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빠진 장애 친구 구하다 숨진 남성이 뒤늦게 ‘의사자’로 인정 받았다

이서현
2020년 07월 28일 오전 10:44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1:53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다 사망한 50대 남성이 의사자로 인정받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숨진 50대 남성 A씨의 부인이 A씨를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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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지난 2018년 8월 강원지역 한 해수욕장에서 발생했다.

한 방송사 카메라 기자로 근무하던 A씨는 자신이 속한 스킨스쿠버 동호회 활동에 친구 B씨를 초청했다.

B씨는 지체 장애 3급으로 왼쪽 어깨가 불편한 상태였다.

A씨는 바다에서 수영하던 중 허우적거리며 도움을 요청한 B씨를 구조하려 물에 뛰어들었다가 숨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A씨는 지난해 2월 국무총리표창인 국민추천포상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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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부인은 보건복지부에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다가 숨진 남편을 의사자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에는 A씨를 의사자로는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의사상자법에 따르면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다가 숨졌더라도 본인이 그 사람의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에는 의사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A씨가 이에 해당한다고 봤다.

사고 직전 A씨와 B씨가 함께 술을 마시는 등 A씨의 행동으로 B씨가 위험에 처했기 때문에 의사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

A씨 부인은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적극적으로 술을 마시자고 권하거나 술을 마신 뒤 바다 수영 등을 하자고 부추긴 사정이 없다”라며 “사고로 이어진 바다 입수는 B씨가 혼자 한 것이거나 먼저 앞서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즉 술을 마신 B씨가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A씨가 B씨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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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B씨가 몸이 불편함에도 기본적인 수영 실력이 있었다는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사고 당일 B씨는 직접 스노클 장비를 빌려 20여 분 동안 50~60m를 여러 차례 유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의사자란 자신의 직무가 아닌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경우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사상자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인정을 받은 사람을 말한다.

의사자로 지정되면 사망 당시 기본연금 월액의 240배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받는 등 국가적 예우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