송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월마트 등 민간기업과 대형 트럭 운전기사 노조, 미 상공회의소 대표 등과 만나 공급 병목현상 해소방안을 논의한 후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미국은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서 물류 대란이 더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미국 각지 구매자들이 주문한 장난감, 가전제품, 자전거 등 스포츠용품과 가구들 그리고 각 공장에서 필요한 부품과 자재들이 컨테이너에 담겨 서부 항만에 도착했지만 아직 하역조차 못 한 상황이다.

국제항운창고노조(ILWU)는 시급히 작업인력을 충원해 물동량을 2배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물류 대란은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 영국 최대 상업항인 남동부의 펠릭스토우항에는 컨테이너 5만개가 빼곡히 쌓여, 내릴 곳이 없는 컨테이너선들이 다른 곳으로 돌아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공급망 위기의 상당 부분은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과 그에 따른 백신 접종 의무화로 빚어졌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못한 항만 인부, 컨테이너선 인부들의 입항이 거부되면서 운송업무가 정상 이하로 가동되는 가운데, 최근 경기가 회복되면서 물류량은 급증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화물트럭 운전기사들이 지난해 일거리가 줄어든 사이 대거 다른 직종으로 이직한 것도 공급망 병목현상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어렵게 되살아 난 소비를 물류대란으로 인해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경우, 재기를 위해 안간힘 쓰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크리스마스 대목을 놓치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이날 기업 관계자들에게 협조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