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총무처장, 바이든 승자 인정한 적 없다…“협박 쏟아져도 법령 지킬 것”

하석원
2020년 11월 25일 오후 8:36 업데이트: 2020년 11월 26일 오전 8:53

미국 연방총무처(GSA)가 11·3 미 대선 결과와 관련해 국제적 관심을 받았다.

한해 21억 달러(2조원)로 충남 천안시와 비슷한 규모 예산을 집행하는 연방총무처는 1만2천명의 직원을 거느린 한국의 조달청과 비슷한 기관이다.

한국에서 조달청이 대통령 당선 여부를 결정짓는다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일이다. 그러나 다수의 미 언론들은 연방총무처에 대통령 당선인 인증 권한이 있는 것으로 보도해 이를 기정 사실화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연방총무처는 대통령 당선인 결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는 에밀리 머피 총무처장이 관련 규정과 선례를 찾아봤다며 직접 밝힌 부분이다.

또한 머피 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기에 대통령 눈치를 보며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 인증을 미루고 있는 것처럼 전해졌다. 당초 승리 인증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성립되지 않는 뉴스다.

지난 23일에는 머피 처장이 마침내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인증하고 인수인계 절차를 시작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여 패배를 시인했다는 뉴스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날 머피 처장이 실제로 한 일은 바이든 후보에게 서한을 보내 인수자금을 비롯해 선거 후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안내하는 데 그쳤다.

에밀리 머피 연방총무처장이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게 지난 23일(현지 시각) 보낸 서한의 첫번째 페이지. 두번째 페이지는 제공 가능한 인수자원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설명했다. | 화면 캡처

이 서한에서 머피 처장은 “대통령 선거의 실제 승자는 헌법에서 정한 선거 절차에 따라 결정된다”며 대통령 당선인을 확정 짓는 것은 총무처장인 자신이나 연방총무처가 아님을 명확히 했다.

또한 “법률 소송과 불완전한 개표에 관해 대선 선례를 찾아봤지만, 연방 총무처는 법적 분쟁이나 재검표 결과를 지시(결정)하지 않는다”며 “연방총무처의 임무는 조달과 재산관리”임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최근 법적 분쟁과 선거 인증의 발전과정을 본 결과, 귀하(바이든 후보)가 인수법 3조에 따라 아래에서 설명할 ‘선거 후 자원’에 접근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며 총 730만 달러의 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머피 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봤다는 소문에 대해서 “언론의 추측성 기사”라며 부인했다.

그녀는 서한 앞부분에서 “이번 결정은 법과 가능한 사실에 기반해 독자적으로 내린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며 “결정 내용이나 시기에 있어 백악관이나 연방총무처를 비롯한 어떤 상급기관으로부터도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 대신 받아온 것은 성급한 결정을 강요하려는, 내 안전과 가족, 직원들, 심지어 애완동물을 상대로 한 온라인·전화·우편 협박이었다. 수천 건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늘 법을 준수하려 헌신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주부터 머피 처장에 대한 비난 공세를 펴왔다. 그녀가 협조하지 않아 미국인의 생명을 해치고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말했고, 22일에는 바이든 선거고문 젠 사키가 CNN에 출연해 “이럴수록 국민의 생명과 안녕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우리는 공개적인 압박을 계속 가할 것이다. 물론 우리뿐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모두 트럼프 행정부와 머피 처장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23일에는 민주당에 가까운 정부감시단체 ‘시티즌포에식’이 “이 여성(머피 처장)이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관해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사이의 인수작업을 허용하지 않아 미국인 수천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머피 처장 해임 및 기소 요구가 빗발쳤다.

이러한 위협과 관련해 바이든 선거캠프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연방총무처의 에밀리 머피에게 우리나라를 향한 흔들림 없는 헌신과 충성에 감사하고 싶다”며 그녀가 겪었을 고초에 대해 위로를 전했다.

이어 “우리 소송은 강력하게 계속된다. 끝까지 잘 싸우겠다. 승리하리라 믿는다”면서 “에밀리(머피 처장)와 그녀의 팀에게 초기 절차와 관련해 할 일이 있으면 할 것을 권한다”며 “내 (참모)팀에도 같은 일을 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뒤이어 또 다른 트윗에서 “가짜 투표와 ‘도미니언’에 (승리를) 내주지 않겠다”며 다시 한번 승리를 다짐했다. 그의 발언 어디에도 패배를 인정한다는 말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