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정복자’ 바이킹, 유럽에 민주주의 전파하다

김연진
2023년 04월 13일 오후 12:39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7

바이킹(Viking)은 영화, TV 프로그램, 게임, 소설 등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주로 잔인하고 냉혹한 정복자이자 약탈자로 묘사된다.

물론, 8~11세기 바이킹이 유럽 전역을 정복하고 초토화시킨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The Viking Heart: How Scandinavians Conquered the World’의 저자인 아서 허먼(Arthur Herman)은 바이킹이 유럽 국가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현대 서양문명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그의 말처럼 현대 유럽의 정치 및 경제 시스템, 대중문화, 관습 등에서 바이킹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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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영향

아서 허먼은 “당시 바이킹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했다”고 설명했다.

또 “오늘날 우리가 ‘자치(Self-governing)’라고 부르는 시스템과 매우 흡사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바이킹은 영국 해안을 습격하기 전부터, 일종의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었다.

이어 아서 허먼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투표에 참여했다”며 “지도자에게는 책임과 의무가 있으며, 지도자의 권위는 민중의 인정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바이킹의 정치'”라고 강조했다.

이런 민주주의 시스템은 바이킹의 정복 기간에 유럽 전역에 퍼졌고, 그 결과 수많은 유럽 국가에서 민주 정치를 실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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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 영향

바이킹의 뛰어난 항해술은 유럽의 해상무역과 상업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서 허먼은 “당시 바이킹은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었으며,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 노를 저어 프랑스 센강 상류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며 “이것이 바로 바이킹 시대의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바이킹은 발전된 항해술을 기반으로 세계 무역로를 개척했다.

바이킹이 개척한 해상 무역로는 북유럽에서부터 동유럽을 거쳐 이라크 바그다드까지 이어졌으며, 최종적으로 북미 해안까지 진출해 ‘글로벌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는 16세기 후반과 17세기 후반 대서양 무역 시스템의 기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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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영향

8~11세기에 전성기를 누린 바이킹이 오늘날의 대중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게 다가온다.

아서 허먼에 따르면, 스칼드(Skald, 스칸디나비아 출신의 음유시인)의 문학 작품들은 문서화된 형태로 전해지며 북유럽의 신화와 서사시를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붉은 에릭의 사가(The Saga of Erik the Red)’라는 작품은 북미로 탐험을 떠났던 바이킹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이는 바이킹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보다 먼저 북미에 정착지를 세웠다는 단서가 된다.

게다가 바이킹이 남긴 문학 작품들은 J.R.R. 톨킨 작가의 대표작 ‘호빗’에 영감을 줬고,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조앤 K. 롤링 작가의 ‘해리 포터’, 조지 R.R. 마틴 작가의 ‘왕좌의 게임’ 등 수많은 현대 작품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다.

영화 및 TV 프로그램, 비디오 게임 등에 등장하는 북유럽 신화 속 캐릭터도 바이킹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서 허먼은 “바이킹의 사가(Saga)는 여전히 현대 대중문화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리가 판타지, 문학, 캐릭터를 구상하는 방식은 과거의 북유럽 신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