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홍콩인권법서 친중 공산당 성향 매체 대공보·문회보 제재 언급

린옌(林燕)
2019년 12월 16일 오후 3:49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37

미국이 지난달 제정한 홍콩 인권법에 근거해 홍콩 매체 2곳에 대한 제재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은 친(親) 중국 공산당(친중공) 성향 신문 대공보(大公報)와 문회보(文匯報)다.

홍콩 인권법의 공식명칭은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이다. 이 법은 미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평가해 홍콩의 경제·통상 특별지위 유지여부를 검토하고, 홍콩 인권탄압 연루자의 입국 비자 발급을 거부하거나 자산을 동결하도록 하고 있다.

미 의회는 이 법에는 ‘홍콩 문회보와 대공보가 민주화 운동가, 미국 외교관과 그 가족 등을 괴롭히고 의도적으로 공격했음’을 적시하고 국무장관에 두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하나는 홍콩과 기타 지역에서 언론을 통한 거짓정보 확산·공갈·협박은 용납할 수 없음을 중국 정부에 분명히 알릴 것, 다른 하나는 이들 언론사 기자에 대한 미국 비자 발급심사를 엄격히 할 것 등이다.

앞서 대공보는 주홍콩 미국총영사관 소속 외교관이 홍콩 우산혁명 주도자인 조슈아 웡 등을 만나는 장면이 목격됐다며 사진을 게재하고 홍콩 시위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진 속 외교관의 실명과 함께 자녀 이름까지 모두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대공보가 미 영사관 직원과 가족의 개인정보를 신문에 게재한 후 모건 오테이거스(Morgan Ortagus) 미 국무부 대변인이 이에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 Alex Wong/Getty Images

미 국무부는 “미국 외교관의 개인 정보와 사진, 자녀 이름까지 누설하는 것이 정상적인 항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는 폭력배 같은 정권(thuggish regime)이나 하는 행위이며 (이런 행위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책임 있는 국가가 행동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공보라는 일개 매체 보도에 대해 미 국무부가 중국 정권을 직접 거론한 것은, 대공보가 사실상 중국 정부의 선전기구이며, 외교관의 신분정보를 대공보에 흘린 것이 중국 정부임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번 ‘홍콩 인권법’에서 콕 집어 거론한 대공보와 문회보는 각각 1902년, 1948년에 창간됐지만 현재 중국 정부 소유다. 지난 2016년 한 신문사로 통합됐으며 ‘중앙인민정부 주홍콩연락판공실(중련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중련판은 중국공산당의 대홍콩 최상위 기구다.

지난달 24일 열린 홍콩의 구의회 의원 선거 결과 범민주파가 압승을 거두고 친중 건제파가 대패했지만 대공보는 ‘건제파가 지속해서 폭력을 반대해 득표수가 55% 증가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 대공보 온라인판 화면 캡처

대공보와 문회보는 그동안 홍콩 시위와 관련해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 행태를 유지해왔다.

대공보가 터뜨린 ‘홍콩 시위 미국 배후설’만 해도 억측이라는 게 홍콩 정치계의 지적이다. 한 정당 관계자는 “홍콩 주재하는 외국 외교관들이 현지 상황 파악을 위해 정당 관계자나 주요인사들을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과 손잡고 시위대에 불리한 사건을 조작한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친중공 성향 건제파 소속인 주니어스 호(何君堯) 의원 피습 사건 보도다.

호 의원은 지난 7월 흰 옷차림 괴한들이 시위대를 무차별 공격한 ‘백색테러’ 사건에 대해 옹호 발언으로 시민들의 공분을 산 인물. 그는 지난 11월 6일 구의원 선거 유세 도중 습격을 당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보도한 대공보의 페이스북 기사는 발행일자가 전날인 5일 오후 8시경으로 기록돼 있었다.

사건을 미리 알고 써둔 기사를 시간에 맞춰 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대공보 측은 “관리자의 실수”라고 해명하고 넘어갔다.

홍콩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보도에서도 대공보는 역시 친중공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다. 지난달 24일 홍콩 지방선거가 범민주 진영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대공보는 선거 결과를 전하는 기사에 ‘건제파가 지속해서 폭력을 반대해 득표수가 55% 증가했다’라는 제목을 붙여 발행했다. 기사만 보면 건제파가 대승을 거둔 것으로 읽힌다. 대표적인 왜곡·편파 보도 사례였다.