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시위, 미중 무역전쟁에도 홍콩 ‘금융허브’ 위상 여전”

윤건우
2020년 01월 1일 오후 11:27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14

민주화 시위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 속에서도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이 굳건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법치주의와 사법부 독립성 보장이 여전히 투자자들을 끌어들인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초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Fitch Ratings)는 홍콩의 국제 금융허브 지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은 뉴욕, 런던에 이어 세계 3개 금융허브로 꼽힌다.

피치는 홍콩의 단기 전망은 계속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지만, 몇 달에 걸친 중기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홍콩 경제 전문가 케빈 취 미국 클렘슨대학 부교수는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아시아의 다른 어느 도시도 홍콩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취 교수는 홍콩이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로 △자본의 자유로운 유동성 △관습법 제도 △법치주의 보장 등을 제시했다.

그는 글로벌 TV네트워크 NTD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홍콩은 자본의 유입과 유출이 제한되지 않은 도시”라며 자본의 흐름을 통제하고 규제하는 중국과 비교했다.

이어 “지난 1년 동안 중국은 해외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단속을 더 강화했다”며 “그 때문에 상하이 같은 본토 도시로 홍콩을 대체하려는 중국의 야심은 실현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권은 2016년부터 자본 유출을 막으려 외화를 해외로 송금한 기업과 개인에게 벌금을 부과해왔다.

취 교수는 “이런 상황을 투자자들도 알고 있어서 (중국에) 큰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며 “자본 유출 단속은 투자를 유인하지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콩은 독립된 사법부가 법에 따라 통치한다”며 “관습법 제도는 민법보다 유연해 금융시장의 변화무쌍한 성격에 더 적합하고 소액 투자자와 채권자 보호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관습법 체계는 정부가 가부를 결정하는 중앙집권적 명령체제가 아니라 법원에서 법에 근거한 재판관의 판결에 따라 결정에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은 영국의 관습법 아래에 있다. 중국 본토의 법률 체계는 불투명하지만, 홍콩의 금융거래 관습법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일정 수준 확실성을 부여해 준다.

중국 당국은 최근 마카오를 금융 중심지로 키우려는 방안을 발표했다. 마카오는 홍콩에 이어 두 번째로 지정된 중국의 특별행정구다. 본토에서 이주한 인구가 절반을 차지해 친중 성향이 강하며 민주화 시위나 인권운동이 뜸하다. 취 교수는 마카오의 민법 체계가 홍콩을 대신해 금융의 중심지로 성장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취 교수는 또한 홍콩 시민이 요구한 ‘범죄인 인도법 철회’는 법정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매우 주요한 주제라고 지적하며 “홍콩 사람들은 사실 홍콩의 관습법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것이 바로 마카오 및 중국 본토의 다른 도시가 홍콩과 구분되는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 본토와 달리, 홍콩에서 판사의 결정은 어떠한 정치적 압력이나 요인에 의해 영향받을 수 없다는 점도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를 떠받치는 요소다.

취 교수는 “홍콩의 사법제도가 여전히 독립적인 법정을 유지하게 한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한 홍콩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