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BI 국장 “자신이 여우사냥 대상자로 판단되면 즉시 FBI에 알려달라”

한동훈
2020년 07월 17일 오후 7:25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15

중국 시진핑 정권이 해외에 거주하는 반체제, 반중공 중국인을 체포하는 ‘여우사냥’을 전개하고 있다고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밝혔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지난 7일 워싱턴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 강연에서 “시진핑이 반부패 운동을 명분으로 지시한 ‘여우사냥(獵狐)’ 작전을 반체제 인물로 간주되는 해외 거주 중국인을 체포할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중국의 여우사냥은 해외로 도피한 비리 공직자를 본국으로 송환하는 작전이다. 그런데 현재 시진핑 정권은 이를 비리 공직자가 아닌 반체제 인사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게 레이 국장의 설명이다.

레이 국장은 중국 공작원들이 표적이 된 해외거주 중국인들에게 “중국으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자살하라고 협박한다”며 “해외에서 활동하는 비평가와 반체제 인사들을 검열하고 압박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반체제 인사들은 수백 여명으로 대부분이 영주권(그린카드)이나 시민권을 취득한 상태지만, 중국 공작원들의 시달림을 면하기는 어렵다. 이들이 대리인을 보내 중국 귀환을 종용하고 이를 거부하면 가족을 협박하거나 중국에 남은 가족을 인질로 잡기 때문이다.

레이 국장은 중국계 미국인들에게 “중국 공산당이 당신을 노리고 있으며 여우사냥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FBI 사무소로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 국장 | Chip Somodevilla/Getty Images

시진핑 정권의 여우사냥은 2014년 7월부터 시작됐다. 대상자들을 임의로 구금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폭행과 고문 등 비인도적 방법을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작 시행 초기부터 비리 공직자뿐만 아니라 반체제 인사나 중국 공산당의 잘못을 폭로하는 인사들을 표적으로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미 국무부는 이와 관련 “수배자와 부패 대상자를 포함한 공동 관심사에 협력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미국이 범인을 조사, 추방, 기소할 수 있도록 중요하고 명확하며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할 책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측은 당사자를 체포할 만한 설득력 있는 증거 제출이 어렵거나 기피하는 경향을 보였고, 미국 정부의 협조를 받기보다는 미국법 위반을 감수하고 직접 대상자 체포를 선호했다.

한편 이 같은 중국 공작원들의 미국 내 여우사냥에 대해 미 법무부 애덤 히키 부차관보는 지난해 4월 “중국 당국이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 없이, 미국에서 미국 법을 어기는 ‘여우사냥’을 한다”고 비난했다.

히키 부 차관보는 여우사냥꾼이라고 불리는 요원들이 공무가 아닌 여행 비즈니스 등 거짓 구실로 미국에 입국해, 표적에 협박하고 귀국을 강요한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 관리들은 중국 공산당 특수 요원들이 체포하고자 하는 대상자를 여러 가지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해 협박했다는 증거를 확실히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는 “외국인 법 집행자들이 미국 사법부의 사전 허락 없이, 미국 내에서 수사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따르지 않을 경우 “미국 법에 따라 형사처벌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외교·영사관 등을 제외하면 사전 통보 없이 외국인이 법조인 신분으로 활동하는 것은 형법에 위배된다.

한편, 중국은 여우사냥 외에 물품 회수까지 포함된 해외도피범 검거 작전인 ‘천망행동’(天網行動)을 실행한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 4월 말까지 천망행동 작전으로 전 세계 90여 개 국가·지역에서 4141명을 검거했다.

중국사회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08년까지 2만 명에 가까운 중국 관료들이 총 8000억 위안(약 137조 원)을 해외로 빼돌려 도피했으며 2011년 한 해에만 1500여 명이 넘는 중공 관리들이 거액의 재산을 빼돌려 국외로 달아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